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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눈엣가시 될라 ‘눈치’
[집중기획] 홍콩 시위 ① 침묵하는 기업들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다국적 대기업이라도 중국 정부에 순응하지 않으면 순탄한 생산·영업 활동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다. 그 권위에 도전하거나 눈에 거슬리는 행위를 하면 가차 없이 제재가 뒤따른다. 홍콩 시위 참가 직원들을 해고했음에도, 요구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캐세이퍼시픽항공 최고경영자가 물러난 것이 대표적이다. 독일 기업들도 중국 눈치 보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홍콩이 전세계 금융·무역·투자의 중심지라는 점은 ‘양날의 칼’이다. 중국 정부 또한 홍콩이 가진 정치경제적 매력을 잃지 않으려면 홍콩 시위를 섬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_편집자

팀 바르츠 Tim Bartz
디나 데크슈타인 Dinah Deckstein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Kristina Gnirke
지몬 하게 Simon Hage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베른하르트 찬트 Bernhard Zan
d <슈피겔> 기자

   
 

번쩍거리는 금속 테두리에 고급 목재로 짜인 검은색 진열장. 독일 대형 슈퍼체인 알디쥐트는 중국에서 사상 첫 매장 오픈을 앞두고 진열대를 비롯해 매장 치장에 최대한 공을 들였다. 2019년 6월 상하이에 문을 연 중국 첫 알디쥐트 매장에는 소시지, 사우어크라우트(양배추 김치), 담프누델(구운 빵)을 한데 담은 접시, 보르도산 포도주, 오스트레일리아산 우유 등이 판매대에 올랐다.
알디쥐트는 중국에서 부유층으로 떠오른 사람들을 집중 공략했다. 독일 제품은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 독일은 중국 최대 식료품 수출국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지금까지 온라인몰에서만 팔던 알디쥐트가 오프라인 매장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중국에서는 정부 규제에 순응하는 기업만 사업할 수 있다. 알디쥐트 경영진도 이를 잘 안다. 알디쥐트는 홍콩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자유나 민주주의가 아닌 홍콩 매장 직원의 안전만 언급할 뿐이다. “현재 벌어지는 시위를 우리는 직원 안전을 위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이 알디쥐트가 내놓은 공식 반응이다.
수개월 전부터 홍콩 시민은 시민권 확보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중국 본토에 대항해 거리에서 시위하고 있다. 홍콩 시위가 지속되면서 중국과 홍콩 기업의 역할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시위대 동력을 약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국내외 기업까지 강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업 감독이사회를 압박하고 경영진에는 온갖 형태로 제재한다. 인터넷 캠페인을 벌이고 대기업에 중국 정부 지지 성명을 발표하도록 강요한다. 시위에 참여하는 홍콩 시민이 중국 정부가 두려운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중국 정부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 중국에서는 정부 규제에 순응하는 기업만 사업할 수 있다. 2019년 6월 상하이에 매장을 연 독일 슈퍼체인 알디쥐트도 이 사실을 안다. 영국 런던의 알디쥐트 매장.

경제 정치화하는 중국 정부
범죄인 송환법 강화를 둘러싼 논쟁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는 어느새 21세기 국가와 시민이 전면 충돌하는 전형이 됐다. 한편에는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지지하는 서구가, 다른 한편에는 해외 기업이 거대 중국 시장에 얼마나 종속적인지를 제대로 간파한 권위적인 중국 정부가 있다.
홍콩 시위를 둘러싼 상황이 악화한다면, 비즈니스는 결국 윤리를 밀어낼 것이다. 서구 대기업이 중국 정부 요구에 굴복한 사례는 아주 많다. 중국 정부는 서구 대기업을 발판 삼아 “홍콩 시위대를 굴복시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독일에 있는 중국 연구기관 메릭스(MERICS·The 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의 막스 쳉라인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자국 경제를 전무후무한 방식으로 정치화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8월 말 홍콩을 찾은 쳉라인은 주말 대규모 시위대 안으로 들어가 시민과 이야기했다. 그가 시위대한테 들은 말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홍콩 시민 사이에는 비관주의가 널리 퍼져 있다고 했다. 홍콩 시민과 정부의 전선은 더욱 치열해졌다. 중국 정부가 영국과 작성한 반환계약서에 명시된 2047년이 아닌 머잖은 미래에 홍콩을 완전히 감독하게 될 것이라고 홍콩 시민은 우려한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항공이 8월 중순 중국 정부 압박에 결국 무릎을 꿇고만 사태에 적잖은 활동가가 낙담했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처음에는 홍콩 시위에 참가한 직원 4명을 해고했지만, 이후 루퍼트 호그 최고경영자(CEO)와 파울 루 마케팅 이사가 중국 요구에 즉각 행동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 글로벌 대기업이라도 중국과 교류하려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최근 홍콩 시위와 관련해서 서구 기업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는 중국 정부가 개입하기 전부터 고분고분하게 나왔다. 홍콩에서 누리는 착륙권을 잃을까 우려한 핀에어는, 중국 정부에 반기를 드는 홍콩 시위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직원에게 경고했다. 이를 어기는 직원은 비행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핀에어 이전에도 중국 정부에 알아서 무릎을 꿇었던 서구 기업 경영진이 적잖이 있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딜로이트, KPMG, 언스트앤드영 등 세계 빅4 회계법인의 CEO가 대표 사례다. 이 회계법인 직원은 신문광고로 홍콩 시위대와 연대함을 보였는데, 중국 정부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지면에서 이를 “잘못된 생각”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쪽이 “중국 자주권을 침해하는 행동과 성명을 거부하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준비해온 홍콩 증시 상장을 연기했다. 요즘 정세를 고려하면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은 홍콩에 ‘큰 선물’로 받아들여져 중국 정부의 신경을 자극한다고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르사체는 홍콩과 마카오를 독립 도시로 표시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 티셔츠 때문에 중국에서 비난받은 뒤 사과했다. 논란이 된 티셔츠는 모두 폐기됐다.

알리바바 홍콩 증시 상장 연기
중국 정부가 다국적기업 무릎을 꿇리는 데 얼마나 작정하고 나섰는지는 영국-중국 대형은행 HSBC(홍콩상하이은행)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8월 초 갑작스럽게 존 플린트 HSBC 행정총재가 사임하고, 뒤이어 황비쥐안 대중화 행정총재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임원은 업무상 아무런 하자가 없었고 HSBC는 흑자를 기록하는 중이었다. HSBC 고위직의 연이은 사임도 중국 정부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2018년 캐나다에서 갑자기 체포됐을 때, HSBC가 결정적 정보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멍완저우 부회장은 2018년 12월 이후 캐나다 감옥에 있으며, 미국으로 송환을 앞두고 있다. 중국 정부는 HSBC가 고객사인 화웨이 정보를 미국 수사 당국에 몰래 제공해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를 도왔다고 비난한다.
세바스티안 하일만 리어대학 중국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정치 자유화로 어느 순간 시장 개방을 할 수 있다는 서방의 독트린(원칙) ‘무역을 통한 변화’는 중국에서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디지털 시대 경찰국가이자 감시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기업 본사까지 감시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국외 기업도 회사에 중국 공산당 조직을 허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서 시민을 감시하는 ‘국가신용 관리체계’라는 사회 신용 시스템은 어느새 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하일만 교수는 대기업은 중국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가 기업 정보를 거의 빠짐없이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 계약을 위반했고, 어느 기업 경영진이 재판받는지, 어느 기업이 기술적으로 협력하는지 모두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어야 보상받는다. “사회 신용 시스템이 좋을수록 시장 진입 장벽이 사라진다.”
의심할 여지 없이 독재국가인 중국에서 서구 기업은 몇 년 전부터 자진해서 무릎을 꿇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MSN에서 검색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삭제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의 도움을 받았다.
독일 기업도 중국 정부에 완벽하게 굴종 모드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가 표면적으로 지지한다는 가치를 위반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임러, 보슈, 도이체방크 등은 일종의 가치 연합을 맺어 환경이나 사회를 위한 각 기업의 기여를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막강한 경제권력을 휘두르는 중국과의 관계를 놓고 보면 일부 기업은 회계 수치를 민주주의 가치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 세계적 빅4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딜로이트, KPMG, 언스트앤드영 직원들이 신문광고로 홍콩 시위대에 연대한다는 것을 보이자 중국 정부가 반발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쪽은 “중국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행동과 성명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독일 기업도 굴종 모드
아디다스 사례를 보자. 아디다스는 기업이 공개적으로 추구하는 기본 원칙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파트너와는 사업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다만 아디다스 사업의 25%가 중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여전히 많은 신발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카스퍼 로어슈테트 아디다스그룹 CEO는 논란이 되는 중국 사회 신용 시스템을 칭송하기도 했다. 로어슈테트는 독일 매체 <벨트암존타크>와 한 인터뷰에서 “사회 신용 시스템은 중국에서 허용된다”며 “글로벌 기업 아디다스가 굳이 독일 법이 더 낫다는 의견을 어떤 근거에서 관철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여타 독일 대기업처럼 아디다스는 최근 홍콩 시위에 최대한 말을 아꼈다. 당연직으로 아시아·태평양 독일기업위원회 회장직을 맡으며, 평소 거침없이 트위터에서 글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조 케저 지멘스 최고경영자도 유독 홍콩 시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8월 중순에야 케저는 “경제계는 특별행정구역 홍콩의 현 상태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 캐세이퍼시픽항공은 홍콩 시위에 참가했던 직원 4명을 해고했지만, 이후 루퍼트 호그 최고경영자와 파울 루 마케팅 이사가 중국 쪽 요구에 바로 행동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애초 잘못은 중국 정부와 싸움을 시작한 사람에게 있다. 적어도 독일 경제계 시각은 그렇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절대 개그로 받아들이지 않는 민감한 3대 ‘T’인 대만(Taiwan), 티베트(Tibet), 천안문(Tiananmen)은 더욱 그렇다. 중국 정부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 중국이 1951년부터 관리·관할하는 티베트, 중국에서 금기시하는 민주화를 요구한 학생과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한 1989년 천안문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독일 기업은 이 세 가지에서 중국 정부 규정을 엄격하게 따라야 하는 것을 이미 체득했다. 루프트한자 누리집에는 2018년부터 ‘대만’ 항공편이 아닌, ‘대만, 중국’ 항공편으로 나온다. 독일 외무부 누리집도 마찬가지다.
다임러는 2018년 티베트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 말을 인용해 “중국인 마음을 크게 다치게 한 것”에 진심으로 사과했다. 독일 카메라업체 라이카는 천안문광장에서 벌어진 대학살 직전, 광장으로 들어서는 탱크를 맨몸으로 막아선 ‘탱크맨’ 모습이 담긴 5분 분량의 ‘사냥’(The Hunt) 영상을 두고 “공식 홍보 영상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중국은 2천억유로 규모의 독일 최대 무역 교역국이다. 최근 약세를 보이는 중국 무역량 급감은 당장 독일 대기업, 특히 중국과 무역이 핵심인 자동차기업의 경영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는 최근 전체 자동차 30%를 중국에서 팔고 있다.

   
▲ 독일 자동차업체 최고경영자들은 중국 정부와 대립하는 일만큼은 피하려 한다.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은 다임러 지분 약 10%를 보유한 다임러 최대주주다. 중국 서부 신장웨이우얼자치구 허톈에 공장이 있는 폴스크바겐 역시 중국 앞에서는 굴욕적 자세를 취한다.

독일 자동차업체 “홍콩 발언 자제”
독일 자동차업체 CEO들은 중국 정부와 대립하는 일만큼은 피하려 한다. 특히 다임러 등 대기업은 막강한 중국 투자자의 영향력 아래 있다. 지리자동차 리수푸 회장은 다임러 지분 약 10%를 가진 다임러 최대주주다. 7월 말 국영기업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다임러 지분 5%를 확보했다. 다임러는 홍콩 시위에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으며 머잖아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다임러 경쟁업체 폴크스바겐도 경제적 종속은 결국 자신을 비굴하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안다.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 폴크스바겐은 중국 북서부 신장웨이우얼자치구 허톈에 공장을 두고 있다. 허톈에는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무슬림 웨이우얼족 재교육 수용소가 있다. 영국 방송 <BBC> 인터뷰에서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CEO는 기자 질문에 웨이우얼족의 재교육 수용소를 알지 못한다고 답해 물의를 빚었다. 디스는 당시 “웨이우얼족? 그런 말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 뒤, “허톈시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했다.
유럽 국가 정부도 중국 정부와 새롭게 싸우는 데 관심 없기는 마찬가지다. 독일 총리도 예외는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9월 초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전략적 파트너십이었다. 앞으로 세계 무역질서에서 독일은 미국보다 중국에 더 가까이 서 있을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이 2020년까지 중국과 체결하려는 포괄적 투자협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독일 정부는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에 무력 진압을 하지 않은 점을 들어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폴크스바겐 쪽은 홍콩 시위가 자사 사업에 아직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콩 폴크스바겐 전시장을 몇 시간 동안 문 닫아야 했던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 Der Spiegel 2019년 35호
Ewiger Kniefall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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