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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저물가 탈출 총력전 펴야
[ISSUE] 라가르드 차기 ECB 총재의 책무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중앙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대서양 양단에서 또다시 주머닛돈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차기 총재가 2019년 9월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금융 역량이 부족하다.’ ‘타협 능력을 갖췄다.’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로 지명된 크리스틴 라가르드를 두고는 경제·금융계에서 여러 반응이 나왔다. 이제는 전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된 그가 마리오 드라기 현 유럽중앙은행 총재 뒤를 훌륭하게 이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드라기 총재는 8년 임기를 마치고 2019년 10월31일 퇴임한다. 그는 유럽중앙은행 수장으로 있는 동안 전례 없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며 경기 부양에 나섰다. 하지만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차기 수장을 맞는 유럽중앙은행은 현재 미국을 따라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처를 채택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과연 중앙은행들은 세계경제를 구제할 수 있을까.

지속하는 양적완화
6월6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는 적어도 2020년 상반기까지 정책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정책위원회에서 발표한 계획보다 6개월, 1월 발표보다 1년 연장된 기간이다. 목표는? 경제 활성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국채를 비롯해 각종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덕분에 은행들은 이자를 내지 않고, 다시 말해 ‘제로금리’ 상태로 계속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이 정책으로 유럽중앙은행이 금융제도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출해주고, 해주고, 또 해주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유럽중앙은행이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4%로 유지하겠다고 결정한 만큼 대출로 돈을 풀지 않고 중앙은행에 가만히 예치해두려는 은행은 그에 대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6월18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드라기 총재는 경제 전망이 나아지지 않고, 물가상승률이 전망치인 2%(7월 전망치는1.1%)에 가까이 가지 못하면 “추가 경기 부양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이 금리와 (불과 몇 달 전에 중단된) 양적완화 가운데 어떤 카드를 꺼낼지는 알 수 없다. 드라기 총재 발언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이 불공정한 경쟁을 하려 한다며 곧바로 맹비난했다. 유로존이 팽창적 재정정책으로 현금흐름을 늘려 유로 가치를 떨어뜨림에 따라 유럽산 수출품 가격경쟁력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이후 미 연준은 7월에 이어 9월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현재 1.75~2% 를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 이론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실업률이 낮을 때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 미국은 6월 실업률이 3.7%였음에도 같은 달 물가상승률이 1.6%에 그쳤고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역시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기우는 데 한몫했다.

   
▲ 마리오 드라기 총재(맨 오른쪽) 등 유럽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2019년 6월6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0년까지 정책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비둘기파와 매파
연준이 금리를 낮춘 것은 트럼프의 잇따른 압박에 대한 대응책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가 “로켓처럼 날아오르는 것”에 방해된다며 연준을 수개월 전부터 비난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총재는 “정치적 계산은 절대 없다”고 반박했다.
지속적 저금리는 몇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기업은 인위적으로 낮아진 사업 비용 때문에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데 어려워하고, 민간부채가 급증한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서 매파로 불리는 긴축정책 지지자들은 일단 금리를 올릴 것을 주장한다.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 그때 다시 금리를 낮추면 된다는 것이다. 금융완화라는 지렛대가 제대로 작동할 여지를 남겨두자는 논리다. 금리를 더 ‘잘’ 내리기 위해, 몇 달만 올려놓자? 이 주장에 글로벌 자산운용사 캔드리엄의 이코노미스트 플로랑스 피사니는 “일관성 없는 정책이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악화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에서 주류 세력은 비둘기파다. 이들은 경제가 아직 활기를 띠지 않아 저금리라는 촉매제를 이용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가르드 역시 이 흐름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가 국제통화기금 총재 시절부터 한 통화정책 발언을 분석한 브뤼셀 연구소 소속 그레고리 클레이 연구위원의 트위터 내용을 보자. “라가르드 차기 총재가 드라기 총재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유럽중앙은행을 이끌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
한쪽에서는 라가르드가 “‘슈퍼 마리오’ 드라기 총재와 조금이라도 다른 전향적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프랑스 은행 크레디아그리콜 경제연구센터는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총재가 유럽중앙은행 차기 수장에 임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타협적인) 비둘기파 강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더욱이 필리프 레인 새 수석이코노미스트와 함께라면 라가르드는 무리 없이 온건파 체제를 유지할 것이다. 6월1일부터 수석이코노미스트로서 임기를 시작한 레인은 대표적 비둘기파 인사로 분류된다.
이제 라가르드 차기 총재에게 남은 일은 국가가 부채를 늘려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유럽의 낮은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강력한 재정 무기 사용을 완강히 거부하는 탓이 크다.

   
▲ 2019년 9월1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 ID.3의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정책에 반발하는 대표 국가가 독일이다.

유로존 정부 설득 난관
유럽 국가들의 소극적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르몽드> 인터뷰에서 “저성장, 초저금리, 저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국가가 나서서 지출을 당연히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단히 말해, 국가가 제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이 정책금리는 “필요할 때까지 계속” 낮게 유지할 것이라며 국가를 안심시키지만, 효과가 없자 직접 나서서 돈을 풀고 있다.
캔드리엄의 이코노미스트 안톤 브렌더는 “공공소비가 늘어나면 기업 투자 활동은 탄력을 받는다”며 “가계와 달리 기업은 정책금리보다 경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라가르드 차기 총재에게 남은 임무는 유로존 19개국을 잘 달래는 일이지만,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유럽중앙은행 정책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라가르드 임명은 ‘유리절벽 이론’(위기 상황에서 여성 지도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맡기는 경영 법칙)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9월호(제393호)
Les banques centrales tentent le tout pour le tout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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