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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부럽고 프랑스엔 부족한
[Cover Story] 벼랑 끝 사회복지
[8호] 2010년 12월 01일 (수) 카밀 도리발 economyinsight@hani.co.kr

카밀 도리발 Camile Dori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노동·사회 부문 기자

 이미 30년 전부터 경제성장의 둔화와 대량실업이 사회보장제도를 흔들어왔다. 빈곤층 보호와 사회 편입, 실업수당 등 새로운 보장이 필요해져 공공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인구의 고령화는 퇴직연금, 건강보험 등 공공지출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이래 사회보장제도 구축을 위한 지출 증가율은 2%에서 4%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재정적 부담과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만약 복지 지출을 신중하게 증가시키고 사회복지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사용됐다면, 사람들은 이를 기꺼이 수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2000년대 초반 이래 사회복지 지출을 축소하려는 방침은 대체로 복지 혜택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의 조건을 더 어렵게 하고, 위험부담금의 일부를 사보험에 떠넘기는 형태로 나타났다. 지난 여러 해 동안 이뤄진 사회보장제도의 개혁 내용을 개괄해보는 이유다.
 
퇴직연금  감액의 고통 강요
 

 2010년은 퇴직연금제도에 새로운 개혁을 가져온 해다. 퇴직 연령을 60살에서 62살로 연장하고, 납부 기간이 얼마가 되든 공제 없이 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65살에서 67살로 늘렸다. 노동의 어려움은 극히 부분적으로만 고려됐다. 10% 이상 장애가 있다고 인정받은 노동자만 60살에 퇴직할 수 있게 허가했다. 장애인으로 판정받지는 않았지만 수명이 줄어들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을 배제한 것이다.
 이번 개혁은 2003년의 연금 개혁과 상당 부분 모순된다. 당시 사회복지 장관이던 프랑수아 피용은 퇴직연금 전액을 받는 데 필요한 납부 기간을 늘렸고(2012년에 41년이 된다), 개인퇴직연금 가입을 장려했다. 그래도 당시에는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와 연금 액수를 개인이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학업 등으로 연금 납부가 유예된 기간에 대한 추가불입이 가능해졌고, 이른 나이부터 일을 시작한 장기 경력자들이 56~59살에 퇴직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장애인수당은 2012년에 776유로를 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오늘날 빈곤선보다 174유로 적은 것이다.

 그런데 연금 수급 나이를 늦춘 2010년의 개혁은 2003년 ‘가산제도’Tip & Tap의 실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프랑스의 55~64살의 고용률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39%에 불과하다. 따라서 올해의 개혁안은 실직 상태에 있거나, 조기퇴직했거나, 어려운 근로조건으로 지친 연장자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이들이 퇴직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67살까지 억지로 견디기는 힘들다. 퇴직연금의 고통스러운 ‘감액제도’Tip & Tap에 가장 많이 노출될 사람은 이런 연장자들이다. 결국 개혁은 가장 약한 연장자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장치를 수반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
 
건강보험  서민의 치료권 배제 

 1996년 이후 사회보장재정조달법으로 관리된 건강보험의 ‘구멍’은 점점 커져만 갔다. 올해에는 적자가 1140억유로에 달할 것이다. 내년에는 적자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이 고안돼 있다. 특정 약물에 지급되는 부담금의 수준을 줄이거나 만성 질병 때 100% 부담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는 따위다.
당국이 건강보험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공제금액을 올리는 것, 지출을 억제하는 것, 환급금을 줄이는 것이다. 2008년까지 널리 사용된 공제금액 인상 방식은 세금과 납부금의 수준을 낮추려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
 건강보험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특허권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의약품을 개발하고, 의사에게 처방전 수를 줄이도록 하는 식의 여러 조치가 2000년대에 취해졌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기대만큼 비용을 삭감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 마지막 남아 있는 방법은 환급금액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정부는 이 방법을 사용했다. 진찰비 도입, 입원비 인상 등이 그것이다. 이런 조처들은 건강보험 지출을 점진적으로 감소시켰지만 보완적인 다른 의료보장제도에 의한 환급금 증가를 불러왔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환급금은 2001~2008년 27% 늘었다. 이에 따라 보완적 의료제도의 납부금은 같은 기간에 44%나 인상됐다. 1인당 평균 납부금은 2008년 511유로로 부담이 큰 액수다. 가난한 서민 가정은 치료받을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실업보험  유일한 보루마저 흔들 

 실업수당도 최근 지출을 제한하고 있다. 2001년엔 실업보험 수혜 조건을 완화하고 수당액을 늘렸다. 이는 경기침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2004년 수당 지급 기간이 단축됐다. 기업은 실업보험을 경기순행적인 방식으로 관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작 실업자가 지원이 더욱 필요할 때인 경기둔화기에, 적자를 줄이려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실업보험은 약간 수정됐다. 지난 28개월 동안 4개월간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은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2개월 중 6개월 동안 납부해야 했던 과거보다 전향적이다. 이런 변화는 임시직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하루치 보험료 납부는 하루치 수당과 같다’는 원칙을 세웠다. 즉, 16개월 동안 실업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은 (23개월 동안 수당을 받을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16개월간만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연금 개혁과 관련한 사회적 긴장이 팽팽한 상태에서, 이제부터라도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협약을 찾을 수 있을지 우리는 자문해봐야 한다. 연금 개혁으로 이제 60~62살에 해당하는 많은 실업자들이 실업보험을 통해 부양받을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실업수당이란 차원을 넘어서 ‘합리적 일자리 제공’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구직자가 추천받은 일자리 두 곳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과연 합리적인가 말이다.
 
기초생활 보장  수혜자에게 낙인 효과 

 지난해 6월에 생긴 ‘능동적 연대소득’(RSA·실업수당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재취업하는 실업자에게 그 부족분만큼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은 기초생활보장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이는 일하는 사람에게 일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많은 수당을 줌으로써 생활보조금을 받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나서게 하기 위한 것이다. 능동적 연대소득은 두 가지 조처로 돼 있다. 하나는 ‘기본’수당이라는 측면인데, 이는 기존의 ‘최저통합수당’(RMI·일정한 수입이 없어 최저소득에 못 미치는 25살 이상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생계비)과 ‘한부모가정보조금’(API·자녀를 홀로 부양하는 이에게 자녀 수에 따라 매월 지급하는 수당)을 대체한다. 반면 ‘활동수당’은 저소득 노동자에게 보조수당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업자는 그들이 일할 수 있게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능동적 연대소득은 중대한 결점이 있다. 행정적 절차가 복잡하고 수혜자에게 낙인을 찍는 효과가 있다. 이는 능동적 연대소득의 활동수당 부분이 매우 느리게 늘어난 이유를 설명해준다. 기본수당 부분은 높은 실업률로 급증했는데 말이다.
 최저통합수당과 달리 능동적 연대소득이 가족 부양 의무가 없는 25살 이하의 젊은이들에게도 열려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대부분의 젊은이는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노인부조  양로원도 못 가는 수당

 지금까지 노인부조를 위해 제시된 제도는 2002년에 제정된 개인자립수당(APA)이다. 이 수당은 60살 이상이면서 사회보장 담당 의료진이 자립할 수 없다는 확인을 해준 노인에게 다양한 도움과 서비스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해준다. 이 혜택은 누구에게나 제공되지만 그 금액은 수혜자의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자립수당은 도입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9월 말 113만 명이 수령자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지급된 총액이 많지 않은 이유는 뭘까?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에겐 평균 매달 409유로, 요양원 등 기관에서 생활하는 노인에겐 321유로가 지급됐다. 양로원에 머무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개인자립수당이 보전하는 비용을 빼더라도 매달 1600유로 정도다. 이는 평균 퇴직연금(1300유로)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이런 현실에 직면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노인부조의 과감한 개혁을 선포했다. 퇴직연금 개혁이 끝나는 대로 노인부조의 부담을 국민연대시스템에 지게 할 것인지, 아니면 사보험에 맡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통령이 후자 쪽으로 기운 것처럼 보인다. 저소득 가정은 사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안 돼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음에도 말이다.
 
장애인  빈곤선에도 못 미치는 수당 

 2005년 2월 입법으로 장애와 관련된 급부 전반을 개혁했다. 장애인기관 설립, 중증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최소보조금인장애수당’(AAH) 인상, 사람이나 기술 혹은 동물의 도움을 받는 데 필요한 비용과 주거 공간이나 차량을 관리하는 비용을 제공하는 ‘장애보조금’(PCH) 제정 등이 그것이다. 언뜻 보기에 이것은 커다란 진보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들은 이 조처들이 이행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비판한다. 또 이들은 현재의 빈곤선이 1인당 월 950유로 정도인데, 장애수당이 25% 인상된다고 해도 2012년에 776유로에 그칠 것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장애인에게는 환급받지 못하는 약값, 비싼 입원비, 50센트씩 부과되는 약 포장비 등 추가 지출이 있다.
 가족 부문의 사회보장도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됐다.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던 과거의 방식과 달리 수혜자의 수입에 따른 급부 방식을 개발한 것이다. 또 여성노동 신장, 이혼과 한부모 가정 증가 등에 따라 가족 관련 보장 조처는 직장생활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해갔다. 이에 따라 2002년 11일간의 아버지 출산휴가제도가 도입됐고, 2004년에는 육아수당(Paje)이 만들어졌다. 수혜자 소득과 연계한 지원책으로 출산장려금과 육아수당이 있다. 소득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제도로는 보모를 둘 때 감세 등 재정 지원과 유급 육아휴직이 있다.
 유급 육아휴직은 대부분의 여성이 선택한다. 당국은 이런 조처를 통해 엄마들이 노동시장에서 멀어지게 하거나 노동시간을 단축하도록 부추긴다. 한편으론 단체 보육시설의 수용 규모를 확대하려 애쓴다. 이 양면성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선택의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프랑스의 가족 정책은 지금까지 이 양자 사이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Tip & Tap>

가산제도
프랑스에서 정년퇴직 뒤 100%의 퇴직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총 160분기, 즉 40년 동안 사회보장부담금을 불입해야 한다. 그런데 자녀가 있는 주부들에게는 연금 불입 기간에 가산 혜택을 준다. 양육 기간 중 한 자녀당 8분기 범위 내에서 1년에 1분기를 가산해준다. 두 자녀를 둔 주부는 16분기까지 가산되며, 세 자녀를 둔 노동자 계층의 주부는 30년간 연금을 불입하면 100%의 노후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 자녀 이상을 둔 부부에게는 은퇴연금에 10%를 추가해 지급한다.
감액제도
퇴직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나이 이전에 퇴직해 연금을 청구하면 받는 금액이 줄어든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백수린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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