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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없는 여행을 즐기려면?
[COVER STORY] 여행의 지속가능성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마르틴 뮐러 economyinsight@hani.co.kr

관광업이 환경파괴의 표상이 된 지금에도 여행을 떠나는 이는 계속 늘어만 간다.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이라면 여행할 때 무엇에 유의해야 할까.

마르틴 뮐러 Martin Müller <슈피겔> 기자

   
▲ 호텔에 비치된 고객용 실내화가 환경친화 관광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반환경’을 대표하는 것으로 낙인찍혔다. 샤워젤, 샴푸, 치약, 로션 등을 담은 소량 용기 역시 환경을 해친다.

호텔에 놓인 고객용 실내화는 환경 친화 관광을 주제로 열린 한 토론에서 ‘반환경’을 상징하는 것으로 낙인찍혔다. 환경을 망치는 뻔뻔한 짓이 모두 실내화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동아시아 지방에서 만든 싸구려 상품인 실내화는 조잡스럽게 포장됐을 뿐 아니라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들어 재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실내화 바닥은 다른 재료가 다섯 층으로 겹겹이 붙어 폐기하기도 힘들다. 친환경 실내화로 바꾸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그렇게 하는 호텔 주인은 없다.
호텔에서 일어나는 ‘환경파괴’ 사례를 프란치스카 알텐라트(38)는 너무나 잘 안다. 투숙객이 떠난 호텔 방에 남아 있는 플라스틱 물병, 전기주전자 옆에 즐비한 일회용 컵, 쓰레기 한가운데 버려진 개별 포장 티백, 커피 믹스 막대 등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알텐라트는 화가 치민다. 욕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면봉, 면패드, 칫솔, 세면용품, 로션 등 개별 포장 아닌 것이 없다. 쓰레기가 난무한 이 상태를 알텐라트는 “불합리하고 슬픈 현상”이라고 말한다.
알텐라트가 알렉산드라 헤르케트와 함께 인터넷쇼핑몰 투타카(Tutaka)를 만든 배경이다. 투타카에서는 호텔과 음식점에서 쓰는 재사용 물품을 판다. 일회용 대신 지속해서 사용 가능한 물건을 제공하는 이 온라인 상점은 선두 주자는 아니다.
호텔 직원에게 샤워젤은 벽에 고정된 대용량 용기(디스펜서)보다 소량을 담은 작은 병이 교체하기에 훨씬 수월하다. 설령 비교적 친환경이라 할 수 있는 샴푸 용기가 샤워부스 안에 걸려 있는 경우에도, 그 제품이 환경파괴에 기여하지 않는 한 효과는 거의 없다. 알텐라트는 “샤워젤과 샴푸가 통 안에 반이나 차 있음에도 직원들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라며 “빈 통을 채우는 대신 제품이 꽉 찬 새 통을 갈아 끼우는 편이 시간이 훨씬 덜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중유가 연료인 대형 크루즈선도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하파크로이트의 탐험용 선박을 타고 지구온난화 위험에 직면한 남극 지방으로 가는 초호화 선박 유람 역시 ‘반환경적’ 여행이라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광업계는 지속가능한 상품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사례는 적다. 여행자, 상품 판매자 모두 소극적이다. 최근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8~34살 성인 중 40%가 호텔을 선택할 때 그 호텔의 지속가능 기여도를 중시한다고 답했다. 여행 대기업 토마스쿠크(Thomas Cook)의 설문조사에서 “‘친환경 의식’이란 주제가 휴가 여행에서 무척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은 65%였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 비용(독일에서는 탄소세가 선택 사항일 뿐 아직 법적 의무는 아님 -편집자)을 내는 사람은 전체 여행자의 2%가 채 되지 않는다. 상당수 비행기의 친환경 좌석이 빈자리로 운행되고 있다.
하파크로이트(Hapag-Lloyd)의 탐험용 선박을 타고 지구온난화 위험에 직면한 남극으로 가는 초호화판 선박 유람에 1만유로 넘는 비용을 내는 여행객조차 고작 90유로(약 11만원)인 이산화탄소 상쇄 비용을 내는 데는 인색하다. 하파크로이트 역시 고객을 위해 환경보존 비용을 모두 대신 내주지 않는다. 귀중한 결정권을 고객에게 위임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정책이다. 하지만 하파크로이트 본사는 환경보존 비용 부과 취지를 지지하며 그런 뜻에서 총금액의 4분의 1을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세계는 여행·관광 산업을 주시하고 있다. 전세계 서비스업의 10%를 차지해서다. 관광산업 수익 규모는 실리콘밸리의 기술 거인들, 정유산업체,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수익보다 더 강세를 보인다. 여행객 수는 1950년보다 50배 늘었다. 환경파괴 규모 또한 엄청나다. 여행객 한 명이 하루에 직간접으로 쓰는 물의 양은 무려 6575ℓ다.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철 몇 달 동안 휴양지 바다에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평소보다 40% 더 늘어난다.

   
 

여행에서 지속가능성 기여도 중시
기후변화에 대한 부끄러움, 항공여행의 부끄러움 등 환경파괴 책임을 놓고 토론이 이어지지만 독일 최대 항공그룹 루프트한자의 예약자는 매달 늘어나고 있다. 2019년 1~4월 독일 국민 전체가 여행으로 보낸 일수는 4억800만 일에 이른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높은 수치다.
에콰도르 해안 앞 13개 섬과 갈라파고스군도는 민감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곳이다. 이곳도 2018년 방문자 수가 전년 대비 14% 늘었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에게 휴가는 책임에서 벗어나는 걸 의미한다.
‘다른 방식의 여행-포룸’ 영업 책임자 페트라 토마스는 그 책임이 단지 관광객에게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관광객은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광지를 선택할 만큼 환경 지식과 감수성이 충분히 있지 않다. 대형 검색엔진에서도 지속가능성에 관한 배경과 면모를 알아내기 쉽지 않다.” 토마스는 나름의 기본 분류 기준을 세웠다. 이를테면 어떤 호텔 웹사이트에 환경보호 대책에 아무런 언급이 없으면, 그 호텔은 환경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일단 결론을 내린다. 그 방향으로 무언가를 하는 숙박업소라면 누리집에 그런 정보를 노출할 테니까 말이다.
토마스는 ‘환경친화적 여행’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여행’이라고 말하는 편을 더 좋아한다. “환경 자체에 관한 일이기는 하지만 현지 사람의 환경에 관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단체는 여행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에 기여하기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 여행 횟수를 줄이는 대신 여행 기간을 늘려라. 출발과 도착 횟수를 줄여야 환경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 되도록 비행기 대신 지상에서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쪽을 택하라.
• 관광객은 체류지에서 교통수단 이용과 호텔 숙박이 유발하는 환경 훼손을 복구할 보상비를 내라.
• 글로벌 호텔 체인 말고 그 지역 숙박업소, 현지인이 운영하고 환경친화적인 호텔이나 민박을 우선 선택하라. 그래야 여행에서 창출된 수익이 현지 숙박업계에 돌아간다.
• 여행지에서 생산된 상품을 사고, 현지 교통수단을 이용하라.

모두 단순한 제안이다. 하지만 환경 보상 하나만 주목해봐도 앞에서 언급한 기준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금세 깨닫게 된다. 이산화탄소 상쇄 캠페인 플랫폼 애트모스페어(Atmosfair)는 2019년 이 운동에 동참하는 여행자 수를 40만 명으로 예상한다. 전체 여행자 1천 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아주 적은 수다.
애트모스페어 설립자 디트리히 브로크하겐에게는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는 이 시스템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한다. 고객에게 ‘방금 당신이 예약한 상품은 무언가 하자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환경 보상비를 아예 처음부터 항공료에 포함해야 한다고 브로크하겐은 생각한다. “호텔 프런트에 ‘여기에 2유로를 넣으면 고객님 객실 화장실은 깨끗이 청소될 겁니다’라고 쓰인 기부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화장실 청소 비용이 이미 객실료에 포함된 것과 같은 이치다.”

   
▲ 여행 지역 숙박업소나 민박, 현지인이 운영하는 환경친화적 호텔을 우선 선택하고,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니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여행법이다.

항공권 예매 때마다 탄소 발생 보상금
경제공학자 파비안 회네는 환경을 생각하는 대학생과 함께 항공 포털 플라일라(Flyla)를 만들었다. 회사는 고객이 항공권 한 장을 예약할 때마다 개발도상국에 최소한 나무 한 그루를 심게 하고, 여기에 더해 탄소 발생 보상금까지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환경에 대한 책임을 고객이 직접 물게 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플라일라로 예약되는 항공권 수는 한 달에 1천 장이 넘는다. 가격은 다른 항공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나무 심기 비용과 이산화탄소 상쇄 보상금은, 앞 공간이 넓은 좌석이 예약될 경우 특별지출 항목으로 항공사가 받는 수수료에서 플라일라에 직접 지급한다.
‘지속가능한 관광업’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전 지구적, 정치적으로 법이나 제도가 제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목표를 위해 발 벗고 행동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의 관광업이 지금 함부르크에서 160㎞ 정도 떨어진 북해 인근 겔팅에서 실험되고 있다. 우라 얀베크와 그녀의 남편 슈테판은 2002년 폐가로 있던 ‘ㄷ자형’ 농가를 사들여 호텔로 개조했다. 얀베크 부부의 페어하우스(Fairhaus)는 언뜻 보면 아담한 숙박시설과 같다. 호사스럽지 않고 부족한 것도 전혀 없는 호텔 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호텔은 여타 호텔과 모든 점에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얀베크 부부는 신념대로 일을 저지른다. “환경보호를 위해 손님과 자주 대화한다. 우리가 무엇을 바꿀 수 있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놓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몇몇 손님은 마치 벌거벗은 채 거울 앞에 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신의 행동이 일관되게 지속가능한 환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기 때문이다.”
얀베크 부부의 페어하우스에선 소소한 곳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어떻게 달리 실천하는지 볼 수 있다. 재사용 병만 쓰고, 한 번 쓴 종이는 그냥 버리지 않고 뒷장을 메모지로 한 번 더 쓴다. 객실 화장실 휴지가 조금 남으면 그것을 직원용 화장실에서 마지막 한 장까지 다 소비한다. 원두 찌꺼기는 화분에 뿌려 달팽이를 막는 데 쓴다. 낡은 수건은 욕실 바닥 깔개로 재사용하고, 침대보가 오래돼 흐늘흐늘하면 바느질을 새로 해 빵 사올 때 쓰는 가방으로 만든다.
정원에는 바이오 하수 정화조가 있고, 발전기 두 대에서 전기를 만든다. 호텔 운영에 쓰는 전력 92%를 얀베크 부부는 자가 생산한다. 주차장에는 전기자동차 충전대가 있다. 잼이나 케이크는 직접 키운 농작물로 만든다. 정원에서는 여러 채소와 향신료 식물이 자란다. 우유는 인근 농장에서 가져오고, 소시지는 가까운 농가에서 산다.
이곳 아침 식탁만 보면 소식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음식을 모두 한꺼번에 상에 올리지 않는다. 잔반 대부분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손님에게 처음엔 음식이 조금 제공되지만, 음식이 더 필요한 사람에게는 원하는 만큼 계속 더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얀베크 페어하우스에 묵는 숙박객에게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곳 겔팅에는 이렇다 할 관광 명소가 없다”는 것이다.

ⓒ Der Spiegel 2019년 35호
Ecology-Class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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