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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자금줄 전락 원주민 학살도 만연
[ISSUE] 베네수엘라 금 쟁탈 전쟁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옌스 글뤼징 economyinsight@hani.co.kr

정권 유지를 위해 원주민 보호구역 지하자원이 필요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원주민과 충돌하며 학살까지 감행하고 있다.

옌스 글뤼징 Jens Glüsing <슈피겔> 기자

   
▲ 베네수엘라 그란사바나 지역에서는 자신들의 땅을 지키려는 페몬족과 그 땅에서 나오는 금을 빼앗으려는 베네수엘라 군부, 군부에 협력하는 무장세력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면서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전쟁을 피해 브라질 파카라이마 정착촌으로 이주한 페몬족 소녀.

“총소리가 들렸을 때, 엄마는 옥수수빵을 굽고 있었어요.” 16살 원주민 페몬족 소녀 소렐리스 가르시아 로드리게스가 말했다. “군인들이 길을 따라 내려가며 사람들에게 총을 쐈어요.” 소렐리스는 뒤늦게 엄마가 가슴에 총 세 발을 맞고 쿠마라카파이 마을 집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심한 상처를 입은 아빠가 누워 있었다. 소렐리스는 “아빠가 엄마를 도우려고 달려가자, 군인들이 아빠도 쐈다”고 말했다. 친척들이 가까운 국경을 넘어 아빠를 브라질로 데려갔지만, 아빠는 며칠 뒤 병원에서 사망했다.
소렐리스에게는 동생이 네 명 있다. 2019년 2월22일 고아가 된 남매 중 셋은 3월부터 국경 반대편 브라질 파카라이마 원주민 마을에서 살고 있다. 남매는 정착지에 있는 축구장 가장자리에 아빠를 묻었다. 작열하는 한낮의 태양 아래 이름 없는 언덕, 그 무덤 위 꽃은 이미 말라버렸다. 원래 남매는 아빠를 고향 마을에 묻힌 엄마 옆에 안치하고 싶었지만 베네수엘라 권력자 니콜라스 마두로가 국경을 폐쇄해 포기했다.
소렐리스는 해먹 옆에 누운 13살 여동생을 끌어안고 울먹였다. 살해된 엄마와 다친 아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는 정치활동가가 아니라 옥수수빵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이었다. 이 가족은 부족과 마두로 사이에서 생존을 놓고 벌어진 충돌에 휘말렸을 뿐이다.
소렐리스 엄마가 희생된 발포 사건은, 땅을 지키려는 페몬족과 그 땅에서 나오는 금을 빼앗으려는 베네수엘라 군부, 군부에 협력하는 무장세력 사이에서 벌어진 분쟁 중에 일어났다. 페몬족 땅에서 원주민, 군부, 콜롬비아 게릴라 ELN 등 무장세력이 금, 다이아몬드, 희토류를 두고 싸우고 있다.
분쟁 지역은 베네수엘라에서 외딴곳 중 하나인 그란사바나다. 약 1만㎢ 고원지대인데 독특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최고 해발고도가 약 1천m인 테이블산은 거친 협곡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로 널리 알려졌다. 아서 코넌 도일이 쓴 모험문학의 고전소설 <잃어버린 세계>에 영감을 주기도 한 이곳은 페몬족의 고향이다. 과거에는 모험가와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했다. 1994년 유네스코는 그란사바나가 속한 카나이마국립공원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올렸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매장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금맥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이 금이 현재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 베네수엘라는 국가가 파탄할 위기에 놓여 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이 있지만 국가부도가 일어나기 직전 상황이다. 국민은 굶주리고, 의약품은 부족하다. 말도 안 되게 물가가 치솟아 화장실 휴지도 살 수 없다. 산유국인데 휘발유조차 부족하다. 지금까지 주요 수입원이던 석유 생산량은 수년간 계속 줄었다. 부패와 잘못된 경영으로 국영석유회사 생산시설이 퇴락했기 때문이다.
마두로 정부는 휘발유 밀수입과 마약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군부는 마두로 정부를 지지한다. 군 장성도 불법 밀매에 가담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이 경제제재를 한 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석유를 내다 팔지 못하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외환을 손에 넣을 수 없게 됐다. 마두로 정권은 페몬족 땅에 묻힌 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수많은 인권단체가 페몬족 난민들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학살 혐의로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하지만, 페몬족 대부분은 이 일이 성공하리라고 여기지 않는다. 마두로 대통령에게 금 등 지하자원을 채굴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는 만큼 페몬족 탄압은 계속될 것이다.

석유 부족한 산유국
유엔에 따르면 충돌이 일어나기 전 페몬족 1천여 명이 브라질로 피했다. 이들은 대부분 브라질 국경도시 파카라이마 인근 페몬족 보호구역에서 산다. 유엔은 이곳에 임시 난민캠프를 세워, 식료품을 나눠주고 매트리스와 천막을 제공했다.
소렐리스 엄마가 살해된 발포 사건은 2월22일 새벽에 일어났다. 1월 자신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가 구호품을 실은 트럭을 반입하겠다고 발표한 바로 그다음 날이다. 유엔에 따르면 이 충돌로 7명이 사살됐고, 그중 4명이 원주민이었다. 사상자 수는 더 많을 수도 있다. 유엔 인권 최고대표 미첼 바첼레트는 7월 초 발표한 베네수엘라 상황 보고서에서 “대량 무덤이 존재할 수 있다는 보고에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브라질로 피한 페몬족 지도자들은 많은 페몬족이 군인에게 끌려간 뒤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지역 에밀리오 곤살레스 시장은 원주민이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마두로는 지금까지 이런 비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마두로는 “바첼레트가 미국 압력에 굴복했다”며 “보고서는 거짓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했다.
사회주의자인 바첼레트는 칠레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 출신으로, 집권 기간에 마두로의 전임자 휴고 차베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바첼레트가 발표한 보고서는 원주민들이 국가의 위협과 공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페몬족 지도자들이 탄압 표적이 되었다.
분쟁이 격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페몬족 3만 명이 베네수엘라에 살고 있었다. 당시에도 이미 800여 명이 타우레판이라고 부르는 브라질 지역으로 이주했다. 브라질 페몬족과 베네수엘라 페몬족은 같은 언어를 쓰고, 자신들을 큰 가족으로 본다. “항상 두 나라를 오가며 살았다. 우리에게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았다.” 브라질에 사는 페몬족 카지케(원주민 족장) 아내 이바네테 데수자 아폰소가 말했다. 현재 페몬족 수천 명이 이웃 나라인 브라질 페몬족 보호구역으로 피했다. 고향인 베네수엘라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고 의약품이 없어 어린아이와 노인이 감기나 말라리아로 죽는다.
베네수엘라 페몬족은 이전에 관광업에서 주로 일했다. 관광 안내원으로 일하고, 식당을 운영하고, 민속공예품을 만들어 팔았다. 경제, 정치 위기가 심화하자 여행객이 급감했다. “농사를 지어서는 먹고살 수 없다.” 쿠마라카파이 마을을 떠나온 카지케 르네 곤살레스가 말했다.
원주민들은 새 수입원을 찾았고 이것이 문제를 야기했다. “우리는 소규모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열었다.” 곤살레스 부족 사람들은 괭이, 체, 삽을 들고 강과 협곡을 탐색했다. 금과 보석을 주도 산타엘레나데우아이렌의 중간 매매업자에게 팔면, 이들은 외국으로 밀반출했다.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금이다. 곤살레스가 말했다. “국가 화폐 볼리바르는 아무 가치가 없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화폐를 아무 쓸모 없게 만들었다. 식료품과 약품은 금으로만 거래된다.” 남동부 볼리비아주 카나이마 국립공원에만 불법 광산이 12곳 이상 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금을 채취하기 위해 웅덩이들을 파 국립공원 모습이 달 표면 사진처럼 보일 정도다. 강은 사금 채취자들이 모래에서 금을 분리할 때 쓰는 수은으로 오염됐다.
이 과정을 기록한 베네수엘라 환경보호단체 ‘SOS 오리노코(Orinoco)’는 2018년 유네스코에 카나이마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알렸다. 유네스코는 베네수엘라 정부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마두로는 답변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정부도 이 지하자원을 탐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두로는 석유 수입 감소를 금과 다른 지하자원을 팔아 메우려 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두로 정부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있는 금 8t가량을 2019년 4월 팔았다. 한 스페인 뉴스 포털은 터키가 이 매각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이 있음에도 베네수엘라는 국가부도가 나기 직전 상황이다. 국민은 굶주리고 의약품은 부족하다. 물가는 치솟고, 산유국인데도 석유가 턱없이 부족하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거리.

금 채굴 위해 원주민 탄압
금은 대부분 베네수엘라를 관통하는 광산 지역 아르코미네로에서 나온다. 이 지역 광산은 다수의 무장세력과 범죄조직이 관리한다. 국제위기감시기구 연구조사 공저자인 브램 에버스는 “무장세력과 범죄조직이 원주민에게 광산에서 강제 노동을 시킨다”고 폭로했다. 금 일부는 국가에서 매입하고 나머지는 밀수출된다. 군은 상납금을 받는다. 원주민 족장들은 군이 불법사업 편의를 봐주고 밀수업자한테 통과세를 받는다고 했다. 카지케 곤살레스는 “정부는 우리 수입 절반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페몬족 터전은 광산 지역 아르코미네로와 접해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과거 이 지역에서 그리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마두로 전임자인 차베스는 원주민에게 상당한 자치권을 부여했다. 페몬족은 자체적으로 자경대를 조직하고, 주도에 있는 산타엘레나공항을 관리할 수 있었다. 1999년에서 2004년까지 국립원주민협회 회장직을 맡았던 카지케 알렉시스 로메로는 “원주민 대부분이 차베스 지지자였다”고 말했다. 2013년 차베스 사망 뒤 원주민과 중앙권력 관계가 악화했다. “마두로는 이 지역 통제력을 잃을 것을 두려워했다.”
쿠마라카파이 족장 에르네스토 풀리도는 “정치가 우리를 갈라놓았다”며 “많은 카지케가 마두로를 지지하는데, 정부는 이들을 금과 자동차로 매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018년 원주민 출신 야당 정치가가 페몬족 땅이 포함된 행정구역 시장으로 선출되자 정부는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발포 사건이 벌어진 쿠마라카파이에서는 “과이도가 대통령이다”고 쓰인 펼침막이 걸렸다고 한다.
야당 지도자가 2월23일 브라질에서 구호물품이 들어온다고 발표하자, 페몬족은 트럭을 호위하려고 국경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마두로 지지자들에게 저지당했다. “그 사건은 원주민들 간 충돌이었다.” 풀리도가 국경에서 벌어진 사건을 말했다. “생필품 인도 예정일 하루 전날 군이 개입했다. 새벽 3시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총을 쐈다. 우리를 죽이려고 온 것이다.” 3시간 뒤 군인들은 돌아갔지만, 원주민은 저항할 수 없었다. “우리 무기는 사냥용 활과 화살뿐이었다.”
원주민들은 학대와 고문을 받았다.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산타엘레나에서 군은 정부 반대자로 여겨지는 사람을 잔인하게 다뤘다. 유엔은 원주민과 비원주민에게 폭력이 자행됐다고 보고했다. 현장 증인은 국가수비대가 방탄차량을 타고 근거리에서 무작위로 발포했다고 증언했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군인, 친정부 무장세력, 조직폭력배는 방탄차량과 최루탄으로 무장해 도시로 진입했다고 풀리도는 말했다.

   
▲ 베네수엘라 페몬족 원주민 소녀가 브라질 파카라이마 정착촌에서 빨래를 걷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금 등 지하자원을 빼앗기 위해 원주민들을 탄압하고 있다.

브라질로 피신한 페몬족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페날(Foro Penal)에 따르면 비밀정보부에서 원주민 9명을 체포했다. 그중 한 명이 쿠마라카파이 족장 에르네스토 풀리도다. 그는 자신들이 병영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틀 동안 손과 발이 묶여 있었다. 군인들은 우리를 ‘빌어먹을 인디오’라고 모욕하며 때렸다.” 풀리도는 풀려난 뒤 산속에 숨어 있다가, 일주일 뒤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브라질로 도망쳤다.
원주민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주민들이 산타엘레나공항에서 국가수비대 42명을 잡아 고문했다는 인터뷰가 실린 <로이터> 기사도 나왔다. 군인들은 반나체로 물리면 아주 고통스러운 상처가 나는 불개미 집 위에 강제로 앉아야 했다. 이 충돌에서 원주민 최소 14명이 다쳤다. 산타엘레나 병원에는 붕대와 약품이 없어서 의사들은 환자를 국경 너머로 보냈다.
브라질로 피신한 난민 대부분은 2월에 있었던 충돌이 대규모 원주민 정화 작업을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마두로는 우리 땅을 영원히 빼앗을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로메로는 말했다.
브라질 파카라이마 지역 유엔 컨테이너 마을 근처엔 페몬족 난민이 사는 정착지가 있다. 이곳에서 차단 지역이 시작된다. 원주민은 경비를 세웠다. 돌을 던지면 닿을 거리에 국경이 있다. 날마다 베네수엘라에서 원주민이 새로 도착한다. 이들은 대부분 식료품과 의약품이 없어서 피란을 왔다. “브라질에 거주하는 카지케를 소집해 난민을 수용해달라 청했다”고 유엔 난민보호기구 라파엘 레비가 말했다.
페몬족 난민은 브라질에 사는 친척이 넘겨준 천막과 오두막에서 산다. 일부는 예전에 관광객한테 빌려주던 캠핑용 천막을 가지고 왔다. 닭장으로 쓰려고 만든 목조 건물에 세 가족이 입주했다. 소총 2정이 벽에 세워져 있다. 한 남자가 이틀 전 재규어를 죽였다고 했다.
코를 찌르는 듯한 타는 냄새가 가득하다. 언덕이 검게 그을려 민둥산이 되었고, 곳곳에서 식물이 불타고 있다. 난민들이 마니옥(전분이 많은 관복)과 옥수수를 심기 위해 원시림을 불태운 것이다. 브라질 환경보호단체는 걱정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페몬족 카지케는 그들 고향에서는 화전을 일구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한다. 브라질 환경부는 눈감아주는 것처럼 보인다.
베네수엘라 쪽 국경 지역은 군사화했고, 산타엘레나공항은 병력이 장악했다. 카지케 풀리도는 “마두로의 군인들이 우리 마을을 점령했다”며 “산타엘레나는 군부대와 손잡은 갱단 손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전세계 수많은 인권단체는 난민들이 마두로를 학살 혐의로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한다. 피살된 미국 정치인 로버트 케네디의 딸이자 인권 활동가인 케리 케네디가 3월 말 파카라이마를 방문했다. 케리는 페몬족 난민이 이 문제를 미주인권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을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페몬족 대부분은 이 일이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마두로는 안장에 단단히 앉아 있다”고 풀리도는 말했다. 그는 이른 시일 안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여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미래가 없다.”
피살된 원주민 자녀인 소렐리스 남매는 고아가 됐고, 이제 긴 여정을 앞두고 있다. 풀리도는 이들을 다른 난민캠프로 옮겨 포르투갈어를 배우게 하고, 브라질 학교에 보내려 한다. 소렐리스와 형제는 이 계획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고향 마을이 너무 그립다. 내가 원하는 것은 되도록 빨리 집에 돌아가는 것뿐이다.”

ⓒ Der Spiegel 2019년 31호
Krieg ums Gold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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