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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청약 전략
[국내이슈] 부동산 규제 대책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박원갑 land2233@naver.com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침으로 하락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가격이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신축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

정부가 2019년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예고하면서 부동산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일종의 최고가격제인 분양가 상한제는 공급자 수익이 줄고 소비자 잉여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투기과열지구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위축되고 분양시장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전매 제한 강화나 의무 거주 요건이 도입되므로 ‘묻지마’ 청약은 금물이다. 중간에 분양권을 되팔거나 입주 시점에 전세를 놓다가 나중에 입주하는 ‘선 전세-후 입주’ 전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매시장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수용 태도에 따라 흐름이 달라지므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재건축·재개발 직격탄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예고된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에 한정돼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경기도 과천, 성남 분당(판교), 하남, 광명, 세종, 대구 수성구 등 31곳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의 필수 요건을 기존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꾸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낮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 의결, 입법 예고를 거쳐 10월 초까지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시행 시기는 부처 간 협의와 시장 여건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치솟은 분양가, 들썩이는 서울 강남 아파트값도 주요 원인이지만, 결정적 이유는 강남권과 과천 지역 재건축단지의 후분양제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흑석동 등 재개발단지도 후분양을 검토하자 정부가 급히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골조 공사가 3분의 2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후분양을 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없이 일반분양을 할 수 있다. 현재 HUG는 일반분양에 필수적인 분양보증을 무기로 분양가를 통제하는데,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후분양에 나서면 사실상 분양가 통제 장치가 사라지는 셈이다. 시세대로 후분양하면 주변 아파트값이 불안정해지는 후폭풍을 상한제 도입으로 막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이번 개정안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상한제 적용 시점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에서 ‘최초로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변경하기로 했다. 2019년 6월 말 기준 서울에서 관리처분인가를 추진 중인 정비 사업지 66개 단지 6만8406가구가 상한제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후분양으로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던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처럼 서둘러 선분양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HUG 규제로 선분양을 선택하는 것이 후분양보다 일반분양 수입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한제 시행일이 10월이나 연내에 정해질 경우 시기가 촉박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는 단지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2019년 9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소공원에서 열린 ‘분양가 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총궐기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보 굴절되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일반분양 수입 감소에 따른 사업 수익 하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볼 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과 재개발 투자 수요는 줄고 가격이 크게 오르기는 힘들다. 수요자 관심이 단기적으로 신축 아파트나 일반 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다. 그러나 재건축과 재개발이 약세로 돌아설 경우 신축 아파트나 일반 아파트도 지속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기 어렵고, 나 홀로 강세는 쉽지 않다. 주로 투자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재건축과 재개발은 주택 가격을 이끌어가는 선발대, 실수요 중심의 일반 아파트는 재건축과 재개발을 따라가는 후발대 성격이 강하다. 후발대가 선발대를 앞설 수 없다. 더욱이 무주택자가 굳이 집을 사지 않고 값싼 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기다린다면 주택 거래가 많이 늘어나기 어렵다. 국토연구원이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서울 주택 매매가격을 연간 1.1%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전망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제는 최근 이런 경제학적 접근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를 ‘공급 부족’ 틀로 해석해버리면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일종의 ‘프레임 전쟁’으로 보고 싶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시장에 세 가지 신호를 보낸다. 앞에서 언급한 ‘재건축·재개발 타격’ ‘청약 대박’ 그리고 ‘공급 부족’이다. 언론이나 유튜브, 인터넷 카페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주로 공급 부족에 초점을 맞춘다. 반복되는 공급 부족 신호는 수요자에게 불안을 유발한다.
부동산시장은 단기적으로 펀드멘털(주요 경제지표)보다는 시장 참여자의 집단 기대심리를 반영한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5년 이내 신축 아파트가 호가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자 오래된 아파트도 영향받다보니, 타격받아야 할 재건축까지 하락세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분양시장까지 수요자로 북새통을 이룬다. 겉보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값싼 아파트가 많아지기 때문에 지금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는 게 낫다. 서울에서 청약 가점 70점 이상 되는 장기 무주택자는 청약 신청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이하 청약 가점인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당첨 커트라인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지금 통장을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상한제가 시행되면 서울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위축돼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리라는 걱정도 청약 열풍에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 분양이 나올 때 지금 통장을 쓰자는 생각에서다. 요즘 재고시장이나 청약시장에서 나타나는 공급 부족 프레임은 실체보다 불안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그래서 정부는 불안이 더 유발되지 않도록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하고, 일반 소비자도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한제 아파트 당첨보다 자금계획 중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70~80%까지 낮아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하지만 강남 등 인기 지역 시세의 60%, 거의 반값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청약 당첨만 되면 ‘로또의 로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청약 잠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당첨 가점도 높아질 것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서울은 84점 중 최소 60점은 돼야 당첨 확률이 있을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 중소형은 최소 70점은 돼야 당첨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상반기 투기과열지구 아파트의 평균 청약 당첨 가점은 50점이었다. 최고 점수는 82점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송파 위례신도시(공공택지)에서 나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대출이나 전매 제한이 심해 ‘묻지마’ 청약은 곤란하다. 분양가 9억원이 넘으면 대출이 안 되고 그 이하라도 주택 가격의 40%까지만 대출이 허용된다.
중간에 되팔기도 어렵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계약 후 3~4년인데, 주변 시세에 따라 5~10년으로 확대됐다. 주변 시세의 80% 미만은 10년, 80~100%는 8년, 100% 이상은 5년간 전매 제한을 적용받는다. 서울 지역은 대부분 10년(입주 뒤 7년)이라고 봐야 한다. 전매 제한 기간 내 불가피한 사유(세대 전원이 질병이나 취업 등으로 수도권 밖으로 이전)로 매각하는 경우 중개업소에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 주택을 일정 금액으로 우선 매입하기 때문이다. 이때 LH는 불입액에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평균이자율(2019년 5월 기준 연 1.97%)을 적용한 이자를 합산해서 매입자금을 지급하고, 이렇게 매입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출퇴근이 편리한 ‘직장·주거 근접’이나, 자녀가 있는 경우 교육·학군 등을 고려해 청약해야 한다.
이번에 도입하는 의무 거주 요건은 더 챙겨야 한다. 정부는 연내에 관련 법을 개정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해서도 분양 계약자가 일정 기간 살아야 하는 의무 거주 요건을 둘 예정이다. 현재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제51조에 따르면 분양 계약자가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입주해야 하고, 거주 의무 기간에 계속 거주해야 한다. 민간택지는 2~3년 정도 의무 거주 기간을 두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무 거주 요건을 도입하면 입주 때 전세로 임대를 놓기가 어려워진다. 그동안은 분양을 받았는데 잔금이 모자라면 전세를 놓아서 치렀지만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나 매매가가 3억원을 넘어서면 자금조달계획서와 입주계획서를 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세무 당국에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당첨자 모두를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개포지구나 신도시 분양 때도 청약이 과열되면 세무조사가 뒤따랐는데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당첨 못지않게 자금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 거듭 강조하고 싶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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