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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SK, 지지 않기 위해서는
[Editor's Letter]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술 유출과 특허 침해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중재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9월16일 비공식적으로 만났습니다. 결과는 결렬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만나더라도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오너가 아닌 ‘바지사장’이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아서입니다.

이 때문에 두 그룹 오너가 직접 나서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역시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이어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거지요. 최태원 SK 회장은 4월19일 충남 서산에 있는 SK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찾았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최 회장 사진과 함께 이것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CEO의 공장 방문은 고도의 전략적 메시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SK 배터리사업 미국법인이 있는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장을 내기 위해 준비할 때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공장을 찾은 건, 배터리사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연출’이었던 셈이죠.

전통적으로 ‘인화경영’을 기치로 화합을 중시하는 LG는 어떨까요? 2018년 6월 40대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고 나서 LG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LG전자는 최근 “삼성TV 화질이 국제 기준에 못 미쳐 8K(가로 화소수 약 8천 개)가 아니다”라며 삼성전자의 QLED 8K TV 신제품을 공개적으로 분해해 부품을 뜯어내기도 했죠. LG는 이전과 다르게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한 빅딜로 반도체사업을 넘겨야만 했던 LG로서는 차세대 반도체라는 전기차 배터리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 먹거리 사업입니다.

이 상황에서 흘러나오는 논란이 ‘국익 침해’입니다. 배터리 분쟁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만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국익을 위해 정부가 나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 역시 문제를 푸는 해법은 아닙니다. 글로벌 시대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막상 정부 중재로 합의한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대안은 무엇일까요? 소송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것입니다. 일본이 경제 보복을 강행하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일본 기업이 소재와 부품에서 지닌 기술력과 지식재산권이 바탕이 된 것입니다. 뼈아프지만 일본 기업은 소재와 부품에서 한국 기업보다 많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왔습니다. 이번 소송을 통해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지식재산권을 많이 쌓아가는 기업이 언젠가는 이긴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이건 LG와 SK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한테 ‘앞으로 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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