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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중유, 황 배출 심각 메탄·수소 연료화 모색
[ENVIRONMENT] 선박 대기오염 해법은?
[113호] 2019년 09월 01일 (일)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q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대형 관광유람선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주데카운하를 지나가고 있다. 2019년 6월2일 이곳에서 ‘MSC 오페라’호가 정박 중이던 유람선과 추돌했다. REUTERS
세계화는 크루즈선, 유조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중유를 연료로 한 선박 운항을 확대하며 항구 지역 거주민의 삶과 기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베네치아를 비롯한 지중해 관광 항구도시에 사는 주민은 대형 크루즈선을 더는 참아내기 힘들다. 이들이 대기를 오염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고 주범이기까지 하다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2019년 6월2일 베네치아 주데카운하에서는 ‘MSC 오페라’호가 갑자기 제어력을 잃고 부두로 돌진해 정박 중이던 유람선과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우연의 일치일까. 사고 발생 이틀 만에 유럽교통환경연합(T&E)은 대형 관광여객선의 온실가스 배출 실태에 대한 충격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T&E에 따르면, 2017년 모두 47척의 여객선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여객선 사업자 카니발(코스타·아이다·프린세스 크루즈 보유)은 유럽연합 안에서 운행 중인 전체 자동차 2억6천만 대가 배출한 양의 무려 10배가 넘는 황산화물을 바다에 쏟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산화물 배출 주범
이 연구는 상업적 목적의 상선이 얼마나 많은 양의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를 배출하는지를 고스란히 증명했다. 이들 오염물질은 해당 지역에서 폐질환과 조기사망 비율을 높이는 등 각종 폐해를 낳고 있다. 석유 정제 공정의 부산물인 중유는 값이 싸지만 오염도가 높다. 여전히 전세계 여객선과 화물선은 연료를 거의 전적으로 중유에 의존한다. 건강한 삶을 영유할 권리를 침해하는 이 문제에 당국이 대처에 나선다고는 하지만 턱없이 미흡하다.
 
여객선 47척이 자동차 2억6천만 대보다 10배 넘는 황을 배출한다고, 자동차가 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뜻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화물선 14척이 전세계 모든 자동차보다 더 많은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한다고 확실하게 단언하기도 힘들다. 황은 모르겠지만 탄소에선 사정이 다르다. 
 
현재 해상운송에서 나오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10억t에 이른다. 모든 종류의 운송 수단이 배출하는 양의 11%에 지나지 않는다. 기차보다는 5배 높다. 하지만 트럭과 자동차와 비교하면 각각 2배, 4.5배 더 낮다. 75억 명이 에너지를 소비하며 내놓은 이산화탄소 총량에서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3%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만족할 일은 아니다. 1990년 이후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배나 늘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도 하루빨리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항공업계처럼 해운업계도 대개 국제 규범을 근거로 규제된다. 파리기후협약 체결 2년 뒤인 2018년 4월 국제해사기구(IMO) 177개 회원국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로 줄인 데 이어, 2050년에는 최소 5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치를 발표했다. 또 단기 온실가스 배출량 상한선을 책정하는 한편, 2023년까지 기존 행동계획을 손보기 위해 각종 조처에 나서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야심찬 계획도 모든 당사자의 전적인 동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타협안이다. 기술적 또는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다소 뒤떨어진다. 환경단체만 그 미흡함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로이드선급협회도 이미 2050년 해운 분야 ‘제로 이산화탄소’ 달성을 목표로 각종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마법 같은 비법이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해상운송 수요 변화, 운항 방식 변경, 기술 개선, 비화석연료 도입 등 모든 변수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 대형 컨테이너선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정박해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육상 전원 공급시설을 의무화해 선박들이 정박 중에 기름으로 발전기를 돌릴 필요가 없도록 했다. REUTERS
현실적 방안들
앞으로 해운 수요는 어떤 식으로 변할까? 국제무역이 꾸준히 느는 가운데 상반된 경향이 함께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에너지 전환에 따라 화석연료 운송 수요(해상운송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28%는 유조선이다)가 줄어들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일부 생산라인이 본국으로 재이전될 것이다. OECD는 수요예측에 신중하다. 해운업계의 에너지 수요 증가세가 꺾일 수는 있겠지만,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운영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경제적이고 실천에 옮기기도 쉬운 주요 대책은 화물선 운항 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생태전환부(환경부) 주장에 따르면, 선박의 평균 속도를 12노트에서 11노트로 줄이면 연료 소비를 18% 줄일 수 있다. 10노트까지 낮춘다면 무려 30%를 절약할 수 있다. 
 
장마르크 루에 프랑스선주협회 회장은 전세계 선박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벌크선은 이런 조처를 적용하기 쉬울 것이라고 했다. “운항 속도를 줄여도 납품 기한을 맞추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다시 해운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워낙 많은 벌크선이 제조됐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IMO가 정말 선박 운항 속도를 줄이기로 결정할 수 있을지, 또 언제쯤 규제를 실행에 옮길지 하는 문제다. 사실상 이 조처는 단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줄일 유일한 방안에 해당한다. 2019년 4월30일, 120개 선주와 9개 국제단체(T&E, 그린피스, 세계자연기금 등)는 IMO에 탄원서를 보내 조속한 약속 이행과 계획 실행을 압박했다. 
 
선박 설계와 운항 중인 선박 개선도 온실가스 저감에 중요한 지렛대다. 조금 더 날렵한 형태의 선체, 물의 저항을 줄여줄 코팅 작업, 엔진 효율성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IMO는 2011년 선박의 에너지 효율 기준을 정했지만, 구속력이 낮아 실행력이 떨어진다. “보통 선박 수명은 20~30년에 이르지만, 이 조처는 2013년 이후 운항에 들어간 신규 선박에만 적용된다.” T&E 해운 부문 책임자 파이그 아바소프의 설명이다. 
 
선박 설계와 운영에서 많이 개선된다면 선박 탈탄소화의 마지막 단계인 완전한 화석연료 퇴출이 훨씬 더 쉬워진다. 사실 바람(탄소 소재의 특수 돛, 연, 터빈 등 활용)은 잠재적 가능성을 지녔지만 언제나 부차적 역할에 그친다. 원자력도 해당 산업 미래를 생각하면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 연료전지 역시 단거리 운항에서만 가능한 해법이다. 한마디로 연료를 선창에 채우지 않고 선박을 운항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 유럽에서 선박으로 인한 오염이 가장 심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에서 대형 유람선이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황산화물을 포함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REUTERS
메탄 또는 수소
그렇다면 어떤 연료에 투자해야 할까? 현재 메탄과 수소, 두 가지 선택이 대립 중이다. 그 이면에는 이익 충돌이 있다. 선주들은 확실히 메탄을 선호한다. 메탄 시장은 한창 발전 중이다. 최근 선주들은 환경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액화천연가스는 황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중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적다. 
 
물론 액화천연가스 주성분인 메탄은 화석자원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이오매스(에너지 작물, 식물성 잔재물, 해초)에서 메탄을 얻거나, 재생 전기로 수소를 메탄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황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메탄 연료 선박은 앞으로 친환경 메탄을 사용하더라도 크게 개조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비화석 친환경 메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잠시 제쳐놓더라도, 이 미래의 메탄은 가용성 측면에서 분명히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앞으로 100억 명의 인류를 먹여 살려야 하는 세상이 올 때, 바이오매스로 연료까지 생산하려면 무엇보다 다른 대안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야 할 것이다.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을뿐더러, 바이오매스 연소 없이도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지중해 남부 해안은 태양에너지 생산 전기를 이용한 전기분해 방식을 통해 산업적으로 수소를 생산하기에 좋은 입지를 타고났다). 그러나 에너지밀도가 매우 낮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소 선박은 화물과 승객을 실을 자리까지 모두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연료탱크가 필요하다. 
 
이는 과장된 이야기다. 몇 가지 기술적 해법만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까지 연료 부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일하는 세드리크 필리베르는 암모니아(수소와 질소로 합성)의 장점을 얘기한다. 암모니아는 수소보다 에너지밀도와 액화 온도가 -33°C로 훨씬 높다(수소는 -253°C). 연료를 액체 상태로, 훨씬 압축적인 형태로 저장하기에 좋다. 아바소프에 따르면, 20일 이상 선박을 운항하기 위해 선창 가득 연료를 채울 필요가 없다.
 
선박 수명을 고려할 때 선주로서는 액화천연가스에 투자하는 편(따라서 수소를 무시하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해운산업의 실질적 탈탄소화를 이루고 전자연료(수소나 암모니아) 도입을 확대하려면 업계가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기후온난화 문제의 시급성에 비춰본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조금 더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먼저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과 저탄소 기술 비용이 점점 낮아질 것이다. 반면 화석연료에는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해상운송에 드는 에너지 비용이 최종 상품이나 전체 가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한마디로, 오늘날 면세 혜택을 누리는 국제해운 선박 연료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유관 업계에 책무를 지우지 않는다면, 결국 탈탄소 혁명도 불가능하다. 
 

황산화물에 뒤덮인 항구
 
유럽교통환경연합(T&E)은 선박 이동을 추적한 위성자료를 토대로, 2017년 유럽 항구도시에서 크루즈선이 배출한 황산화물·질소산화물·미세먼지(PM2.5) 등의 배출량을 평가하고, 같은 도시에 등록된 차의 배출량과 비교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크루즈선들은 등록된 차량 34만 대보다 3.7배 많은 황을 내뿜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 오염물질 배출 규모에서 마르세유는 유럽 항구도시 가운데 8위다. 선두 자리는 바르셀로나, 팔마데마요르카, 베네치아가 차지했다. 
 
2020년부터 선박의 황 배출량 상한은 기존 3.5%에서 0.5%로 강화된다. 그러나 10년 만에 겨우 도입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이 규정이 유럽연합에서 큰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 전망이다. 영불해협-발트해-북해 해역이나 2시간 이상 선박이 정박하는 항구 안에서는 선박의 황 배출량을 이미 0.1%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동차 경유에 적용하는 기준치(0.001%)의 무려 100배가 넘는다. 
 
해양이나 항구에서 오염물질 배출 기준치를 강화하는 것 외에 생각해볼 만한 방안이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부두마다 육상 전원 공급시설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육상 전원 공급시설과 연결하면 정박 중인 선박이 굳이 기름으로 발전기를 돌릴 필요가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육상 전원 공급시설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유럽에선 선택사항이어서 실행에 옮긴 항구도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선주들은 항만시설이 미비한 상태에서 선박을 개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각 항만 또한 이용할 수 있는 선박이 소수라서 전력시설을 갖추기를 주저한다. 항구 지역 오염을 막기 위한 해법인 육상 전원 공급시설 설치는 선박의 탈탄소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단, 이때 쓰이는 전기가 비화석연료에서 생산된다면 말이다.


* 2019년 9월호 종이잡지 81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7월호(제392호)
Transport maritime: assez d’enfumage!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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