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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여행에서 녹색혁명이 가능할까
[ENVIRONMENT] 로알아문센호 출항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크리스티안 뷔스트 economyinsight@hani.co.kr
인기가 점점 더 많아지는 크루즈여행은 안타깝게도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선박 대부분이 환경에 해로운 중유(원유에서 가솔린·석유·경유 등을 증류하고 나서 얻는 기름)를 쓰기 때문이다. 최근 크루즈여행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몇몇 선도적인 크루즈여행사가 하이브리드·가스 엔진을 도입하고 있다. 바다 위에서 여가를 즐기는 이 산업은 친환경적이 될 수 있을까.
 
크리스티안 뷔스트 Christian Wüst <슈피겔> 기자  
 
   
▲ 2019년 7월2일 첫 항해를 시작한 후르티그루텐의 로알아문센호는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했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사용한다. 후르티그루텐 쪽은 약 20% 연료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REUTERS
오늘날 항해 선박에 설치된 가장 큰 평면스크린은 높이가 17m에 이른다. 로알아문센호 승객은 7층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닿는 이 스크린을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에서도 내다볼 수 있다. 이 거대한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은 종종 여행객이 창문이나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것과 똑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천혜의 자연인 남극과 북극 풍경이다. 
 
환경을 중요시하고 많이 교육받은 사람 가운데 극지방에 관심 있는 사람, 노르웨이 해운회사 후르티그루텐(Hurtigruten)이 겨냥하는 고객이다. 후르티그루텐의 새 선박은 탐험 크루즈선으로 빙하에도 끄떡없는 뱃머리와 500명을 수용하는 객실을 갖췄다. 무엇보다 이 선박은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지속가능한 해양여행이라는 꿈에 좀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 배에서 가장 혁신적인 것은 큰 스크린이 아니다. 갑판 아래 차곡차곡 쌓인 방대한 배터리 더미다.
 
후르티그루텐의 로알아문센호는 2019년 6월27일 첫 항해를 했다(애초 출항 예정일은 6월27일이었지만, 실내 공사가 지연되면서 예정보다 늦은 7월2일 독일 함부르크가 아닌 노르웨이 트로조에서 출항했다 -편집자). 이 선박은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엔진을 갖췄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쓴다. 찻길을 달리는 도 요타 프리우스와 비슷하다. 이 기술은 연료를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준다. 후르티그루텐 쪽은 약 20%의 연료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크루즈 운항사다.” 후르티그루텐 대변인 루네 토마스 에게는 ‘크루즈 라인’(리조트용 상품 품목 -편집자)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운항사는 19세기 우편배달선으로 출발했다. 지금도 연안에서 항해하는 선박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하기 위해 몇몇 선실을 비워놓는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정부가 후르티그루텐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후르티그루텐은 ‘탐험 여행’ 분야에서 전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댄스클럽과 클라이밍 수업 대신 환경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크루즈 승객은 강의실에서 심각한 상황의 환경 시스템을 놓고 학자들 강의를 듣는다. 선박에서는 일회용 컵은 사용 금지다. 플라스틱 컵을 써도 경고를 받는다. 만일 승객이 방을 청소하지 않고 싶다면 ‘그린 스테이’라는 카드를 문고리에 걸면 된다. 이를 통해 세제, 에너지, 돈을 절약하는 것이다. 
 
에게 대변인은 “우리는 환경을 많이 오염시키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염물질 배출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사례로 중유를 들었다. 중유는 연소할 때, 황이 결합된 가스와 다른 오염물질을 만들어낸다. 후르티그루텐은 지난 10년간 중유를 쓰지 않았다. 중유가 허용되는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에게 대변인은 대신 값비싼 해양용 디젤을 쓴다고 말했다. 1년에 1500만유로(약 198억원)의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크루즈 업체로 후르티그루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 업체인 카니발 해운사도 그중 하나다. 카니발은 2018년 액화천연가스를 쓰는 첫 크루즈선인 ‘아이다노바’의 항해를 시작해 더 큰 발전을 이뤘다. 2025년까지 액화천연가스 크루즈선을 10척 더 건조할 예정이다.   

   
▲ 후르티그루텐이 2020년 운항 예정인 프리티호프난센호는 작은 보트를 내리는 크레인 시스템을 갖췄다. 그린피스 고무배처럼 승객들이 해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오는 환경친화적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REUTERS
증유 대신 액화천연가스 사용
천연가스의 주요 구성 요소인 메탄은 화석연료 가운데 가장 환경친화적이다. 가솔린이나 디젤을 만드는 원유보다 탄소를 적게 함유해 연소 때 오염물질을 훨씬 적게 배출한다. 촉매변환기(공해 저감 장치)나 필터 없이도 탄소 입자나 질소산화물이 거의 측정되지 않는다. 황화합물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천연가스 선박은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카니발해운 최고경영자인 옌스 콜만은 선박 건조 때 2500만유로가 더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신형 크루즈 선박 가격의 약 3%에 해당한다. 추가 비용 대부분이 탱크 때문에 비롯된다고 한다. 천연가스를 저온 액체로 저장하려면 대형 메탄 컨테이너가 필요한데, 같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디젤 탱크보다 훨씬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콜만은 카니발해운에서 새 연료 추진 기술 도입과 시험을 책임지고 있다. 카니발해운은 2012년 1월13일 이탈리아 질리오섬 인근에서 암초와 충돌한 뒤 침몰한 코스타콘코르디아호 사고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회사의 정체성을 새로 확립하기 위해 환경보호 기술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부서진 배를 처리하는 것은 오염된 환경을 완벽하게 되돌려놓는 수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용이 15억유로(약 1조9천억원)였다. 새 배를 건조하는 비용의 3배에 이른다.   
 
콜만은 ‘그린 테크놀로지’에 더 많은 예산을 책정했다. 연구 프로젝트 가운데 냉각과 배기가스 장치에서 나오는 버려진 열을 쓰는 것도 있다. 그린 테크놀로지 선박에서도 천연가스와 선박용 디젤을 쓴다. 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콜만은 “깨끗한 연료가 부식성 손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배기가스를 대량으로 냉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만은 후르티그루텐이 도입한 하이브리드 기술에도 관심 있다. 그는 3년 내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카니발해운 선박에 시험적으로 도입하려 한다. 하지만 후르티그루텐이 주장하듯 연료 효율이 20% 향상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배는 자동차와 다르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제동 에너지 회생 시스템이라는 하이브리드 기술이 배에는 적용될 수 없다.” 
 
후르티그루텐 엔지니어들이 에너지 절감 수단으로 가장 주목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은 ‘피크 셰이빙’(Peak Shaving)이다. 선박은 갑작스레 다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조종할 때나, 에너지를 많이 먹는 시스템이 켜질 때다. 기존 선박은 여분의 엔진이나 발전기를 작동시킨다. 이 엔진이나 발전기가 작동해야 하는 시간은 별로 길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연료가 더 많이 소비되고 엔진 마모도 일어난다.
 
배터리에서 나오는 보충 동력을 이용하면 여분의 엔진을 다시 켰다 껐다 하는 수고를 없앨 수 있다. 동력 공급 장치가 충분하지 못한 항구에 정박할 때도 선박에 실린 배터리는 배기가스 배출이나 소음 없이 밤새 에너지를 공급한다. 후르티그루텐은 이것을 ‘조용한 밤 모드’라고 한다. 하지만 밤낮으로 쉴 새 없이 항해해야 하는 날이면 선박은 어쩔 수 없이 엔진을 계속 켜야 한다. 대신 전기를 이용한 추진 시스템이 필요할 때는 거의 없다. 배터리만으로 선박을 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알아문센호는 앞으로 1.2메가와트시(MWh)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로알아문센호는 이 용량의 5배나 되는 배터리를 적재하는 공간을 마련해뒀다. 하지만 5배 용량을 구비하더라도 선박을 채 50㎞도 움직일 수 없다. 
 
   
▲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업체인 카니발해운은 2018년 액화천연가스를 쓰는 첫 크루즈선 아이다노바의 항해를 시작했다. 2025년까지 액화천연가스 크루즈를 10척 더 건조할 예정이다. REUTERS
로알아문센호, 천연가스 사용 불가 
100%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배는 환상에 불과하다. 그래서 후르티그루텐은 천연가스를 쓰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고, 이미 선박 6척을 메탄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으로 개조할 계획도 있다. 배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하는 데 8억유로 정도 든다. 큰 용량 탱크를 넣을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동차 싣는 공간을 없애려 한다. 환경적 이점이 더 크기 때문이다.
 
후르티그루텐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방안도 고안하고 있다. 메탄은 바이오매스와 유기물 쓰레기에서 비교적 쉽게 생산할 수 있다. 5월 중순 후르티그루텐은 노르웨이 바이오가스 생산사인 바이오크라프트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미래에는 연료 일부를 생선 쓰레기와 다른 유기물 쓰레기에서 만들어진 합성 천연가스로 채울 것”이라고 후루티그루텐 최고경영자 다니엘 스켈담이 발표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연안 경로를 운항하는 후르티그루텐의 일부 선박만이 바이오가스를 쓸 것이다.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선박은 액화천연가스를 주입할 곳이 필요하다. 따라서 로알아문센호처럼 극지방을 가는 선박이 아직은 천연가스를 쓰기 어렵다. 이는 후르티그루텐의 주요 선박인 로알아문센호가 계속 디젤을 쓸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선박제조사 클레벤에서 제작하기로 했던 후르티그루텐의 또 다른 하이브리드 크루즈 선박은 완공이 1년 늦춰졌다. 예약된 크루즈는 취소됐고, 상품은 환불됐다. 선박 건조가 늦어져 입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어 문제가 컸다. 왜냐하면 클레벤 소유주가 바로 후르티그루텐이었기 때문이다. 
 
클레벤 최고경영자 올라프 낙켄은 “시간이 빡빡해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울슈타인빅이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클레벤은 무엇보다 최신 선박 제작 경험이 부족하다. 10년 이상 주로 원유 플랫폼을 지지하는 선박 등 특수 선박만 건조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현대적인 크루즈를 만드는 일은 클레벤에도 힘겨운 도전일 수밖에 없다. 후르티그루텐 기준에서 보면, 로알아문센은 호화로운 선박이다. 리조트를 배 위에 옮겨놓은 듯한 거대 선박의 편의시설을 다 갖추지는 못했지만, 개인 월풀을 갖춘 고급 스위트룸도 있다.
 
로알아문센호와 거의 똑같이 만들어질 자매호인 프리티호프난센도 생산에 들어가 2020년쯤 항해할 예정이다. 후르티그루텐의 카이 알브릭센이 자랑스럽게 건조 중인 선박 안으로 안내했다. 그는 전문가답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 배는 극지방 자연을 가까이서 보기를 원하는 승객에게 제공되는 작은 보트를 내리는 크레인 시스템을 갖췄다.” 작은 보트 함대는 그린피스가 사용하는 고무배 무리를 연상시켰다. 알브릭센은 이 배들이 가끔 그린피스의 고무배와 비슷한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티호프난센호를 이용해 해변을 탐험한 승객이 해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올 것이다.”
 
55살인 알브릭센은 후르티그루텐에서 특별한 경력을 쌓았다. 1980년 이 회사에 입사해 식당 잔일을 맡은 뒤 2019년 로알아문센호 선장으로 취임했다. 열린 태도와 친근한 성격을 지닌 그는 선박이 얼마나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하는지 등 민감한 질문에도 즐겁게 답해줬다. 그는 평균 1해리당 86ℓ의 해양용 디젤이 들어간다고 했다. 100㎞당 4600ℓ가 소모되고, 배 정원을 다 채우면 승객당 9ℓ가 사용된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면, 녹아내리는 극지방의 파라다이스를 여행하는 승객이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오는 것과 상관없이 이들이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일원이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 2019년 8월호 종이잡지 76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3호 
Käpt'n Grünbär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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