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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중시하고 외식 크게 늘어
[TREND] 독일 외식산업- ① 달라지는 식문화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알렉산더 퀸 economyinsight@hani.co.kr

요즘 독일 국민은 종일 먹는다. 보행자 전용도로, 전철역, 쇼핑몰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반면 집에서 식사하는 일은 점점 줄고 있다. 도심에서는 식당이 옷가게보다 많을 만큼 거대 상권을 이루고 있다.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슈피겔> 기자

   
▲ 독일 국민의 외식 빈도가 늘고 있다. 가정에서 식사하는 비중이 줄면서 도심에서 식당이 옷가게보다 더 많아졌다.

현재 독일 외식산업에서 베이글의 입지가 좁아졌다. 아보카도를 얹은 통밀빵에 밀리고 있으니 말이다. 커피펠로(Coffee Fellows)가 이 샌드위치를 선보인 뒤 베이글을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다.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 통밀빵은 베이글에 없는 영양소를 모두 갖췄다. 요즘 독일에서 유행하는 음식이 되려면 이런 영양소를 담고 있어야 한다.
올해 51살인 슈테판 테베스는 승리는 물론 패배에도 통달한 사람이다. 그는 인생 제1막을 하키 국가대표 선수로 보냈다. 제2막은 영국 런던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기업 상담가로 일하며 보냈다. 런던 커피숍의 매력에 반한 나머지 인생 제3막을 열면서 아내 카트린과 함께 커피 프랜차이즈인 커피펠로를 창업했다. 뮌헨 레오폴트에 문을 연 1호점은 성공적이었다. 2호점은 뒤셀도르프 쇼핑센터 반지하에 자리잡았지만, 개점하고 얼마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이런 경험을 한 뒤 테베스는 “내가 내놓는 음식만이 아니라 커피숍 위치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현재 230개 가맹점을 거느린 커피펠로는 독일에서 맥도널드와 치보(Tchibo)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프랜차이즈다. 스타벅스는 커피펠로보다 훨씬 낮은 위치에 있다. 다른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테베스도 두 요소에 역점을 둔다. 첫째는 건강한 음식이다. 흑빵에 (생산에 막대한 물이 필요하고 수익성을 이유로 숲을 밀어내는 등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식재료임에도) 아보카도를 올린 제품을 선택한 이유다. 둘째는 환경 지속성으로, 썩어서 퇴비가 될 수 있는 소재의 컵을 사용한다.
테베스는 베를린에서 임대업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20년 초 이 도시에 큐브(Cube) 건물이 들어선다. 인공지능 시스템을 갖춘, 유럽에서 가장 똑똑한 건물이다. 이 건물 1층을 사들인 테베스는 여기에 푸드코트를 만들 계획이다. ‘먹자 몰’을 차리겠다는 것이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먹어대는 독일 사회 흐름에 맞춰서다.
독일 국민은 보행자 전용도로, 쇼핑센터, 전철역, 공항 등지에서 종일 먹는다. 어디든 상관없이 음식이 쉬지 않고 입으로 들어가는 ‘게으름뱅이의 천국’(슐라라펜란트·Schlaraffenland, 동화에 나오는 나라로 여기에선 일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널려 있어 입만 벌리면 음식이 스스로 날아 들어온다)으로 변해버렸다.
10년 전만 해도 독일 국민 가운데 54%가 하루에 단 한 끼, 즉 점심을 집에서 만들어 푸짐하게 먹었다. 오늘날에는 42%에 그친다.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정해진 시간에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배고파지면 그제야 먹는다는 뜻이다. 날마다 요리하지 않는 독일인도 인구 절반에 이른다. 독일 외식업체에 희소식일 것이다. 외식업체 매출은 매년 늘어나, 최근 통계 수치를 보면 3.5% 올랐다.
외식업체 가운데 수혜를 보는 쪽은 전통적 음식점이 아니라 이른바 ‘시스템 외식업’이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는 지난 몇 년간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다. 반면 시스템 외식업은 수많은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로, 동일한 실내 구조에서 똑같은 음식을 판다. 이들은 해당 업계 총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추세에 편승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외식업자도 늘고 있다. 파스타 요리와 샐러드를 함께 내놓는 빵집이 있는가 하면, 의류업체 H&M의 고급 브랜드인 아르켓(Arket) 매장에는 작은 커피숍이 들어와 있다.
외식업체 활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점포 계약이다. 외식업체가 처음으로 의류업체 입점 계약 건수보다 많았다. 의류업은 고정비용이 드는 사업으로, 요즘 같은 온라인쇼핑 시대에는 살아남기 어렵다. 이제는 먹거리가 새로운 쇼핑이고, 외식업은 오버하우젠 쇼핑센터 푸드코트나 프랑크푸르트 스카이라인플라자 푸드코트 같은 공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제 베를린 큐브에도 그런 푸드코트가 생길 것이다.

   
▲ 독일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주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베를린 슈퍼마켓에서 파는 채식 제품들.

푸드코트 사업 도전
6월 초 어느 날, 슈테판 테베스가 베를린 중앙역에서 불과 몇m 떨어진 큐브 건물 공사현장 앞에 서 있다. 가로·세로·높이 모두 42m인 정육면체 건물, 벽면을 구성하는 유리는 모두 안쪽으로 접힌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 큐브 건물은 건축가들의 미래 비전이기도 하다. 여기에선 모든 것이 연결됐다. 이 건물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부르고 타고 문을 여는 행위 전부를 앱에서 지시한다.
이 건물 2층부터는 사무실로 임대되고, 1층에는 커피숍과 음식점이 들어올 예정이다. 커피펠로를 포함해 총 8개 업소다. 그중에는 일본식 쌀샌드위치와 샐러드, 버거와 스시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과 바도 있다. 테베스는 피자나 구운 소시지 등을 파는 음식점은 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베를린 같은 도시에서 흔한 요리는 팔 수 없다.”
좌석 배치는 모든 업소가 동일하고 테이블마다 8개 업소의 차림표가 모두 있어야 한다. 주문은 카운터에서 하고, 음식이 완성되면 식탁 위 무선수신기가 울린다. 패스트 피자 식당 바피아노(Vapiano)와 같은 시스템이지만, 판매 수익은 그보다 훨씬 나을 것으로 기대한다. 테베스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곳은 덴마크 코펜하겐과 포르투갈 리스본의 푸드마켓이다. 런던 빅토리아역 옆에 있는 푸드마켓도 벤치마킹 대상 가운데 하나다.
큐브 건물이 있는 광장 반대편에는 베를린 시내 관광버스 정류장이 있다. 테베스는 관광버스 승객이 잠재적 손님이 될 것이기에, 그에게 유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초라한 이비스호텔부터 휘황찬란한 슈타이겐베르거호텔까지 여러 호텔이 인근에 있는 점도 테베스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호텔에서 아침 뷔페를 먹고 싶지 않은 사람이 20유로(약 2만5천원) 혹은 그 이상을 내고 테베스 매장에서 아침을 먹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가 가장 큰 잠재고객으로 생각하는 대상은 인근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원과 이 건물 가까이에 몰려 있는 정부기관 직원이다.
테베스는 큐브에 입점하는 음식점과 카페의 구성을 수시로 바꿀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건물 임대 계약은 5년이나 10년 단위로 한다. 하지만 그는 임대업자와 첫해엔 1년, 그 이듬해부터는 3개월마다 한 번씩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할 생각이다. 계약 해지는 임대업자와 임차인 모두 요구할 수 있다. “쌈박한 브랜드가 들어오겠다고 하면 가장 취약한 브랜드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 가혹한 자본주의라고 들릴 수 있겠지만, 사업이 잘되지 않는 임차인에게 오히려 구원이 될 수도 있다.” 현 외식업계 흐름은 팝업스토어 쪽으로 가고 있다. 몇 개월 장사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음식점과 상점이 늘고 있다.
테베스가 큐브 푸드코트에 절대 들이고 싶지 않은 업소는 맥도널드, 버거킹, 스타벅스 등 글로벌 브랜드다. 이런 매장은 큐브 바로 옆 베를린 중앙역 안에 수두룩하다. 많은 고객이 세계 각국에서 열차를 타고 오는 승객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낯선 곳에 내리면, 먼저 자신이 아는 익숙한 곳으로 가기 마련이다.

   
▲ 독일 외식업체의 활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점포 계약 건수가 있다. 입점 계약 건수에서 외식업체가 처음으로 의류업체를 앞섰다. 쇼핑센터 등에 푸드코트가 속속 입점하고 있다.

먹거리에 지갑 여는 독일인
독일 철도는 독일에서 대규모 물량을 소유한 임대주로 꼽힌다. 철도 건물 안에 입점한 매장 60%가 외식업소다. 독일 기차역 5700곳 사이를 오가는 여행자와 방문자는 무려 2천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음식을 사 먹을 수밖에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중소도시 역사에서 외식업소가 구색을 갖추는 정도로 유지되는 반면, 베를린이나 라이프치히 중앙역에는 플랫폼에서 직접 연결되는 외식 거리가 이미 조성돼 있다.
역사 안 외식업소 장사가 잘될수록 독일 철도 수입도 좋아진다. 최저 임대료 외에 판매 수익과 추가 임대료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안 외식업소 판매 수익은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아시아 음식점과 채식요리 전문점은 6%, 커리소시지와 닭고기요리 업종은 7%, 주스바는 10% 성장을 기록했다. 모두 해당 업종의 평균성장률을 웃도는 수치다.
독일인과 식사할 경우, 둘 사이에 프랑스인에게서 보이는 애정 관계가 나타난 적은 결코 없었다. 음식과 영양에 관한 한 독일인은 지나치게 돈을 아낀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변할 조짐이 보인다는 사실이 독일 정부가 발표한 영양 보고서에서 나타난다. 2015년 독일 국민 40%가 식품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가격’이라고 대답했다. 현재 이렇게 응답하는 이는 32%에 불과하다.
요나탄 도우티는 “독일 사람이 달라졌다”고 이 현상을 해석한다. “불과 2~3년 전보다 독일인이 먹거리에 더 많은 돈을 쓴다. 음식을 고를 때도 훨씬 깐깐해졌다.” 영국 출신 도우티는 요리사 교육을 받은 2년 전부터 프로젝트 개발회사 ECE의 요리사로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200여 개 쇼핑센터를 운영하는데, 그중 4분의 3이 독일에 있다.
ECE 통계에 따르면, 독일을 찾는 사람 중 60%가 기차역에서 음식을 사 먹는다. 먹거리가 잘 구비된 쇼핑센터를 방문한다는 답변도 40%에 이르렀다. ECE는 여론조사 결과를 즉각 프로젝트 개발에 반영했다. 쇼핑센터 상점에서 요식업소 비중을 늘렸다. 함부르크 중앙역의 전체 상점에서 약 20%가 요식업소다.
함부르크 중앙역에 쇼핑센터를 연 지 10년 만에 ECE는 1400만유로를 투자해 쇼핑센터를 개조했다. 음식점과 커피숍은 모두 2층 400석이 확보된 ‘푸드스카이’로 옮겼다. 이후 이곳을 찾는 고객이 25% 늘었다고 ECE 쪽은 밝혔다. 이 외식업소의 실내장식은 대세를 따르면서도 세련되게 꾸며졌다. 벽면과 식탁은 나무와 나무 모조품으로 덧댔고, 천장과 기둥은 새로 칠했다. 마치 방송사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멕시코·인도·베트남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채식요리, 샐러드, 스시도 있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도우티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독일인은 건강하게 먹으며 살고 싶다는 열망이 어느 나라 사람보다 강렬하다. 그것을 실천하겠다는 독일 국민의 진지함 역시 강렬하다. 먹거리가 어디서 생산됐는지 정확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지식욕이 지극히 강한 사람들이다.”

ⓒ Der Spiegel 2019년 29호
Das große Schlingen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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