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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투자 새 기준 기후변화와 온난화
[TREND] 성공회 사회책임투자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기관투자자들은 기후 보호에 더 신경 쓰라고 대기업을 압박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성공회 펀드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팀 바르츠 Tim Bartz <슈피겔> 기자
 
   
▲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 있는 엑손모빌 화학공장. REUTERS
미국 댈러스에 자리잡은 르네상스호텔은 텍사스 지역에서 인기 있는 호텔이다. 가격이 적당하고 30층 호텔 루프탑 수영장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심 전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하지만 에드워드 메이슨에게 르네상스호텔은 호랑이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9년 6월5일 이 호텔에서 열린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 주주총회에 참석해 연단에서 엑손모빌 경영진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영국 성공회 펀드 사회책임투자 총괄담당인 그는 영국 성공회 자산 83억파운드(약 12조3천억원)를 운용한다. 메이슨에게는 영국 국교회 자산을 최대한 정의롭게 투자하고 불릴 책임이 있다. 
 
엑손모빌은 영국 성공회 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 하나다. 메이슨은 엑손모빌이 영 탐탁지 않다. 엑손모빌 주가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특히 기후보호에 비협조적이다. 그는 댈러스 주주총회에서 표결로 엑손모빌이 연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세우도록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게 할 생각이었다. 
 
영국 성공회 펀드가 보유한 엑손모빌 주식은 830만달러 수준이다. 엑손모빌 주가총액 3200억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하지만 메이슨은 뉴욕 연기금과 캘리포니아 연기금, 대형 은행 HSBC 펀드를 비롯해 여타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총액은 무려 1조9천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엑손모빌은 메이슨 계획에 격렬하게 저항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SEC는 주주들이 기후변화 안건을 일방적으로 상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엑손모빌 쪽은 온실가스 배출 목표 수립을 안건에서 배제할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기후변화 안건을 상정하는 일은 경영진 업무에 대한 간섭으로, 허용이 불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엑손모빌은 SEC 결정에 만족스러워했다. “마이크로경영(세부 사항까지 관리하기)은 주주 업무가 아니다”라는 입장인 것이다. 
 
메이슨은 주주총회에서 나온 결과에 실망했음을 경영진 쪽에 알렸다. 그는 “엑손모빌이 기후보호에서 경쟁업체보다 훨씬 뒤처졌으며, 주주와 제대로 소통하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더 나아가 “안건 상정 배제에 주주들이 얼마나 분노하는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경영진 전체에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 미국 댈러스에서 열리는 2019년 엑손 주주종회를 앞둔 5월29일, 텍사스주 주민들이 엑손의 기후변화 안건 반대 입장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REUTERS
환경·지배구조 등 사회 규정 준수해야
엑손모빌 주총은 영국 성공회 펀드가 대기업 주총에서 기후변화 목표를 위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유일한 사례가 아니다. 사업모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정을 준수하도록 대기업을 압박하는 기관투자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 성공회는 이런 세계적 움직임의 선봉에 서 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회책임투자(ESG)다. 기업의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환경(Environmental), 사회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인까지 고려해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투자자들이 사회책임투자를 한목소리로 외치는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기후변화가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점점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한 주제인 환경은 금융계에서 경화(Hard Currency·달러같이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통화) 같은 위상을 차지하게 됐다.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면 기후·환경 보호에서 측정 가능한 달성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관투자자들이 환경에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독일철도(DB)의 알렉산더 돌 최고재무관리자(CFO)가 상황을 전했다. 
 
파리기후협약 이후 정치권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유럽 자동차업체는 유럽연합이 제정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치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엄벌을 각오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기관투자자들이 사회책임투자 표준을 준수하는 기업에 투자 규모의 투명한 공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덕적 투자자 코스프레를 위해서나 언급되던 사회책임투자가 이제는 다수 펀드의 핵심적 재테크 기준이 됐다. 물론 지속가능성이 기관투자자에게 새로운 화두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기관투자자들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파는 한이 있더라도 사회책임투자를 위해 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광산개발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가 대표 사례다. 2019년 1월25일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 브루마지뉴에서 일어난 광산 폐기물 저장댐 붕괴로 300명 이상이 죽었다. 철광석 채굴 과정에서 쓴 화학물질과 오염된 물을 가두기 위한 ‘테일링 댐’이 붕괴되면서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와 오염물질이 방류됐다.

   
▲ 기후변화에 대응하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는 것은 환경문제를 넘어 투자를 결정하는 잣대로 떠올랐다. 2019년 5월3일 한 청소년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청소년 기후 행진’에 참석했다. REUTERS
화석연료 기업은 파리기후협약 준수해야
댐 붕괴 뒤 즉시 영국 성공회 펀드는 보유한 발레 주식을 시장에 모두 팔았다. 보유 주식은 1천만파운드도 채 되지 않았지만, 영국 성공회 펀드의 발레 주식 매각은 금융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다른 기관투자자도 영국 성공회 뒤를 따랐다. 전세계에 신자 8500만 명을 둔 영국 성공회의 도덕적 권위는 영국 성공회 펀드의 자금력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리가 취하는 행동은 당연히 영향력을 갖는다”고 말하는 에드워드 메이슨은, 2015년부터 엄격하게 사회책임투자를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지구에 있는 그의 사무실 벽에는 전직 대주교들 초상화가 걸려 있다. 사무실 창문 밖으로 목가적 분위기의 그린파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를 제외하고는 붉은 벽돌 건물의 사무실 분위기는 오히려 회계 사무실을 연상시킨다. 영적인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감지되지 않는다. 영국 성공회 펀드는 괄목할 만한 운용 실적을 기록했다. 영국 성공회 자산은 지난 30년 동안 연간 9% 이상 성장했다.
 
영국 성공회는 기후변화에 눈곱만큼 관심도 없는 기업에 압력을 가할 최고의 레버리지로 ‘클라이밋 액션 100+’(CA100+) 이니셔티브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 성공회와 네덜란드 국제투자신탁회사 로베코(ROBECO)가 주축을 이루는 CA100+ 이니셔티브는 340개 이상 기관투자자 연합으로, 33조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CA100+ 이니셔티브의 요주의 대상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100대 기업이다. 그중에는 월마트, 에어버스, 바스프(BASF), 폴크스바겐 등이 있다. 아무래도 석유·가스 기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원유와 가스를 채굴하는 기업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이들 기업도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 것이다. 2023년부터는 이런 기업에서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다.” 영국 성공회 연기금을 총괄하는 애덤 매튜스의 말이다. 영국 성공회 펀드와는 별도로 성공회 연기금은 자체적으로 20억파운드(약 2조9천억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CA100+ 이니셔티브의 대변인인 매튜스는 2018년 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니셔티브 쪽과 수많은 협의 끝에 영국과 네덜란드의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이 당시 탄소 배출량을 2035년까지 20%, 2050년까지 50% 줄이기로 결정했다. 로열더치셸은 이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의무를 번번이 거부했다. 로열더치셸은 현재 석유와 가스 외의 다른 에너지원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로열더치셸은 2019년 2월 독일 가정용 배터리 제조업체 존넨을 인수했고, 친환경 전력업체 리히트블릭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열더치셸은 동시에 미흡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대규모 산림 조성을 약속했다. 매년 약속 이행 현황을 확인받겠다고도 했다. 또 로열더치셸이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경영진에게 비용을 내도록 하는 내용도 명시했다. 경영진 연봉이 기후보호 목표 이행 결과에 연동된 것이다. 
 
로열더치셸이 석유·가스 채굴에 쏟아붓는 엄청난 비용과 비교하면 이는 아주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첫발을 뗀 것에 의미가 있다. “셸 사례는 석유업계에 큰 충격을 줬으며 새로운 표준이 됐다”고 매튜스는 설명했다. CA100+ 이니셔티브는 최근 영국 석유화학 기업 BP의 주주총회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두었다. 파리기후협약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의 탄소 감축 목표를 뼈대로 한 주주제안서가 채택된 것이다. 반면 셸 주총에서는 탄소 감축 목표 도입 안건이 부결됐다.

   
▲ 엑손모빌 화학공장 표지. REUTERS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에는 한계
그럼에도 기관투자자들은 세계 최악의 탄소 배출원에는 여전히 무력하다. 바로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중국에 씌운 중국 국영 석탄화력발전소들이다. 유니온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 헨릭 폰첸은 “우리 활동에도 한계가 있고 금융시장이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폰첸은 CA100+ 이니셔티브에서 매튜스의 독일 연락관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 은행 자산운용사들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지속가능성 투자형 펀드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데, 제대로 붐을 일으킨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다. 유니온인베스트먼트는 운용 중인 3430억유로 중에서 410억유로를 지속가능성 투자형 펀드에 투자하며 그 규모는 증가 추세에 있다. 
 
폰첸의 설명이다. “투자자와 기업은 기후변화로 비용이 발생하고 매출이 감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윤리적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고객사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지속가능한 투자를 하고 있다.” 폰첸 역시 브라질 댐 붕괴 이후 발레의 주식 전량을 매각했고, 다른 펀드와 함께 주식시장에 상장된 광산업체 수백 곳에 편지를 보내 제품 안전성에 대해 물었다. 폰첸이 정한 답신 기한은 얼마 남지 않았다. “구조적 위험이 방치됐다면 우리는 행동에 나설 것이다. 설령 해당 광산업체의 사업 실적이 탁월해도 우리 지침에는 변함이 없다.” 
 
폰첸은 독일 에너지업체 RWE와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가 CA100+의 압박에 결국 자사 사업모델이 파리기후협약과 상충되지 않는지 검토하겠다는 소박한 성과를 최근 올리기도 했다. 닥스 상장 기업인 RWE와 바스프는 독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에 속한다. 롤프 마르틴 슈미츠 RWE 대표이사는 주총에서 RWE가 회원으로 소속된 각 협회에서 기후변화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면밀히 살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후변화 부문 선구자로 통하는 셸은 파리기후협약을 지원하지 않은 ‘미국 연료·석유화학제품 생산자협회’(AFPM)를 2019년 4월 초 탈퇴했다. 반면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철옹성으로 보인다. BMW, 다임러, 폴크스바겐은 주총에 CA100+ 이니셔티브 자사 사업모델의 친환경성을 검토하자는 안건이 상정되면 이를 막기에 급급하다.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이런 내용은 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한 내용과 형식적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천편일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주총는 이런 안건을 상정하기에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얼마 전부터 친환경 모빌리티를 주창하는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주주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자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왔다. 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주장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가스 업계 수호천사를 자임하는 미국 상황 역시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캘리포니아 등 일부 연방주들이 기후변화 대책을 펼치고 있기는 하다. 미국 대기업 역시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압박에 시달리고는 있다. 하지만 엑손모빌 사례처럼 자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기업 뒷배를 봐주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기후변화 대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거대 석유기업들은 자사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빅머니’를 활용한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2018년 11월 이산화탄소 배출 1t당 15달러를 부과하고 이를 매년 2달러씩 올린다는 탄소세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이뤄졌다. 하지만 엑손모빌과 셰브론Chevron) 등의 대기업은 주민투표 가결을 막기 위해 3100억달러(약 367조6천억원)라는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에너지 대기업 캠페인은 위력을 발휘했다. 주민 56% 반대로 탄소세는 결국 부결됐다. 

* 2019년 7월호 종이잡지 41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2호
Mit Gottes Hilf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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