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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MB를 계속 따라갈까
[Editor's Letter]
[113호] 2019년 09월 01일 (일)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1985년 9월22일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주도로 프랑스·독일·일본·영국 재무장관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데 서명합니다.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였죠. 달러 가치를 내리고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 가치를 높이는 게 합의 뼈대였습니다.
 
플라자 합의 뒤 2년 동안 달러 가치는 30% 이상 급락합니다. 미국 제조업체는 달러 약세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해외시장에서 잘나가게 됐고, 미국 경제도 회복세를 찾아갔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엔고에 따르는 불황을 막으려고 저금리 정책을 썼습니다. 금리가 떨어지니 돈은 부동산 투기로 흘러 들어가고, 그 거품으로 일본은 장기 불황을 맞게 됩니다.
 
플라자 합의를 눈여겨본 한 정권이 있었습니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려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렸습니다. ‘기업 프렌들리’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을 폈죠. 대기업이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오면 덩달아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낙수효과’를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기대한 낙수효과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해외에서 달러를 많이 벌어도 일자리가 많이 늘거나 중소기업이 더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들은 애플과 도요타와 경쟁해야 했기에 돈을 막 풀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져 석유와 원자재 같은 해외 수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랐습니다. 국내 물가도 따라 올라 서민만 힘들어졌습니다. ‘MB노믹스’라고 홍보했던 그분은 그 뒤 여러 비리에 얽혀 교도소로 걸어갔습니다.
 
또 다른 한 분도 MB를 따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입니다. 이분 역시 MB처럼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며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벌이는 경제정책을 ‘아베노믹스’라고 포장합니다. MB노믹스와 일란성쌍둥이 같은 아베노믹스가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일본 중앙은행을 통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흩뿌리듯 엔화를 막 찍어내는 점입니다.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가 떨어지면서 대기업 이윤은 늘어나고, 주가도 집권 전보다 2배 뛰었습니다. 실업률도 떨어져, 구직자보다 구인자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MB와 다르게 성공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 아베노믹스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은 거의 매해 마이너스였습니다. 실질임금 수준은 아베노믹스 이전보다 떨어졌습니다. 일자리는 늘어났지만, 인구가 줄어든 탓에 나온 일자리였습니다. 늘어난 일자리마저 ‘질 좋은 일자리’가 아닌 비정규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본 반도체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소재·부품 중소기업의 수출길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MB노믹스와 마찬가지로, 아베노믹스는 보통사람과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아베는 MB와 같은 길을 계속 걸을까요?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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