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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임대료 동결 세입자 대책 성공할까
[LIFE] 베를린 주택전쟁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알렉산더 융 등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베를린시 당국이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집세를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시의회에 그런 조치를 취할 재량권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안네 자이트 Anne Seith <슈피겔> 기자
 
   
▲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샤인지구 렌바흐 거리에서 세입자들이 임대료 상승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베를린의 임대료는 10년 사이 2배나 올랐다. REUTERS
독일 베를린 도시 개발·주거 담당 장관 카트린 롬프셔는 모든 임대주에게 그야말로 악몽 같은 존재다. 좌파당 소속 롬프셔 때문에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는 지금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장본인은 여유로운 자세로 회의실 탁자 앞에 앉아 있다. 마치 바깥에서 요란하게 진동하는 온갖 소음이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표정이다. 
 
“임대료 상한선 법안을 주택 경제에 대한 선전포고로 이해하는 사람은 정치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뗀 롬프셔는 “반드시 처리해야 할 사안의 해결책을 안다면 정치가로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우리 의무”라고 강조했다. 
 
실제 롬프셔는 자신이 그 해결책을 발견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바로 주택 소유자에게 5년 동안 임대료 인상을 금지하는 방안이다. 이 내용을 포함한 임대료 법안이 2019년 6월18일 주정부에서 의결됐다. 2019년 말이나 2020년 초 베를린 시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돼, 공식 법안으로 채택되면 2020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법안에 따르면 모든 임대에 적용되는, 명확한 임대료 상승률이 아닌 상한선이 정해져 앞으로 5년간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 임대주가 ㎡당 50센트(약 600원) 이상 임대료를 올리려면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최고 50만유로(약 6억6천만원) 벌금을 물도록 규정했다. 롬프셔는 이 규제 정책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상승을 종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요 근래 베를린에서 거주할 목적으로 60~80㎡ 크기의 집을 빌리려면 10년 전인 2009년 임대료의 두 배가 되는 집세를 내야 한다. 오랜 기간 한집에 살아왔던 세입자가 그곳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한다면 임대주의 이런저런 압력을 수용해야 한다. 집주인으로선 임대료를 올려 새 입주자를 들이든가, 아니면 아예 집을 팔아버리는 게 금전적으로 훨씬 이익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4월 초 시민 1만여 명이 거리로 나가 고액 임대료와 임대료 폭등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비단 베를린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독일 전역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에서 주택 부족 상황이 첨예화하고 있다. 반면 정치권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 2019년 4월6일 독일 베를린 세입자들이 임대료 폭등과 주택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펼침막에 “악덕 임대업자와 투기꾼 반대”라고 쓰여 있다. REUTERS
베를린 이어 뮌헨도 임대료 폭등
임대료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바이에른주에서도 뮌헨세입자협회가 국민 청원으로 주택 임대료 인상 저지 법안 상정을 목표로 압박하려 한다. 이 청원의 주동자 중 한 명인 베아트릭스 추레크는 이 운동이 청원 성립 요건인 100만 서명을 채울 수 있다고 낙관한다. “비싼 임대료로 우리 사회 구성원의 평화적 공존이 위협받는다는 걸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법으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해 세입자 부담을 가볍게 해준다는 의도에는 일단 수긍이 간다. 하지만 과연 실현이 가능한 대책일까. 무엇보다 그런 특단의 규제가 허용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어쨌든 주택 경제 쪽에서는 롬프셔의 파격적인 제안이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하우스운트그룬트 임대인연합’(Eigentumerverband Haus und Grund) 쪽은 “주택 임대료를 강제로 규제할 경우 주택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와해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조합 베를린 지부는 회사 웹사이트에 광고를 올려 회원에게 시정부에서 투표로 법안을 결의하기 하루 전인 6월17일까지 임대료를 미리미리 올려놓으라고 촉구했다. 이날부터 임대료 인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독일 세입자협회는 임대료 상한선을 제한하는 법안을 환영한다. “실제 고려할 가치가 있고 수긍할 만한 대안”이라고 찬성했다. 울리히 로페르츠 협회 이사장 역시 “이 방향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임대료 권리를 규제하는 것은 본래 이 협회 소관 업무로 간주된다. 하지만 베를린 사회민주당 교섭단체 위촉을 받은 법률가 두 명이 내놓은 의견서가 요즘 좌파 정당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이 의견서에서 “주정부 차원에서 단호한 임대료 억제 정책으로 개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빌레펠트대학 마르쿠스 아르츠 교수와 프란츠 마이어 교수는 이 주장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베를린주 법은 기본법과 달리 ‘주민이 적절한 거주 공간을 가질 권리’를 분명하게 말한다. 이는 정부가 공공 권리를 뛰어넘는 구체적 사안까지 개입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아르츠 교수는 이 법안을 거주 권리가 위협당할 상황에서 취해지는 위험 방지 대책으로 해석한다. 그는 이 위험 상황을 ‘바푀크’(Bafög·독일 대학의 대출 장학금 제도. 재정 여유가 없는 학생이 재학 중 국가에서 생활비 일부를 지원받고, 취직한 뒤 월급에서 매달 일정액을 장기간 상환하는 방식 -편집자)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정말 가난한 사람은 재정 보조를 받고, 재정이 넉넉한 사람은 그런 것 없이도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중간에 낀 사람은 손해만 보는 형국이다.” 이 중간에 낀 부류로 그는 근무지에서 거주할 집을 구할 재정적 여유가 없는 경찰, 교사, 간호사 등을 꼽았다.   
 
아르츠 교수와 마이어 교수는 입법 제정 권한이 원칙적으로 해당 주정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연방정부가 어떤 주제에 관해 특별히 법률을 제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나 주택 임대에 관한 한 ‘연방정부의 특별법 제정’ 단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주장의 옳고 그름은 법원이 판가름해야 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법관 목소리가 벌써부터 상당수 들려온다. “임대료 상승을 어떤 방법으로 규제할 것인가는 세입자협회가 잘 알아서 정하고 있다. 호간 로펠스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법조인 토마스 뒹크하임은 “주정부 차원에서 이를 마음대로 조절하거나 불법적으로 없애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부동산업계 로비 동맹인 중앙부동산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주택 임대료 상승을 저지하는 법안은 독일 헌법의 근간이 되는 기본 원칙을 명백하게 위반한다”고 비난했다. 

   
▲ 베를린의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불만이 확산되자, 베를린 주정부가 6월18일 임대료를 향후 5년간 동결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임대료 억제 법안을 의결했다. REUTERS
베를린 임대료 동결 놓고 찬반 팽팽
정부가 임대료 산정에 개입하는 것은 건물주를 힘겹게 만드는 사안이다. 다시 말해, 건물주가 손해를 볼 위험이 크다. 카이 바르네케 하우스운트그룬트 임대인연합 회장이 “베를린에서 임대료 상한선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이를 고발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 규제가 공분할 만큼 헌법을 위배한다고 본다. 
 
반면 롬프셔는 자신의 계획이 세분화돼 이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한다. 베를린의 모든 주택에 일괄적으로 단 하나의 임대 상한가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건물의 건축 연도와 상태, 내부 설비 정도에 따라 각각 다른 임대료가 책정될 것이다. 첫째, 임대료의 현재 시가에 준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둘째, 주택시장이 이렇게까지 폭등하지 않았을 시점의 임대료를 끌어와 기준점을 삼을 수도 있다.” 
 
신축 건물이 아닌 60~90㎡ 면적 주택인 경우, 평균 월세가 지역별 1㎡당 최고 10.92유로(약 1만4천원)라는 결과가 나온다. 과거 임대료를 기준 삼으면 금액은 이보다 더 낮아진다. 만약 이 계산을 기준으로 상한가가 결정된다면 베를린 인기 주거지에 부동산을 소유한 임대주는 어려운 시기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특히 1~4채 주택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노후를 꾸려나갈 계획이 있는 개인 임대주 가운데 실제 그런 상황에 처할 이들이 있다는 것을 롬프셔도 잘 안다. 그래서 롬프셔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을 허용할 생각이다. 물론 임대료 상한제와 동결로 경제적으로 마이너스가 초래됐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증명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예외규정에 해당하는 임대주를 최종적으로 선별하는 일은 베를린주 재정 후원 기관인 베를린 투자은행이 해야 한다. 롬프셔는 이 법안의 적용 대상에서 신축 건물도 뺄 예정이다. 단 건물을 짓고 난 뒤 첫 임대 때만 해당한다. 두 번째 임대부터는 임대 상한선 법이 적용된다. 그럼에도 바르네케 회장은 “이래 갖고 과연 누가 베를린에서 임대주택 건물에 투자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 계획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독일 경제학연구소 경제학자 클라우스 미켈젠 역시 임대료 상승 억제책이 장기적으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안의 신축 건물 예외규정 때문에 새로 지은 건물의 임대료가 더 많이 오름에 따라, 상류층만이 새 집을 빌릴 여유가 되는 상황이 머잖아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상류층 이하 임대인은 법안 규제를 받는 집을 놓고 자기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빌레펠트의 주택감정사 아르츠 역시 롬프셔의 혁신적인 임대료 억제책이 몇 가지 점에서 지나친 면이 있다고 여긴다. 특히 재건축이나 보수공사 때문에 임대료 인상 요인이 생기는 경우에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임대주가 (관리비를 포함한) 1㎡당 (납세 이전 액수로) 50% 이상 월세를 올리려면 사전에 재건축이나 보수공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허가를 내는 기관 역시 베를린 투자은행이다. 아르츠는 이런 기묘한 행정 절차가 법률적으로 까다로운 사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결과 5년 뒤 신규 주택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주정부 목표가 좌절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르츠는 임대료 규제법을 기존에 체결된 임대계약까지 적용하려는 생각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재 발효 중인 임대계약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 관계의 적법성이라는 법률적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임대료 규제 법안은 이미 시의회에서 의결됐다.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입법 절차가 시작된다. 2020년 1월 법안이 통과되면 효력이 발휘된다.
 
   
▲ 2019년 4월6일 베를린에서 열린 임대료 상승과 주택부족에 항의하는 시위에 등장했던 손팻말에 “모든 이를 위한 도시”라고 쓰여 있다. REUTERS
임대료 억제에 뮌헨 세입자들 나서다
뮌헨세입자협회 역시 야심찬 활동을 하고 있다. 아르츠와 그의 동료는 한창 국민청원에 올릴 임대료 억제에 관한 새 법안 제안문을 작성하고 있다. 뮌헨의 10월 축제(옥토버페스트)가 끝난 뒤, 청원 주도자들이 국민청원에 필요한 2만5천 명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이후 이들은 2주 안에 전 유권자 수의 10%(약 100만 명)에게 찬성 서명을 받아야 한다. 명단은 각 시청에 비치되고, 정한 기간에 정족수를 넘으면 주의회가 임대료 억제법 초안을 접수할 수 있다. 주의회가 이를 거부하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다행히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2019년 초 생태계 다양성을 위한 국민청원(슬로건은 ‘벌들을 구하라!’)에 바이에른주 시민 170만 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한 전례가 있으니 말이다.     
 
2019년 8월호 종이잡지 22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5호
Berliner Häuserkampf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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