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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개선·실용성에 여가문화 한몫
[국내이슈] 이유 있는 SUV 열풍
[113호] 2019년 09월 01일 (일) 홍대선 hongds@hani.co.kr
홍대선 <한겨레> 기자
 
   
▲ 2018년 10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 전시된 현대 코나 전기자동차. 코나는 2018년 5만 대 넘게 팔려, 쌍용의 티볼리를 제치고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판매 1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스포츠실용차(SUV)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덩치 큰 대형차급에서 작은 체구의 소형차급까지 SUV 선호 현상은 이제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흐름을 타고 2019년 상반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한 승용차 가운데 SUV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판매 차량 10대 중 5대는 SUV라는 이야기다. SUV 열풍이라 할 만하다.
 
세계적으로도 SUV는 강세다. 중국의 승용차 판매에서 SUV 비중은 40%를 넘었고, 미국에서도 픽업트럭과 함께 판매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차를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이 느는 게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쌍용차 ‘티볼리’에 이어 현대차 ‘코나’와 ‘베뉴’, 기아차 ‘스토닉’과 ‘셀토스’ 등 소형차급부터 쌍용차의 ‘G4 렉스턴’과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 대형차급 열기까지 가세하면서 볼륨이 더 커졌다.
 
최근 몇 년 새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소형차급 기세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부진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작은 체구의 SUV들은 신차 경쟁으로 다시 판을 키워가고 있다. 현대차는 8월7일 코나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새로 선보였다. 현대차의 첫 하이브리드 SUV 모델이다. 2020년형 모델이 함께 나오면서 코나는 기존 가솔린·디젤·전기차에 더해 소형 SUV 차종에서 최다 엔진 라인업으로 재무장했다. 2017년 등장한 코나는 쌍용차의 티볼리 돌풍에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개발된 차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배기량 1.6ℓ 엔진과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조합해 19.3㎞/ℓ 연비를 갖췄다.

신형 모델 잇단 출시
7월에는 현대차가 베뉴, 기아차가 셀토스를 각각 출시했다. 베뉴는 현대차가 1인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해 만든 소형 SUV로, 코나보다 덩치가 작은 막내급이다. 현대차는 ‘혼라이프’라는 개념의 광고를 만들어 치고 나왔다. 1.6ℓ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가 조합됐고, 최신 안전 사양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가격은 1400만원대부터다. 셀토스와 정면승부가 예상된다. 
 
셀토스는 기아차가 ‘하이클래스 SUV’라는 개념으로 개발한 차다. 차명은 ‘스피디’(Speedy)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 아들 ‘켈토스’(Celtos)를 합성한 것이다. 작지만 강인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셀토스가 합세하면서 기아차는 소형차급에서만 쏘울, 니로, 스토닉 등 탄탄한 제품군을 형성하게 됐다. 준중형은 스포티지, 중형차급 이상에선 쏘렌토, 모하비가 버티고 있다. 현대차와 함께 만만찮은 라인업을 구축한 셈이다. 기아차 쪽은 “셀토스는 젊고 혁신적이며 대범한 스타일로, 차원이 다른 하이클래스 SUV”라고 설명했다.
 
한 달 앞선 6월에는 쌍용차 티볼리가 한층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신형 티볼리에는 새 엔진이 탑재됐고 내·외관 디자인도 크게 바뀌었다. 부분 변경 모델인데도 4년 만에 신차급 변신을 꾀했다는 뜻에서 쌍용차는 ‘베리 뉴 티볼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티볼리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4년 전 첫선을 보인 이후 소형 SUV 부문에서 판매 1위를 지켜오던 티볼리는 2018년 현대차 코나에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후발 주자인 코나는 2018년 한 해 동안 5만 대 넘게 팔리면서 티볼리를 추월했다. 티볼리로선 코나 말고도 다른 도전자의 추격이 거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신형 디자인은 스포티하면서도 강렬해졌고, 쌍용차로선 처음으로 1.5ℓ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해 차별화를 꾀했다. 회사 쪽은 “첨단 주행안전 기술과 디지털 인터페이스, 강력해진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으로 시장을 다시 선도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였다.
 
SUV 차량이 ‘기름 먹는 하마’로 평가절하되던 시절이 있었다. 덩치 큰 차가 주류를 이뤘고 연비도 좋지 않을 때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며 그렇게 뒤로 밀려났던 SUV는 저유가와 경량화, 연비 개선 등에 힘입어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렀다면 지금 같은 위상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다. 소형 SUV 선호 현상은 작지만 중형 못지않은 주행 성능과 감성적인 디자인, 합리적 가격 등 실용적 가치를 중시하는 세태를 반영한다. 2018년 국내 소형 SUV 판매량은 15만 대가 넘을 정도로 제법 큰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팰리세이드가 일으킨 대형화 바람이다. 몸집이 큰 차는 아무래도 연료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2018년 말 현대차가 팰리세이드를 선보인 뒤 헤비급 차종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처음 선보인 크기의 SUV다. 광고에서 공룡에 비유한 이 덩치 큰 차는 실은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 국내에서 인기 많은 것에 현대차도 놀라워할 정도다. 지금 계약해도 6개월 넘게 기다려야 하니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팰리세이드는 2019년 상반기 국내에서만 3만 대 넘게 팔렸다. 현대차 실적 개선을 주도하는 효자 차종인 셈이다. 
 
   
▲ 2019년 3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기아자동차 SUV 모하비 마스터피스 모델이 공개됐다. 연합뉴스
팰리세이드 돌풍
팰리세이드 선전에 힘입어 기아차는 하반기 출시할 신형 모하비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모하비는 명성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신형은 2019년 3월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한다. 당시 모터쇼에서 모하비 콘셉트카는 미디어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아마 전통 SUV 스타일을 계승하는 동시에 부분 변경 모델임에도 신차급 파격적인 시도로 존재감을 강렬하게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차량 앞면에 새로운 대형 그릴을 배치했고, 파워트레인으로 후륜구동 기반 3.0ℓ V6 디젤엔진을 앉혔다. 기아차는 8월14일 신형 ‘모하비 더 마스터’ 외장을 공개하고 9월 출시 채비에 들어갔다.
 
최근 5년간 대형 SUV 시장을 보면, 연간 판매 기준으로 3만 대 안팎에서 정체됐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한정된 구매층을 보유한 차종이긴 하지만, 신차 출시가 적었던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다른 차종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임을 뜻하기도 한다. 대형차 수익성은 중소형차보다 훨씬 좋다. 수요만 뒷받침된다면 완성차 업체가 마다할 이유가 없는 차종이다. 

제네시스, 수입차에 도전장 
SUV 선호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금으로선 속단하기 힘들다.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등에서 진화를 거듭하는 만큼 시장 수요는 계속 생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인 ‘GV80’이 나오면 국내 SUV 시장은 한 단계 진일보한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에서 독립한 고급 브랜드인 만큼 제네시스 SUV는 고성능 프리미엄 차임을 표방한다. 2017년 미국 뉴욕오토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스파이샷을 보면 세단인 G80보다 훨씬 큰 범퍼가 눈에 확 들어온다. 지금까지 프리미엄 고급 SUV 시장은 대부분 수입차가 장악해왔다. 포드 익스플로러를 비롯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벤츠 CLS클래스, 베엠베(BMW) X6, 재규어 F-페이스, 포르쉐 카이엔 등이 대표급 차다. 1억원 안팎 고가 수입차에 견줘 제네시스 GV80은 5천만원대에서 출시가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가격경쟁력을 갖고 출발하는 셈이다. 
 
픽업트럭 경쟁도 볼 만하다. 한국지엠(GM) 쉐보레가 곧 선보일 아메리칸 정통 픽업트럭 ‘콜로라도’는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에 맞설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선점한 렉스턴 스포츠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가 관전 포인트다. 쉐보레는 콜로라도에 이어 9월에 대형 SUV ‘트래버스’를 내놓는다. 역시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 SUV다. 전장 5189mm, 휠베이스 3071mm로 동급 최대 크기다. 차체가 큰 만큼 실내 공간도 여유가 있다. 3.6ℓ V6 직분사 가솔린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36.8㎏·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가격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지만, 쉐보레는 북미 지역에서 높은 인기를 입증받은 만큼 소비자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강자들도 바빠졌다. 르노삼성차는 최근 ‘더 뉴 QM6’를 내놓고 전열을 재정비 중이다.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은 뒤라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형 QM6는 2016년 출시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부분 변경 모델이다. 여기에 엘피지(LPG) 모델이 가세하면서 QM6는 동급 차종에서 가장 폭넓은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갖췄다. 르노삼성은 9월 닛산 ‘로그’ 생산량을 대체할 신차 ‘XM3’의 수출량까지 확보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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