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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메뉴 개발 가격경쟁력 확보 관건
[TREND] 독일 외식산업- ② 식문화 개선 흐름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알렉산더 퀸 economyinsight@hani.co.kr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슈피겔> 기자

   
▲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잇사(eatsa) 같은 무인 레스토랑이 등장함으로써 음식 가격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방금 조리한 음식 가격이 낮아지면 집에서 굳이 요리해서 먹으려는 사람이 적어질 것이다.

데이비트 바움가르트너(40)는 독일 외식업계에서 베트남 음식을 내놓기 시작한 이들 중 한 명이다. 프랜차이즈 딘앤데이비트(Dean&David) 공동 창업자인 그는 전자우편 끝에 쓰는 인사도 통상적으로 쓰는 ‘친절한 인사’(Mit freundlichen Grüßen)라는 말 대신 ‘건강한 인사’(Mit gesunden Grüßen)라고 쓴다. 딘앤데이비트는 넓적한 그릇에 담은 닭가슴살이나 연어에 신선한 채소를 얹어 판다. 스무디(과일·주스·요구르트 따위를 함께 갈아 만든 음료) 메뉴도 있다. 그는 “건강한 음식을 찾는 것이 대세”라며 “이 현상은 겨우 시작일 뿐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움가르트너는 그것만 꼭 믿고 일하지는 않는다. 현재 유행 흐름이 완전히 물러가기 전에 다음 유행을 만드는 것이 그에게 가장 바람직한 경우다.
너나 할 것 없이 인기를 끌 음식 아이템을 찾아 뛰는 요식업 분야에서 바움가르트너는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여행에서 영감을 얻으면 즉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놓는다. 최근 중국 베이징 여행에서 본 얇게 썬 오렌지 조각이 둥둥 떠 있는 오렌지주스 병이 그런 예다. 베이징에 있는 카페 한 곳도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직원용 화장실 문에 ‘개인용’이라는 말 대신 ‘오로지 바리스타용’이라고 써붙였는데, 아주 애교 만점으로 보였다.
바움가르트너는 후무스·팔라펠(병아리콩으로 만든 음식) 등 레반테 지방 요리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대표 요리가 앞으로 인기 있을 것이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요즘은 유행을 미리 점쳐볼 수 있다.
바움가르트너는 음식 가격이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방금 조리한 한 끼 식사 가격이 6~8유로(약 1만원)로 안정되면 집에서 굳이 요리해 먹으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음식 가격이 이렇게까지 하향 조정될 수 있는 건 공정 자동화 덕분이다. 드론을 이용한 배달, 일하는 사람을 전혀 볼 수 없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잇사(eatsa) 같은 무인 레스토랑 시스템도 가격을 낮추는 데 한몫할 것이다. 잇사에서는 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뒤 서랍장 같은 곳에서 음식을 꺼내면 된다.
직원 없는 음식점은 점주 일상을 한결 편해지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외식업체 운영주들이 요리사와 웨이터를 구하는 데 어려워하고 있다. 부엌에서 오가는 말은 우악스럽고, 부엌과 홀 사이를 수없이 뛰어다녀야 하며, 근무시간도 결코 편한 시간대가 아니어서 지원자들이 꺼리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방 음식점이 구인난을 가장 심하게 겪는다. 프랜차이즈라고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그나마 커피숍이나 샐러드바는 세련된 이미지 덕에 일할 사람을 찾기 쉬운 편이다. 대도시라면 더욱 수월하다.
바움가르트너는 사업을 계속 넓혀 나가고 있다. 110개 분점에 더해 2019년 안에 지점 24곳을 새로 연다. 체인점은 대부분 대도시에 있다. 함부르크 8곳, 베를린 10곳, 뮌헨 17곳 등이다. 얼마 전부터는 파사우, 바트크로이츠나우, 슈베린 등 중소도시에도 분점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바움가르트너는 건강한 음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수도 베를린에 사는 사람뿐 아니라 독일 전역으로 확장돼 시민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다른 경향도 있다. 집 밖에서 사 먹는 음식에서 대세를 이루는 건 여전히 피자, 되너(독일식 케밥), 소시지 등이다. 최고 판매 수익을 올리는 외식업체 역시 맥도널드로, 독일은 여전히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 나라다. 채식주의자가 늘고는 있지만, 그 비율은 전체 인구 중 7%가 안 된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는 물음에 독일 국민 3분의 1이 브라텐(고기를 덩어리째 구워 소스와 함께 먹는 요리), 슈니첼(고기튀김), 굴라쉬(고기 스튜) 등을 꼽았다. 1902년 창립한 뮌헨 전통 정육점 ‘빈첸츠무어’에는 좋은 일일 것이다.

   
▲ 독일인들이 주로 사 먹는 음식은 여전히 피자, 소시지 등 육류다. 하지만 건강에 좋고 간편한 음식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육류 음식도 변화 조짐
230개 지점을 운영하는 빈첸츠무어 매장 대다수는 바이에른주에 있다. 이 회사 사장이자, 창업자 증손자인 마르쿠스 브란들(47)은 자신이 이런 숫자를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친다. 지점 수만 들으면 빈첸츠무어가 마치 체인점처럼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가족경영을 하는 수공업 정육점일 뿐이다.”
브란들은 ‘자기 지역 상품’ ‘가까운 거리’ 같은 말을 하기 좋아한다. “돼지 한 마리가 걸어야 하는 길을 당신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지점 중 40곳은 샐러드바도 함께 운영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빈첸츠무어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고기다. 브란들은 이 원칙을 바꿀 생각이 없다. “사람은 자기 입맛에 맞는 걸 먹어야 한다. 우린 자유로운 나라에 살고 있다.”
브란들은 뮌헨 로젠 거리에 자리잡은 매장 안을 걸으면서 계속 설명했다. 디터 토마스 헤크가 <히트 퍼레이드> 제작진 소개를 하듯, 빈첸츠무어에서 파는 식품 목록을 주르륵 말했다. 레버크뇌델(간을 넣어 만든 완자), 슈바이네브라텐(돼지고기로 만든 브라텐), 린더굴라쉬(쇠고기 스튜), 칼프스브라텐(송아지 고기로 만든 브라텐), 크라우트비켈(고기와 채소, 빵가루 반죽을 양배춧잎으로 싸서 익힌 요리), 브뤼부르스트(물에 데워 먹는 소시지), 코흐부르스트(삶아 먹는 소시지), 코흐슁켄(삶은 햄) 등이다.
브란들에게 하케페터샌드위치(육회를 넣은 샌드위치)는 빈첸츠무어의 최고 상품이다. 그는 따뜻한 레버케스를 ‘우리의 영웅’이라고 한다. 뮌헨 마리아 광장과 중앙역에 있는 분점에는 세계 각국에서 오는 손님을 위한 영어 차림표도 갖춰놓았다. 브란들이 그중 한 부분을 읽으며 설명했다. “미트로프(다진 고기를 식빵 모양으로 구운 요리)는 레버케스를, 바버리언버거는 플라이슈플란처를제멜(미트볼 번)을 말한다.”
브란들은 음식에 관한 한 야당 지도자다. 그의 말은 적어도 그렇게 들린다. “세계화와 이국적 추세에 저항하는 반대운동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스시를 먹지만, 옛날에 할머니가 만들어주셨던 것과 같은 린더룰라데(베이컨·양파·달걀·오이피클 등 여러 재료를 얇고 넓게 저민 쇠고기로 말아 기름에 익힌 것인데 독일의 대표적인 일요일 요리) 역시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원래 모습대로 모든 것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음식에 관한 한 브란들은 과거 것을 고수하고 싶지만, 판매 전략에서는 실험 정신이 강하다. 지난 몇 년간 그는 두 가지 새 발명품을 내놓았다. 하나는 레버케스제멜(레버케스를 사이에 넣은 동그란 빵)을 넣는 종이 봉지다. 안쪽에 코팅 처리가 돼 있지만 통기성은 좋다. 브란들은 “고어텍스 재킷 원리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작은 구멍이 가지런히 뚫린 절취선을 따라 봉지를 열 수 있다. 먹기 편리한지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이 음식을 이동 중에 얼마나 손쉽게 꺼내 먹을 수 있느냐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란들은 종이 봉지를 사용해 문제가 수월하게 해결됐다고 믿는다. “그 봉지 안에 담긴 레버케스는 당장에라도 쉽게 먹을 수 있다. 넥타이를 얼룩 범벅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말이다.”
브란들의 두 번째 창작품은 뮌헨의 흰 소시지 찬가다. 친구들이 멜로디를 만들었고, 브란들은 가사를 썼다. “꿈에서 벌써 흰 소시지 덥힐 물을 밤마다 냄비에 끓이네/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일어나 흰 소시지를 물에 담그네” 이 노래는 뮌헨의 10월 축제에서 연주됐다. 빈첸츠무어에 전화하면 통화 대기 중에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 Der Spiegel 2019년 29호
Das große Schlingen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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