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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사 현재로 향한다
[경제와 책]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박수용 acanet02@acanet.co.kr
박수용 아카넷 편집자 
 
<붕괴>
애덤 투즈 지음 | 우진화 옮김 | 아카넷 펴냄 | 3만8천원
 
   
<붕괴>는 출간 즉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눈 밝은 이들의 혜안에 힘입은 일이지만 아마 ‘위기’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각인된 ‘아이엠에프’(IMF) 경험이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IMF 외환위기로부터 20년, 미국 투자회사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10년, 한국은 위기에서 벗어났을까.지은이 애덤 투즈는 두 번째 찾아온 위기에도 한국은 가장 큰 위험에 있었고 여전히 위기는 상존한다고 진단한다. 두 위기는 전세계 금융시스템과 긴밀하게 엮인 상황에서 비롯한다. 하나의 국가나 체제 틀로는 읽어낼 수 없는 위기이며, 경제(금융)에 국한한 분석으로는 위기의 전모를 밝히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책은 2008년 금융위기 메커니즘에 관해 탁월한 설명을 제공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역사상 최악의 위기’는 ‘북대서양 은행시스템’(North Atlantic Banking System) 위기였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와 시티오브런던의 연결고리가 빚어낸 시스템 위기였다. 책은 미국 은행에 대한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 지원이 대부분 유럽 은행으로 흘러 들어간 것을 구체적인 통계 자료와 수많은 공식 문서를 통해 보여준다. 
 
<붕괴>는 위기 진앙인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신흥시장 국가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 규모로 확산하는 금융위기의 진행 상황을 치밀하게 그려내는 한편, 위기 대응 과정과 방법을 꼼꼼하게 진단함으로써 세계의 경제와 정치가 긴밀하게 얽힌 오늘의 세계를 분명히 알려준다. 또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위기, 브렉시트 국민투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당선에 이르기까지 최근 10년의 세계사적 사건을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유려하게 풀어낸다.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한 세계경제가 크게 안정된 시기(대안정기)는 결국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만나면서 정치적 위기로 변모했다. 세계적으로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분위기를 공통분모로 하는 극우정파가 세를 불렸고, 프랑스와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온건좌파가 몰락했다. 특히 서구사회에서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고개를 쳐들었다. 이런 정치 변화의 배경에는 은행과 채권자에 유리한 구제금융 방식이 추진되고 위기 대응 실패가 누적되면서 재정긴축에 따른 복지 프로그램 축소 등으로 삶의 고통이 가중된 대중이 있었다.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우라.’ 유로존 위기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건넨 말이다. 유럽연합 차원의 위기 대응이 순조롭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위기에 맞서는 미국과 유럽의 대응은 확연히 달랐다. 위기를 유예하는 것(만기 연장이 곧 경기회복 전략)으로 대처하던 유럽연합 모습을 역사상 유례없는 양적완화를 진행하며 적극 대처에 나선 미국 대응과 비교하면서 읽는 것은 위기 변곡점에서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 가늠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어쩌면 독자들은 러시아와 중국을 재발견할지도 모른다. 러시아가 2008년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위기를 신흥재벌 집단인 올리가키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고 루블화 폭락을 막아내는 장면이나, 2008년 말 급속도로 악화하는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공공지출로 진화에 나서는 중국의 대처는 왜 이들이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강대국인지 실감하게 한다. 책은 지정학적 틀 안에서 이들 국가가 폴란드 문제나 우크라이나 위기, 일대일로 기점인 그리스 문제 등과 관련 있는지 설명하는데 여기서도 얽히고설킨 글로벌 금융 문제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
 
2008년을 기점으로 저물던 세계 무대에서 미국 주도권이 부활하는 상황에 주목하는 일도 가능하다. 자국 위기를 진화하는 과정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어떻게 초법적으로 일어나고 유럽 대중에게 전가됐는지, 미국 오대호 연안 제조업 지대인 러스트벨트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에 부활의 주문을 내걸며 결국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민주·공화 양당 간 정책 대결을 살피려면 눈과 손이 분주해질 것이다. 
 
단연코 <붕괴>는 역작이며 투즈는 거인이다. 그 어깨에 올라서 내려다본 지난 10년의 역사는 현재로 향한다. 우리가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살피려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인사이트 책꽂이

   
타이탄
크리스천 데이븐포트 지음 | 한정훈 옮김 | 리더스북 펴냄 | 1만8천원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리처드 브랜슨, 폴 앨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온 이 4명은 공통점이 있다. 광활한 우주를 주목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주라는 새 플랫폼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혁명을 뛰어넘는 인류 최대 혁신이 펼쳐지리라 믿는다.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 10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1만5천원
저자는 기후변화 시대를 극복하고 더 나은 지구를 만들려면 무심코 써온 일상 속 물건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와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선 어떤 물건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10가지 물건은 스테인리스강, 금속 젓가락, 재사용 가게, 야생동물, 패시브 하우스, 종이, 공원, 자전거, 적정기술, 태양전지다.

 
   
수돗물을 생수병에 담으면 얼마에 팔 수 있을까?
나가이 다카히사 지음 | 김정환 옮김 | 토트 펴냄 | 1만3800원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일 때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게 가격이다. 하지만 저자는 상품기획 단계에서 마케팅의 큰 그림을 그릴 때 적정한 가격을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품 출시 뒤에도 시장이나 경쟁자, 소비자 반응에 따라 민감하고 유연하게 가격을 조정하는 방법을 얘기한다.
 
 
 
   
건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 조영 옮김 | 부키 펴냄 | 1만6천원
<긍정의 배신>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으로 긍정 이데올로기, 저임 노동, 화이트칼라 몰락 실태를 고발해 ‘거짓 신화 파괴자’ ‘베테랑 진실 폭로자’라는 명성을 얻은 저자는 우리 사회의 새 병폐에 메스를 들이댄다. 현대 의학의 장밋빛 약속과 건강 열풍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며 삶과 죽음에 더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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