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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인재가 기업 고르는 시대”
[ISSUE] 일본의 외국 노동력 확보 경쟁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부편집장

   
▲ 일본 도쿄의 민영 요양시설 ‘실버 빌라 고야마’에서 돌봄 노동자가 휠체어에 앉은 노인에게 음식을 먹이고 있다. 돌봄은 외국인 인력 공급이 가장 시급한 분야다.

일본이 노동력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 특히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돌봄, 외식, 호텔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동남아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경제주간 <닛케이비즈니스> 최근호가 전했다. 외국인 노동력 활용을 늘리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18년 말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외국인 체류 자격을 대폭 완화했다.

입도선매식 채용
이 잡지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교육대학 간호학생들은 요즘 일본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일본의 돌봄 현장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 현지 병원 임금이 낮아 간호 분야 전문지식을 살려 일본에서 취업하려는 것이다. 세계에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에서 일하려면 무엇보다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한 3학년 학생은 사이타마의 돌봄 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로 하고, 일본어능력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6월25일 일본 정부가 신설한 체류 자격인 ‘특정기능’과 관련한 협력각서를 체결해 인도네시아 노동자의 일본 취업 장벽을 낮췄다. 일본에서 돌봄 노동은 인력난이 심각한 분야로, 2025년까지 최대 55만 명이 모자랄 것으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마치 밭떼기로 작물을 사들이는 것처럼 동남아 인력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10여 개 시설에서 이들을 수용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 나라 가운데 베트남 노동력이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호텔과 여관 등 숙박업소에서 일할 외국인을 인턴 형식으로 송출해온 기관은 베트남에선 경쟁이 워낙 치열해 뛰어난 인재는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대형 음식 체인이나 건설사 등은 아예 수십, 수백 명 단위의 대규모 채용 의사를 밝히며 베트남 직원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은 점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다른 나라로 퍼져가고 있다.
후쿠오카현 아사쿠라시의 하라즈루 온천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여관(객실 75개) 다이센카쿠에는 외국인 9명이 정사원으로 일한다. 모두 동남아 출신이다. 입사 1년이 된 네팔 출신 직원은 연회장 서비스 등을 맡고 있다. 현대식 호텔과 다른 일본 전통식 여관이지만 일본인 손님과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일본의 대표적 저녁 식사인 가이세키 요리 서비스에선 객실 상황 파악과 음식을 제공하는 시점 조절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인 직원도 쉽지 않은 업무지만 그는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고 일본인 매니저는 말한다.
이 호텔에선 일본인 고졸 신입사원을 5~8명 채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1년이 되지 않아 그만두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정착률이 낮았다. 젊은이의 지방 탈출은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현상은 5~6년 전부터 두드러졌다고 한다.

일본인 못지않은 역량
일본 도쿄의 택시회사 히노마루교통에서는 현재 20개국 40명의 외국인 기사가 일한다. 택시 기사들이 고령화되었고, 젊은 사람이 기피하는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는 것이다. 이집트, 러시아 출신도 있다. 이 회사가 외국인 노동력을 채용한 것은 2년 전부터다. 이따금 입사하던 일본계 브라질인 기사들이 좋은 성과를 낸 것에 기인했다.
보통 일본인 기사의 영업실적이 하루 5만엔 정도인 데 비해 브라질인 기사는 8만엔(약 88만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기사 1300명 가운데 상위 10위에 들 만큼 우수한 실적을 보인 것이다. 이후 외국인 대상 구인광고를 내자 응모자가 쇄도했다. 요즘도 매달 60~70명이 응모해, 업체는 일본어 실력 등을 고려해 두세 명씩 뽑고 있다. 회사 쪽에 따르면, 외국인 기사는 경험과 언어가 다르지만 대체로 일본인 기사보다 10% 정도 많은 수입을 거둔다.
식품공장 등에 외국인 인력을 소개하는 인재서비스 회사 사장은 최근 의외의 인물과 영업을 함께 다니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바로 금융기관 융자 담당자다. 융자 받을 기업에 외국인 노동자를 소개하는 일을 맡은 것이다. 2년 전부터 이런 사례가 생겨났다. 은행 출신인 마사키 사장은 애초 영업을 위해 이런 방식을 썼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대형 은행과 신용금고 등에서도 융자 대상 기업에 함께 가줄 것을 요청받는다. 금융기관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 고객에 이 회사를 소개해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일본은 이미 ‘이민대국’ 길로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일본의 외국인 수용 규모는 독일, 미국, 영국에 이어 4위였다.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통적 이민대국을 웃돌았다. 일본에선 ‘이민’이란 단어에 대한 저항감이 크지만 최근 재류 자격 완화 등과 맞물려 외국인 체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위상 높아진 외국 인력
이제는 외국인 직원도 채용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경력 관리 등 후속 조처가 따르지 않으면 직장을 옮기기 때문이다. 외국인 인력 다수는 지방에 3년 이상 머물러 있지 않으려 한다. 경험과 역량이 쌓이면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나선다. 지방 도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여기고, 오히려 지방은 외국인 인재가 경험과 기술을 익히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관련 조사를 보면, 외국인 수용·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기업이 절반 가깝다. 외국인의 직장 경력 관리 미흡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 상담인을 두고 일본 생활, 문화 적응 등 외국인 직원이 일하기 쉬운 환경 조성과 입사 뒤 뒷바라지를 중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건물관리 대기업인 스타츠퍼실리티서비스의 사사키 사장은 지금은 일본 기업이 선택받는 쪽이라며 단순한 노동력으로 간주해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업체는 미얀마 공과대학 출신 남녀를 3명씩 채용한 결과, 리뉴얼 공사나 신상품 개발 등의 업무에서 중책을 맡아 일본인과 차이 없는 역량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수도권에서 2천 곳 이상 건물을 관리하는 대기업이지만 일본 젊은이는 취업을 원치 않는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일본 인구는 전년보다 43만 명 줄어 10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약 17만 명 늘어 전체의 2%가 넘는 266만 명에 이르렀다. 외국인 노동자도 2018년 146만 명, 2030년에는 3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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