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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국 에티오피아 신흥 우주강국을 꿈꾸다
[ISSUE] 엔토토 천문대와 인공위성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펠릭스 economyinsight@hani.co.kr

전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가 우주개발을 빈곤 극복과 경제발전 전략을 위한 ‘국시’로 정해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는 농작물 수확량 확보와 인재 유출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펠릭스 릴 Felix Lill 자유기고가

   
▲ 에티오피아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에는 우주망원경이 2대 있다. 연구센터 건립 때 우주망원경을 설치하는 모습.

이요아스 에르게투(29)가 육중한 철문을 옆으로 밀자 이내 암흑이 밀려왔다. 우주망원경으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관측하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하지만 시간은 오전 11시, 밖에서는 해가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에르게투가 들어선 곳은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 내부다. 원래 불이 환하게 밝혀져야 하지만 지금은 전력이 끊긴 상태다.
“종종 블랙아웃이 되곤 한다.”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 시스템 매니저인 에르게투가 말했다. 이어 그는 발전기 한 대가 놓인 내리막길로 갔다. 몇 분 뒤 램프에 다시 불이 들어오자, 벽에 붙은 행성계와 천문학 역사에 관한 펼침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출입구에는 독일어 글귀가 쓰인 크고 작은 평평한 상자가 놓여 있었다. 에르게투는 깨지기 쉬우니 상자를 던지지 말라고 했다. “우리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아스파라거스 상자다.”
에르게투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공기가 희박한 고공에서 수리 작업은 아무래도 힘이 부친다. 에티오피아 최초의 천문대 연구센터는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해발 3200m 엔토토산 정상에 있다. 2014년 개소 이후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는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아프리카 비즈니스 매거진>은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 설립을 “에티오피아가 우주로 진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티오피아 잡지 <아디스 포천>은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의 새 우주개발 연구 허브”라고 칭했다. 2004년 출범해 15년 만에 회원이 1만 명을 넘어선 에티오피아 우주과학협회는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 개소 이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우주 강국을 향한 장밋빛 약속을 하루라도 빨리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가 보유한 우주망원경 2대에는 독일산 초민감 반사기가 들어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 플라네크에 있는 업체 아스텔코(Astelco)가 개발한 반사기는 연구센터에서 아주 귀중한 존재다. 함께 배송받은 물건도 모두 버리지 않고 모아둘 정도다. 심지어 포장 상자도 보관하고 있다. “이런 우주망원경은 대당 가격이 160만달러(약 18억원)에 이른다. 내장된 반사기 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에르게투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대단한, 아주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의 다양한 연구 분야가 소개된 홍보물에 측지학, 우주물리학, 원격탐사를 위한 위성 데이터, 태양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 등이 쓰여 있다.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의 야심만만한 프로그램은 경외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받는다. 에티오피아는 최빈국 중 하나로, 인구 4분의 1이 절대빈곤층이다. 가장 최근 조사가 이뤄진 2007년 기준 문맹률은 무려 40%에 육박한다. 국제개발지원금을 많이 받는 국가인 에티오피아가 우주개발에 필요한 비싼 기기를 보유할 여력이 있을까. 일단 국내 현안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에티오피아 정부와 후원가가 참여하는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지금까지 500만달러(약 58억원)가 투입됐다.
과학사학자들은 에티오피아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전세계 최초로 천문학 연구를 시작한 곳이 바로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는 어느 국가보다 장구한 천문학 역사가 있으며, 천문학은 에티오피아 역사에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그리스 신화에서 케페우스, 카시오페이아, 오늘날 에티오피아를 포함하는 아이티오피아 지역 왕족은 북쪽 하늘 신들에게 추방당한 뒤 별자리 이름으로 오롯이 새겨졌다. 기원전 2세기, 시리아 출신 그리스 작가 사모사타의 루시안(Lucian of Samosata)은 자신의 책 <천문학>에 “에티오피아인은 천문학을 만든 최초의 사람이었다. (중략) 에티오피아인이 천문학을 이집트인에게 전달했다”고 썼다.

   
▲ 2004년 설립돼 에티오피아의 우주개발 야심을 실현 중인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는 측지학, 우주물리학, 원격탐사를 위한 위성 데이터, 태양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최초 천문학 연구가 시작된 곳
<에녹서>는 에티오피아 주류인 정교 경전에 속한다. 11장으로 이뤄진 단락 제목은 ‘천문서’다. 에녹 천문서에서 사막의 베헤모스와 바다의 레비아탄이라는 두 괴물이 사는 지구는 기둥이 받치는 판으로 묘사된다. 에티오피아인은 일찍이 지구와 우주의 관계를 숙고했다. 천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농부의 지혜는 농작물 수확량 증대와 질병 치유 방법으로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에티오피아에서 우주개발 투자가 의미 있음을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역사 사료만 꼽히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경제·실질적 이유가 있다고 에르게투는 설명한다. “에티오피아에는 강과 호수까지 들어간 정확한 지도가 아직 없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이런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곤충이 종자를 파괴하는지, 토양에 영양이 충분히 공급됐는지는 위성 데이터로 판단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가 이런 지도를 만들려면 외국에서 위성을 빌려와야 하는데 큰 비용이 든다.”
현재 에티오피아는 중국 도움을 받아 700㎞ 상공에 자체 위성을 발사하려고 한다. 자체 개발 위성을 팔 계획도 있는데 위성제작센터를 만들어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부터 위성 제작을 의뢰받을 예정이다.
누구나 관심이 있다면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 우주망원경의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는 고도가 높아 어느 곳보다 오리온 띠를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가 우주개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에티오피아는 인재들이 매력적인 일자리를 찾아 외국에 대거 유출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에티오피아 우주과학협회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최초로 박사과정을 도입했다. 에티오피아 우주과학협회의 솔로몬 빌레이 테세마 협회장만 해도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스웨덴에서 유학해야 했다. 우주천문학에 매료된 에르게투 역시 수많은 에티오피아인처럼 대학에서 원치 않는 학문을 전공할 수밖에 없었다. “우주항공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아디스아바바에서는 전기공학 전공만이 가능했다.” 2015년 신설된 정원 20명의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 박사과정에는 매년 대학생 200여 명이 지원하고 있다. 최근 2명이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티오피아 우주과학협회는 고대 천문학 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전국에 어린이 대상 천문학 클럽 60곳을 운영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 학교들은 최신 설비를 직접 보기 위해 매주 몇 시간씩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 엔토토산 꼭대기에 있는 천문대 연구센터를 방문한다.

자체 개발 위성 제작 야심
엔토토 천문대 연구센터에서 우주망원경을 담당하는 연구원 10명은 최초의 획기적인 연구 결실을 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에티오피아 외에 우주개발 꿈을 꾸는 국가들이 있다. 2016년 여름 남아프리카 천문학자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부에서 우주망원경으로 1300개에 이르는 갤럭시(은하계)와 블랙홀을 발견했다. 나이지리아는 2003년 이후 위성 5대를 쏘아올렸으며, 앞으로 10년간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릴 계획이다. 54개 회원국의 아프리카연합은 2015년 이후 공식적으로 공동 우주개발 정책을 운영하며, 분산된 연구 프로젝트를 한데 묶어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우주개발 차세대가 무럭무럭 성장하는데, 에티오피아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밤마다 관측 작업을 하는 우주망원경이 있는 천문대의 한가운데 빛이 통하지 않는 봉인된 공간 옆에 컴퓨터 여러 대가 놓여 있다. 에르게투는 “현재 인터넷이 안정적으로 연결되도록 작업 중”이라며 “인터넷만 안정적으로 연결되면 전세계 어디에서나 우리 우주망원경을 원격조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아프리카에서 우주 강국을 꿈꾸는 에티오피아에 더 이상 걸림돌은 없다.”
또 다른 문제 하나만 없다면 말이다. 에르게투가 문 앞에 서서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을 손으로 가리켰다. 골함석 지붕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저기 보이는 동네가 최근 조성됐다. 지붕들이 햇빛을 너무 심하게 반사해 이제 여기는 밤에도 완벽한 암흑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정부에 항의도 했지만 정부 역시 무기력했다. “아래 동네가 점점 커지면, 천문대 시설을 모두 철거해 다른 산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에티오피아는 이 문제의 해결책도 실용적 관점에서 찾고 있다. 천문우주연구소는 이미 이전할 산을 알아봤다. 물론 독일에서 배송된 반사망원경 상자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 Der Zeit 2019년 25호
Äthiopiens Griff nach den Sterne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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