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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 중복에서 벗어나는 법
[정혁준의 비지니스 글쓰기]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정혁준 june@hani.co.kr

정현준 편집장

   
 

회사 회식 때 뷔페에 갔다. 그곳에서 먹은 것을 이렇게 썼다. “나는 어제 회식 때 뷔페에 가서 김밥을 먹었다. 갈비도 먹었다. 잡채도 먹었다. 초밥도 먹었다. 탕수육도 먹었다. 피자도 먹었다. 치즈케이크도 먹었다.”
‘먹었다’란 서술어가 이어 나온다. 문장이 단조롭다. ‘먹었다’는 동사를 이렇게 줄이는 게 낫다. “나는 어제 회식 때 뷔페에 가서 김밥·갈비·잡채·초밥·탕수육·피자·치즈케이크를 먹었다.”
그나마 이 문장에선 ‘먹었다’가 계속 나와 눈에 쉽게 띄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건 어떨까?

동사를 없애거나 바꾸거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
이 문장에서 같은 서술어 두 개가 연이어 나온다. ‘살아가면서’와 ‘살고 있다’이다. 하나는 생략해도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살아가면서’를 남겨두면 뒤에 나오는 서술어를 없애야 한다. 이렇게 해도 의미 전달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앞에 나오는 ‘살아가면서’를 빼고 뒤에 나오는 서술어만 살려주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말이다. “우리는 남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다른 동사로 바꿔주는 방법도 있다. “나는 영화를 본 뒤 집으로 가는 길에 줄거리에 대해 생각했다. 특히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여기서도 ‘생각하다’가 겹쳐 나온다. 두 문장에서 서술어 하나를 지우려면 문장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문장이 길면 좋지 않다. ‘생각하다’를 다른 동사로 바꿔주는 게 좋다. “나는 영화를 본 뒤 집으로 가는 길에 줄거리를 생각했다. 특히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삶을 곰곰이 되짚어봤다.” ‘생각하다’와 뜻이 비슷한 ‘되짚었다’로 고쳐주면 서술어 중복을 피할 수 있다.
“그는 회사에 가다가 우산을 안 갖고 온 것을 알고 집에 다시 갔다가 우산을 갖고 회사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갔다.” ‘갔다’가 세 번이나 나온다. ‘갖다’도 두 번 중복했다. 문장을 한번 고쳐보자. “그는 출근길에 우산을 놓고 온 것을 알고 집에 다시 가서 우산을 챙겨 회사로 가는 버스를 탔다.”
‘회사에 가다’는 ‘출근길’로 바꿔주면 된다. ‘안 갖고’는 ‘놓고 온’으로, ‘집에 다시 갔다가’는 ‘집에 다시 가서’로 고쳐주자. ‘우산을 갖고’는 ‘우산을 챙겨’로 바꾸자. ‘버스를 타고 갔다’는 앞에 ‘회사로 가는 버스’가 나오니 ‘버스를 탔다’로 간략하게 처리해주자.
이처럼 서술어가 중복돼 나올 때는 쓸데없는 서술어를 없애라. 생략하기 힘든 서술어는 다른 서술어로 바꿔라. 복잡해 보이지만 줄이거나 바꾸고 나면 문장이 가벼워진다.
같은 뜻의 서술어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하나만 써도 뜻을 전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하나를 지워라.
“생강차는 감기 치료를 위한 민간요법으로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문장에서 ‘이어져’와 ‘내려오고’는 같은 뜻이다. 굳이 2개를 쓸 필요가 없다. 하나만 쓰면 된다. “생강차는 감기 치료를 위한 민간요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는 “생강차는 감기 치료를 위한 민간요법으로 내려오고 있다.”
도올 김용옥은 동사 표현을 많이 쓰라고 한다. 동사는 움직이지만 명사는 움직이지 않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명사를 많이 쓰면 문장이 힘이 없지만 동사를 많이 쓰면 문장이 움직이고 결국엔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움직임이 떨어지는 동사는
물론 움직임이 떨어지는 동사도 있다. ‘나가다’ ‘버리다’ ‘시작하다’ 같은 동사다. “우리는 그들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이 문장에서 ‘나가다’를 빼라. 그러면 더 간결해진다. “우리는 그들보다 앞서고 있다.”
“그는 그녀를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이 문장에서 ‘버렸다’는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지워라. “그는 그녀를 기억에서 지웠다.”
“그 공장은 지난해부터 라면을 생산하기 시작했다”에서 ‘시작했다’는 특별한 의미 없이 자주 쓰는 서술어다. 처음 하는 일이 의미가 있을 때 쓰는 게 아니라, 의미 없이 쓰는 경우가 많다. “그 공장은 지난해부터 라면을 생산했다”로 써라. 동사 ‘생산했다’가 살아난다. “아침부터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는 어떤가? 굳이 이렇게 쓸 필요가 없다. “아침부터 라면을 먹었다”로 간결하게 쓰는 게 낫다.

명사를 동사로 바꾸는 ‘하다’
명사를 동사로 바꾸려면 명사에 ‘하다’를 붙이면 된다. ‘사랑’에 ‘하다’를 붙이면 ‘사랑하다’는 동사가 된다. 명사 ‘공부’에 ‘하다’를 붙이면 ‘공부하다’는 동사로 바뀐다. ‘하다’는 한자어나 외래어와 자주 결합한다. ‘사업하다’ ‘아르바이트하다’처럼 말이다.
다음 문장을 한번 보자. “나는 지난 토요일에 동네 친구와 함께 배드민턴을 친 뒤, 일요일엔 회사 동료와 함께 축구를 찼다.” 목적어(배드민턴, 축구)와 서술어(치다, 찼다)가 어울리지 않는다. 배드민턴을 칠 수는 없다. 배드민턴 셔틀콕을 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축구를 찰 수 없다. 축구공을 차는 것이다.
각 문장에 맞는 동사 ‘하다’를 넣어주자. “나는 지난 토요일에 동네 친구와 함께 배드민턴을 한 뒤, 일요일엔 회사 동료와 함께 축구를 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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