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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헌법을 바꿔야 할 때
[정혁준의 비지니스 글쓰기]
[115호] 2019년 11월 01일 (금)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2019년 10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10월14일 검찰과 언론 유착 사태로 끝내 낙마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을 향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헌법 제1조 2항이다. 그는 “그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있을 수 없다”라며 “국민을 위한, 국민 중심의 검찰조직 문화가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를 수사하는 검찰 행태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검찰이 국민 기본권 등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데 분노했다. 헌법 제27조 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불법인 ‘피의사실 공표’ 등을 남용하는 잘못된 수사 관행을 되풀이했다. 그런 생각을 한 많은 시민은 서울 서초동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런데도 왜 검찰은 철저히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을까? 그래서 헌법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한테 헌법이 너무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헌법에 나온 이 조문을 보자.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 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헌법 제12조 7항)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듯하다. 헌법은 국민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 주인이 국민이기에 그렇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기망’(欺罔)이다. 이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법률 신의칙에 거스르는 행위로, 상대방을 속이는 일”로 나온다. 어려운 말이다. 속임수라는 쉬운 말로 써야 한다.
‘~에 의하여’는 영어식 번역투다. 우리말 조사 ‘~로’로 고쳐주는 게 낫다. ‘~에 있어서’ 역시 일본식 번역투다. 우리말 조사 ‘~에서’ 정도로 바꿔주는 게 좋다.
우리나라 문장은 대명사가 들어가면 어색하다. 그런데 앞 조문에는 ‘그에게’ ‘이를’ 같은 대명사가 나온다. 대명사를 지우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도 어렵다.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 문장을 조금 손보는 게 아니라 전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고문·폭행·협박 같은 부당한 장기간 구속,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강요된 피고인 자백, 또는 정식 재판에서 다른 증거가 없을 때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일 때는 피고인 자백은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 그런 자백을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조에는 이런 조문도 나온다.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 없이 통지되어야 한다.(제12조 1항)
문장 서술어는 ‘받지 아니한다’인데, 목적어는 ‘체포·구속·압수·수색·심문’이다. 서술어와 목적어가 서로 어울리는 않는다. ‘체포를 받다’ ‘구속을 받다’ ‘압수를 받다’ ‘수색을 받다’ ‘심문을 받다’는 어울리지 않는다. ‘신문을 받다’ 외엔 모두 어색하다. 5개 목적어를 받는 동사를 찾거나 목적어에 맞는 서술어를 맞춰야 한다. 다행히 이들 목적어를 받는 동사로 ‘당하다’가 있다. ‘체포를 당하다’ ‘구속을 당하다’ ‘압수를 당하다’ ‘수색을 당하다’ ‘신문을 당하다’로 모두 쓸 수 있다.
뒤 부분에 나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목적어로 쓰인 ‘처벌’ ‘보안처분’ ‘강제노역’과 서술어로 쓰인 ‘받다’는 어울리지 않는다. ‘당하다’로 바꿔야 한다.
이 조문 역시 이중부정과 피동형으로 돼 알아보기 힘들다.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당하지 아니한다’는 무슨 뜻일까? 이렇게 부정문을 연이어 쓰면 이해하기 힘들다. 평서문으로 쓰는 게 낫다. ‘통지받아야 한다’처럼 피동형이 계속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누구든지 법에 따르지 않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당하지 않으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가 아니면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당하지 않는다.”
11시간 동안 무리한 집 안 수사로 논란이 확산된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여러 생각이 났다. 그래서 헌법 조문을 찾아봤다.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6조) 
제대로 된 문장이 아니다.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번역투에다 피동형이다.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는 영어식 피동형이다. 능동형으로 고치고,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는 게 좋다.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누린다. 수사관이 국민의 주거에 대하여 압수, 수색을 하려면 검사가 신청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거주자에게 보여야 한다.”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검찰총장 탄핵’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 검찰총장은 사법부 소속이 아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공무원이다. 헌법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제65조 1항)
여기서 ‘~있어서’ 같은 표현은 ‘직무를 집행할 때’로 바꿔주는 게 낫다.
아 참, 무엇보다 헌법을 고쳐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제89조 때문이다.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의 임명(제89조 16항)
정부 부서에 딸린 외청은 ‘청장’으로 기관장을 지칭한다. ‘경찰청장’ ‘병무청장’ ‘통계청장‘ 등이 그렇다. 그런데 헌법에선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이 찍혀 나온다.
국민 통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검찰, 게다가 헌법을 무시하는 검찰을 국민이 통제하기 위해서는 헌법에서 이 직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한겨레> 사회부에서 1년 동안 같이 일한 기자이자 소설가인 김훈의 글을 보면서 글쓰기에 절망했다. 내 기사를 읽고 “일제강점기 때 많은 문인이 엄청난 비유로 당시의 시대를 말했던 그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아준 독자를 생각하며 지금도 글을 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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