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포커스
     
SNS·음성인식 마케팅 안주 말고 혁신 나서라
[FOCUS] 위기의 전통 브랜드- ② 대책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Kristina Gnirke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마리아 마콰르트 Maria Marquart
<슈피겔> 기자

   
▲ 미국 기업 ‘크래프트 하인즈’는 에데카와 마진 협상을 해서 수익을 늘리려 했다. 이에 에데카는 자체 브랜드 케첩 ‘파파 조’를 론칭해, 하인즈 케첩을 판매 품목에서 제외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사이 힘의 균형추가 바뀌는 것을 보여준다.

브랜드가 새로 등장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사이 힘의 균형도 바뀌고 있다. 대안 브랜드가 있으면 식품 소매업자는 대기업과 가격 흥정에서 약자 위치에 있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기존 유명 브랜드보다 신규 브랜드를 팔 때 유통 마진이 더 많다.
에데카는 2018년 한꺼번에 시장 지배기업 두 곳과 힘겨루기를 감행했다. 먼저 네슬레와 분쟁했다. 네슬레가 납품 가격 인상을 원하자, 슈퍼 체인 에데카는 이 스위스 그룹의 상품 160개를 판매 목록에서 빼버렸다. 결국 네슬레가 주장을 꺾었다. 유통업체 에데카가 제조업체를 향해 ‘우리랑 싸우려 하지 말라’고 발사한 경고사격이었다.
반면 하인즈케첩은 이 경고를 무시했다. 미국 기업 크래프트하인즈(Kraft Heinz)도 네슬레와 마찬가지로 수익을 늘리고 싶어 했다. 에데카는 마진 협상을 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케첩을 생산해 ‘파파 조’(Papa Joe’s) 브랜드를 붙이고, 하인즈 케첩을 판매 품목에서 제외했다. 에데카는 신문광고로 하인즈에 추가 타격을 가했다. “하인즈가 너무 건방지게 굴면, 아빠가 온다”는 광고 문구와 함께 배경으로, 흔들리는 하인즈 케첩병 사진과 그 앞에 웃고 있는 파파 조 토마토를 배치했다.
에데카는 저렴한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수년 동안 좋은 실적을 올렸다. ‘에데카 셀렉션’이라는 브랜드로 이제 고급 제품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상품도 출시하려 한다. 경쟁업체 레베는, 현재 매장에서 파는 제품 중 4분의 1이 자체 브랜드다. 고급 라인인 ‘파이네 벨트’(Feine Welt·질 높은 세계) 브랜드는 도전정신이 강하면서도 부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한다.
헬스·뷰티 스토어 디엠(dm)은 2019년 4월 자체 남성 브랜드 자인츠(Seinz)를 론칭했다. 자인츠는 영어 ‘signs’(신호)와 독일어 ‘seins’(남자의 것) 의미를 동시에 지닌 이름이다. 자인츠에서 주로 출시하는 상품은 샤워젤, 얼굴용 크림, 수염용 오일이다. 주요 대상은 턱수염을 시대정신으로 인식하는 20~40살 남성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니베아, 니베아맨, 유세린, 라프레리, 라벨로, 한자플라스트, 아트릭스 같은 세계적 브랜드를 보유한 바이어스도르프에서는 새 경쟁업체인 디엠을 회의적 시선으로 주시한다고 한다. 바이어스도르프는 신제품 개발 기간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만 문제인 것은 아닌 듯하다.
과거에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 다음과 같았다. TV 광고에서 호감형 인상을 가진 남성이 지금 선전하는 치약이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거나, 요구르트가 작은 스테이크만큼 영양가가 높다고 주장한다. ‘바이서 리제’(Weißer Riese·하얀 거인) 세제는 끝없이 늘어선 빨랫줄을 보여주며 세척력을 과시했다.
현재는 인플루언서, 유튜버 그리고 소비자가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자신이 좋아하는 점과 싫어하는 점을 직접 쓴다.” 이들은 비평가이거나 팬이다. 광고 전문가 안드레 켐퍼는 “브랜드는 더 이상 이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자인츠는 다른 방식으로 홍보한다. 자인츠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제품 사진이 많지 않다. 대신 ‘힙스터 수염’(콧수염과 턱수염을 분리해 기른 모습)을 기른 남성들을 찍은 흑백사진이 올라와 있다. 자인츠 제품의 포장 용기와 상자는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흰색과 절제된 활자로 구성된 포장 디자인은 애플에서 배운 것이다.

   
▲ 신규 브랜드 등장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 힘의 균형을 바꿔놓았다. 유통업체는 자체 브랜드를 만듦으로써 전통 대기업 브랜드와 가격 흥정에서 더는 약자 위치에 있지 않아도 된다. 헬스·뷰티 스토어 ‘디엠’은 2019년 4월 자체 남성 브랜드 ‘자인츠’(Seinz)를 론칭했다.

소셜미디어 등 다른 방식 마케팅
이렇게 다른 광고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에 무엇을 의미할까. 새롭게 변화한 소비 세계에서 전통 브랜드에 과연 기회는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잼 회사 슈바르타우(Schwartau)는 이 문제에 부닥쳤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6~29살 응답자 중 2%만 일상생활에서 슈바르타우 제품을 쓴다고 했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대신, 일하러 가는 길에 제과점에서 빵을 사가는 젊은 세대가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슈바르타우 이미지가 그리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한몫했다. ‘슈바르타우 제품이 건강한 식생활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청년 그룹의 답변은 위험 구역 안에 있었다.
다른 잼 제조업체는 슈바르타우보다 행운을 더 가졌다. 한 브랜드 업체는 자사 과일조림을 고급 제품으로 선전하고, 잼을 담은 병도 아름답게 디자인했다. 어떤 브랜드는 이름부터 먹고 싶은 기분이 들게끔 한다. 예를 들어 2년 전 시장에 나온 한 제품의 이름은 글뤼크(Glück·행복)이다. 누가 이 제품을 싫어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 때문에 슈바르타우는 지원군을 모셔왔다. 푸드붐(FoodBoom)이라는 업체에 1899년 설립한 기업의 과일잼을 2019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라는 임무를 맡겼다.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에이전시는 소를 해부하는 방법 등을 보여주는 ‘푸드 워크숍’을 열고, 부르다(Burda) 출판사와 협력해 자체적으로 “젊은 세대를 위한 복잡하지 않은 조리법, 도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쿨하고 독특한 음식”을 위한 잡지를 출간했다(잡지 이름도 <푸드붐>임 -편집자). 주 사업 분야는 켈로그 같은 대기업 고객을 위한 페이스북·유튜브용 조리법 동영상 제작이다.
2018년 여름부터 푸드붐은 젊은이들에게 슈바르타우 잼이 절실하게 필요한 제품으로 인식되도록 연출하고 있다. 푸드붐 공동 창업자 한네스 아렌트홀츠는 “아침 식사용 잼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런 고민 끝에 ‘체리·서양자두·양파조림을 곁들인 비프버거’ ‘라즈베리와 블러드오렌지로 절인 구운 두부’ ‘라즈베리·블러드오렌지·위스키 샤워’ 같은 조리법이 탄생했다. 5월부터 푸드붐과 슈바르타우가 공동 개발한 여름 잼을 판매 중이다. 해시태그도 있다. #konfitürekannmehr. “잼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슈바르타우 브랜드를 다시 젊게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현재 마케팅 전략이 계속 유효할까. 미래 고객은 슈퍼마켓을 가거나 스마트폰으로 주문하지 않고, 그냥 방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말하면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같은 음성인식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아직 독일에서 이 기능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음성인식 서비스 장치는 이미 많은 가정에 보급돼 있다.

시리·알렉사·구글 어시스턴트 활용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가 앞으로 특정 브랜드 제품을 살 것이냐, 아니면 브랜드와 상관없이 제품 종류를 말하는 방식으로 살 것이냐다. 템포(독일에서 워낙 많이 쓰고 유명해서 휴대용 휴지를 일컫게 됨 -편집자)를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알렉사, 휴대용 휴지가 필요해”라고 말할 것인가의 차이다. 언젠가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휴대용 휴지를 만들어 팔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다, 이미 아마존은 배터리와 헤드폰의 경우 자체 브랜드 제품을 팔고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알렉사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지 명확하다.
가정에서 음성인식 서비스를 활용해 물건을 주문하는 고객에게 제조업체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디지털 에이전시 뎅크베르크(Denkwerk·정신노동이라는 뜻)의 알리나 슐라이어와 사운드 에이전시 amp.의 브랜드 컨설턴트 미헬레 아르네제는 이에 대해 깊이 탐구했다. 슐라이어는 “음색은 새로운 색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코카콜라를 붉은 배경 위에 쓴 흰색 글씨로 인식하는 것과 같이, 음성인식 시스템 시대에는 음성이나 사운드가 특정 브랜드와 결합한다는 것이다.
아르네제는 “브랜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퍼실은 아마존 알렉사와 제휴해 음성인식 대화가 가능한 스마트홈 분야에서 협력을 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고객과 대화하는 능력이 있는 알렉사와 퍼실 브랜드가 제휴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레드와인 얼룩이 생겼어!”
“긴장 푸는 데는 레드와인 한 잔이 최고죠. 그렇지 않나요?”
“레드와인 얼룩이 생겼다고!”
“소재가 뭐예요?”
“면.”
“하얀 섬유에는 퍼실 유니버설이 도움이 된다. 메가펄즈 제품이나 액체세제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색상 옷은 퍼실 컬러가 더 좋다.”
이런 조언이 신속하게 이어진다. 여성 목소리인데, 쇳소리가 많이 들린다. 더 나은 음성을 채택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미국의 바비큐 소스 제조업체 스터브스(Stubb’s)는 심지어 알렉사를 통해 창립자가 고객에게 말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스터브스는 과거에 발표한 조리법과 팁 영상에 포함된 크리스토퍼 B. ‘스터브’ 스터블필드 음성을 추출해 편집했다. 그에게 스터블필드 브랜드를 미래로 이끄는 임무가 맡겨졌다. 하지만 스터블필드는 과거 사람이다. 그는 이미 1995년에 사망했다.

ⓒ Der Spiegel 2019년 24호
Die greisen Riesen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