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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사회적 가치 인식 제도권 편입 행보 본격화
[국내이슈] 리브라 출시로 본 암호화폐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이재운 jwlee@edaily.co.kr
이재운 <이데일리> 기자 
 
   
▲ 비트코인은 최소 수백만원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긴 하나, 블록체인 활용도가 점점 확대되면서 이제는 ‘실체는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 달 만에 연기했지만, 페이스북이 일으킨 암호화폐 ‘열풍’은 경제 생태계에 새 파문을 던지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인터넷기업은 물론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을 자극하고, 여기에 삼성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저장 기능이 추가되면서 이용자 진입 문턱도 낮아졌다.
 
2019년 6월 말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리브라 어소시에이션’(Libra Association) 출범과 함께 ‘암호화폐계 대장주’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BTC) 시세가 급등했다. 외국에서 1BTC 가격이 1만3천달러를 돌파했고, 국내에서도 거래가가 1600만원을 넘어섰다. 미국 월가 투자 전문가인 톰 리는 연말까지 1BTC가 4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렇게 가격이 높아진 요인은 미-중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한-일 갈등, 홍콩 송환법 반대 집회 등으로 불거진 국제사회의 경제 불안도 있지만, 페이스북 리브라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실제 활용도를 창출해냈다”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문 조사분석업체 체인파트너스는 보고서에서 “리브라의 미션은 수십억 명의 사람이 간편한 세계 화폐와 금융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금융 플랫폼이 되어 다양한 금융사업을 전개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높아지는 암호화폐 필요성   
때마침 카카오는 6월27일 자체 블록체인 ‘클레이튼’(Klaytn)을 공식 출시하고, 7월3일 클레이튼 참여 업체의 시연 행사를 진행했다. 시연 행사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해 음식 조리법 추천 서비스, 보안 위협정보 수집 분석 서비스, 웹툰이나 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 공유 플랫폼 등이 등장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참여자 보상’을 외친다. 댓글을 남기고, 후기를 공유하며, 사진을 게재하는 등 일련의 이용자 참여 행위에 보상을 제공하며 더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꼭 블록체인으로 해야 할까?’ ‘암호화폐가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남기 마련이다. 그에 대한 답변은 물론 ‘그렇다’이다.
 
혹자는 ‘싸이월드 도토리와 지금의 암호화폐가 다른 게 뭐냐’라고 반문한다. 도토리는 싸이월드에서 이용하는 ‘가상 통화’ 구실을 했다. 배경음악 음원이나 배경화면(스킨) 등 각종 아이템을 사고, 친구에게 선물하는 기능을 갖췄다. 가상화폐 개념의 원조 격인 셈이다. 이 개념은 싸이월드 같은 인터넷 서비스 외에 온라인게임에서도 활발히 이용됐다. 특히 <리니지>로 대표되는 게임 아이템 거래 활성화는 시장을 창출하고 수요와 공급이 이어지며 지금의 게임산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해당 서비스에만 머무르며 외부로 확산할 수 없었다. 도토리는 싸이월드가 아닌 네이버나 다음에서는 쓸 수 없었고, <리니지>의 이름 모를 장비 역시 다른 게임에서는 이용할 수 없었다. 폐쇄적인 성격의 멤버십 포인트 같은 특성은 ‘그들만의 가치’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는 다른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다. 넘어가려는 대상 플랫폼이 블록체인으로 연결돼 있다면,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혹은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다른 서비스로 얼마든지 전환이 가능하다. 
 
카카오 클레이튼 참여 업체인 힌트체인은 ‘해먹남녀’라는 음식 조리법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이번에 클레이튼 기반의 신규 서비스 ‘해먹3.0’을 선보이면서 이런 사례를 완성했다. 이용자가 댓글이나 후기를 남기면 ‘힌트토큰’이라는 암호화폐를 부여하는데, 이를 제휴 레스토랑에서 이용할 수 있다. 최현석, 오세득 등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사전 결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른바 ‘노 쇼’(No Show)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카카오 블록체인 사업을 총괄하는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는 “블록체인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가 다양한데 이를 직접 구현해보려고 기획한 프로젝트가 지금의 클레이튼”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활용을 주도하는 또 다른 주자는 ‘테라’(TERRA)다. 소셜커머스업체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가 공동창업자로 합류한 테라는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암호화폐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을 활용해 결제·정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신 대표에 따르면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기존 카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내는 수수료율은 3~4%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자체 정산시 이를 1%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수수료 비용을 절감한 일부분은 고객에게 할인을 제공하거나 쿠폰, 포인트 등으로 돌려줄 수 있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앞세워 티몬은 물론 배달의민족, 글로벌 쇼핑 플랫폼 큐텐 등 다양한 국내외 온라인 서비스와 제휴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2019년 7월9일 서울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독자적 메인넷 ‘사이프러스’출시 행사에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수료 인하 가능성 제시
스테이블 코인을 좀더 살펴보자. 기존 암호화폐는 마치 주식이나 채권처럼 변동성이 있어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소유권 거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산과 달리 국가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큰 변동이 이뤄져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화폐’라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여기에서 나왔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안정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발행자 신용을 담보할 수 없어 불안 요소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믿을 수 있는 발행자를 중심으로 기축통화나 금 같은 기존 실물 자산과 연동(Pegging)해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을 취한다. 리브라의 경우 달러(USD), 파운드(GBP), 유로(EUR), 스위스프랑(CHF), 엔(JPY) 등 주요 통화와 연동해 가치를 유지한다.
 
이런 변화는 궁극적으로 사이버 세계가 기존 금융체계의 대안, 혹은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자체 생태계 안에서 활용하는 암호화폐를 이용할 경우 결제·정산에 드는 수수료를 절감하고, 기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도 쉽게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이버에서 기존 금융체계 제약을 받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간편결제로 활용할 수 있다면 기존 금융의 진입 장벽을 허무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갤럭시와 아이폰 시리즈에 암호화폐를 저장·송금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블록체인 개발자 커뮤니티와 협업을 늘리면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기존 암호화폐 저장·송금에 활용하는 전자지갑 사용법이 복잡했던 반면, 스마트폰 내부에서 구현할 경우 간단한 조작으로 바로 이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7월 초에는 LG전자도 미국 특허청에 관련 상표권 등록을 진행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처리 속도 역시 빨라졌다. 비트코인이 초당 7건의 데이터 전송(Transaction)을 처리(7TPS)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최근 나오는 기업용 블록체인은 대부분 3천TPS 이상이다. 처리 속도 때문에 실제 활용이 어려울 것이라던 지적마저 무색해졌다.

개선과 보완점 여전히 남아
여전히 암호화폐에 의구심이 남아 있고 개선점 역시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최소 수백만원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고, 블록체인 활용도가 확대되며 이제는 ‘실체는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여기에 6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앞서 진행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실명 거래 원칙을 강조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간 ‘국제사회 기조를 지켜보겠다’던 한국 정부도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어쩔 수 없는)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다. 도박이나 다를 바 없다던 ‘코인 바닥’에 이제 서광이 비치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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