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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에서 찾은 경영혁명
[Book]<과학적 관리법>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조계완 국내편집장 kyewan@hani.co.kr


   
 
 <과학적 관리법> 프레드릭 테일러 | 방영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0

“나는 ‘과학적 관리법’이 머지않아 문명화된 세계에 일반적인 원칙으로 널리 보급될 것이며, 그런 일이 빨리 실현될수록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라고 깊이 확신한다”(41쪽) 테일러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과학적 관리법>(1911년·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은 20세기 초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당시 서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현대 경영학은 <과학적 관리법>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고전파 정치경제학이 ‘노동과 가치’를 둘러싸고 여전히 논쟁을 거듭하고 있던 당시 이 책을 기점으로 20세기 ‘경영자 혁명’의 출입구가 활짝 열린 것일까.
미국의 사회학자 다니엘 벨은 “테일러가 명성을 얻게 된 건 1899년 슈미트라는 네덜란드 인에게 하루에 12.5톤이 아니라 47톤의 선철을 삽으로 운반하도록 만든 뒤부터이다. 삽의 크기, 삽을 넣는 위치, 한 삽의 무게, 걷는 거리, 삽을 흔드는 각도, 휴식 시간 등 작업의 모든 부분은 (<과학적 관리법>에서) 엄밀하게 규정되었다”(브레이버만, <노동과 독점자본>; <노동과 독점자본>을 참조하면 <과학적 관리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레이버만의 신랄한 비판

과학적 관리법에는 △선철운반 작업 △삽질 작업 △벽돌쌓기 작업 △베어링볼 검사 작업 △금속절삭 작업 등 여러 실험을 놀랍도록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과연 일류 노동자가 하루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하려면 1회 삽질에 얼마나 많은 양을 파야 할까. 테일러가 서술한 작업사례 중 가장 가장 많이 알려진 실험은 다니엘 벨이 앞서 언급했던 베들레헴 제강회사에서의 선철 운반작업이다. 테일러는 이 작업의 감독자로 있었다. 무섭도록 철저한 ‘시간·동작연구’를 거쳐 테일러는 선철운반자가 하루에 평균 약 12.5톤이 아니라 47.5톤을 운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좌파 사회학자 브레이버만은 “도대체 삽을 흔드는 각도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테일러는 단순한 사고체계를 만들어 선명한 논리와 솔직함과 복음 전도자적인 열성을 갖고 전파시켰다. 이로 인하여 자본가와 관리자들 사이에서 그의 강력한 추종자들이 나타나게 되었다”(<노동과 독점자본>).
테일러가 정식화한 과학적 관리는 3가지 원리로 집약된다. “관리자는…과거에 노동자가 소유하고 있던 모든 전통적인 지식을 모아 분류하고 표로 만들고 도식화하여 규칙, 법칙, 공식으로 만들어야 한다”(제1원리), “두뇌작업은 가능한 한 공장으로부터 분리되어 계획부나 설계부에 집중되어야 한다”(제2원리). 이 두 원리로부터 제3의 원리가 도출된다. 즉 “지식에 대한 이러한 독점을 이용하여 노동과정의 각 단계와 그 행위양식을 통제한다”(<노동과 독점자본>). 이제‘테일러리즘’의 성격이 명확해지고 있다. 테일러는 인간노동 능력을 동물의 그것보다 뛰어나게 만들어주는 근본 특징이었던, 일의 ‘구상과 실행의 결합’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곧 ‘구상과 실행의 분리’다. 테일러의 ‘작업의 과학’은 작업장에서 ‘노동의 창의’를 박탈하고 노동을 ‘통제’하기 위해 기획·고안된 자본가 또는 경영자의 무기가 된다. 그럼, “왜 작업은 노동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관리자에 의해 연구되어야 하는가?”, “왜 과학적 노동이 아니라 과학적 관리인가?”
테일러의 대답은 간명하다. “농땡이 부리기, 늘어지기 등 근무태만은 노동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사악한 행위다.

노동자는 게으르다?

본래 활동적인 사람도 게으른 사람 옆에서 며칠만 일하면 ‘이 게으른 친구들은 작업량을 반밖에 채우지 않으면서도 나와 똑같은 일당을 받는데 내가 왜 열심히 일해야 하지?’라는 ‘체계적인 근무태만’에 빠져들게 된다…이 모든 (과학적 관리)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이 책을 통해 기존의 관점을 차츰 바꾸게 되기를 바란다…노동자들은 노동으로 얻은 성과가 모두 자신들의 공이며, 고용주들이나 사업에 투자된 자본은 성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태도를 조금씩 바꾸게 되기를 기대한다.” 여기서 이데올로기 투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즉, 이윤은 착취가 아니라 과학적 관리법이라는 직무를 경영자가 떠맡고 수행하는데서 나오는, 자본의 정당한 몫이다! 테일러의 세계에서 경영자는 과학적 관리를 위한 지식을 창출하고 노동자에게 전달하고, 노동자는 이 지식을 학습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물론 테일러는 주장한다. “과학적 관리법의 기본철학은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가 최대 번영을 이루는 데 있다. 노동자도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되고 사용자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그러나 브레이버만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는 과학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과학으로 위장된 관리의 대표로서 작업장에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과학적 관리법>과 그에 대한 가장 혹독한 비판인 <노동과 독점자본>은 이론에서나 실천에서나 ‘20세기 노동과 자본’을 강력하게 지배한 ‘살아있는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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