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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기부금 대가 제품 판매에 세제 혜택도
[TREND] 노트르담대성당 거액 기부금의 이면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에르베 나탕 economyinsight@hani.co.kr
에르베 나탕 Hervé Nath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9년 4월15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에서 화재가 일어나 목조로 된 지붕과 고딕 양식 첨탑이 불에 타 무너져내리고 있다. REUTERS
최근 화마로 소실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복원에 명품업계 거물들이 줄지어 천문학적 금액을 기부했다. 이 사건은 예술과 문화재 부문에 전략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명품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하다.
 
3천여 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장식된 분수관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며 분수대 위를 빙그르르 돌아간다. 분수관을 따라 흘러내린 물이 시원스럽게 분수대에 쏟아진다. 그야말로 놀라운 기술이자 예술이 빚어낸 마법이 아닐 수 없다. 파리 샹젤리제 원형 교차로에 설치된 6개 분수는 로낭·에르완 부룰렉 형제가 만든 예술작품이다. 
 
이 분수는 관광객에게 근처 갈르리 라파예트 신축 백화점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 역할도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 예술작품에 630만유로(약 84억1천만원)를 기꺼이 헌납한 메세나(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 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 중에는 이 백화점 소유주인 우제 형제도 포함됐으니 말이다. 더욱이 갈르리 라파예트는 예술가 사랑이 남다른 기업이기도 하다. 최근 이 기업은 파리 시청사 부근에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의 설계로 지어진 라파예트 앙티시파시옹 갤러리를 개관했다. 
 
2019년 1월 이 갤러리는 영국 출신 작가 사이먼 후지와라의 개인전 ‘혁명’을 선보였다. 유명 블로거 므테리스는 이 전시에 대해 “작가가 한낱 소비품에 불과한 작품을 직접 생산해 보임으로써 소비사회를 겨누는 매우 강렬하고 전복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예술가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꼬집는 비평이라고나 할까. “사실 무엇이 그리 놀라운 일이겠는가? 중국의 유명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도 이미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세상인데 말이다.” 인류학자 마르크 아벨레스가 저서 <럭셔리의 세계를 방문한 민족학자>에서 한 비판이다.
 
후원의 속셈
마르크 아벨레스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연구부장은 럭셔리 분야에 관심 있는 몇 안 되는 학자 중 한 사람이다. 럭셔리는 사실상 롤랑 바르트 시대, 다시 말해 지난 세기 이후로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한물간 분야다. 그러나 아벨레스는 “세계화 시대에 럭셔리 연구는 자본주의를 연구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한다.
 
파리가 좋은 표본이다. 파리 문화지도는 각종 민영 재단과 후원 기업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먼저 파리 라스파이가에는 유서 깊은 카르티에재단이 있다. 장 누벨이 지은 건물에서 카르티에재단은 아프리카와 남미 예술가 작품을 전시하거나, 때에 따라 이들 작품을 매입(1500점 소장)한다. 1984년 설립된 이 재단은 그동안 알랭 도미니크 페랭 창립자 겸 이사장의 투철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됐다. “예술가 후원과 제품 생산을 절대 혼동하지 마라. 우리는 두 가지를 뒤섞는 행위, 한마디로 중상주의를 거부한다. 우리 재단은 예술가를 돕기 위해 존재하지, 결코 예술가를 이용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세대 메세나들이 그의 격언을 떠받들며 살아갈지는 확신할 수 없다. 2019년 말 옛 상품거래소 건물에는 ‘피노 컬렉션’이 문을 열 계획이다.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부룰렉 형제가 각각 리뉴얼과 내부 장식을 맡았다. 거물 사업가 프랑수아 피노는 이곳에 개인 소장품 일부인 약 3천 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물론 일차 목적은 미적 욕구 충족이다. 하지만 이미 베네치아의 그라시·푼타 델라 도가나 궁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작품 판매 목적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피노 컬렉션은 회화나 조각품의 가격을 고지하거나 때때로 인위적으로 가격을 형성하는 거대한 화랑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 미술 전시회장은 사실상 현대 예술품에 가격을 매기는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갈르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로고. 백화점 소유주인 우제 형제는 샹젤리제 거리 원형 교차로에 설치돼 백화점 표지판 구실도 하는 예술작품인 분수 6개 설치에 약 84억원을 기부했다. REUTERS
신종 메세나의 등장
사실 프랑수아 피노는 예술 분야와 삼중으로 이권이 얽혀 있다. 먼저 그는 미술작품 수집가인 동시에 미술상이며, 세계적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주주다. 피노의 안목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세계 미술시장은 현재 미국과 중국 큰손의 넉넉한 현금 투자와 중동 미술관의 야심 찬 기획에 힘입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2018년 프랑스의 국제미술경매시장 분석업체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140억달러(약 18조7천억원)로 연간 4%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루이뷔통재단은 한 차원 더 나아간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그룹은 아예 노골적으로 ‘아트케팅’(아트와 마케팅 합성어 -편집자)을 표방하며, 작품과 브랜드의 상호 공조를 도모한다. 때로는 아찔할 정도로 예술을 복제하면서까지 말이다. 가령 루이뷔통은 반 고흐 그림을 복제한 가방을 제작한 뒤, 회사 홈페이지에 버젓이 다음과 같은 광고를 내걸었다. “세계적 현대예술가 제프 쿤스가 대가 작품을 손으로 베낀 자신의 연작 ‘게이징 볼 페인팅’ 이미지를 루이뷔통 제품에 접목했다.” 역사상 최고 키치가 무엇인지 그 진수를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이 컬렉션은 2017년 LVMH가 후원하는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 초상화 바로 턱밑에 전시됐다.
 
프랑스 회계감사원은 “신종 메세나의 등장”을 확언했다. “새로운 형태의 예술 후원 사업은 기업 이미지를 전파하는 창구로 인식된다. 미디어 이목을 집중시켜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홍보 정책에 동원된다.” 이것은 2014년 예술가, 비평가, 철학자 등이 LVMH를 겨냥해 ‘예술은 그저 럭셔리 상품에 불과한가’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배경이기도 했다. 그들은 탄원서에서 “예술이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이 예술이 되는 세상, 모든 것이 상품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예술이 되는 세상”을 맹렬히 비판했다.
 
LVMH, 구찌의 모회사 케링 등 세계 굴지의 명품 기업이 예술계 스타들과 협업해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해답은 명품 브랜드가 지닌 본연의 모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명품업계는 고객 구매욕을 자극하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요구와 동시에,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대중성을 갖춰야 한다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누리는 ‘인싸’(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을 통해 제품을 광고하는 것이 명품업계 최신 ‘유행’이 됐다. 
 
하지만 이브생로랑이나 샤넬 제품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킴 카다시안이나 수많은 아류는 과연 명품 브랜드 홍보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는가, 아니면 브랜드 이미지를 더 저속하게 만들 뿐인가. 현실 혹은 가상세계 곳곳에서 명품을 걸친 이들이 지천으로 늘어나자, 결국 명품 브랜드는 본연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잃어버렸다. 이는 구찌, 프라다, 루이뷔통 등의 성장률이 침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업계는 사치성, 희소성 등 명품 본연의 특성을 되찾기 위해 중요한 요소인 진본의 가치를 되돌리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명품 뿌리를 예찬하며, 거의 소설에 가까운 허구적 이야기를 창조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상품 유통이 대중화하면서 명품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퇴색돼버렸다.” 마르크 아벨레스가 지적했다. 

   
▲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불로뉴의 루이뷔통재단 미술관. 이 재단은 미술관 사업에 뛰어든 지 4년 만에 업계 대표 주자로 자리잡았고, 이 목조건물의 가격은 7배나 뛰었다. REUTERS
루이뷔통의 활약
어쩌면 예술이나 예술가는 통속화된 명품에 본연의 순수성을 되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이탈리아 명품업계도 문화재 복원 사업에 대대적 투자를 아끼지 않으리라. 토즈는 콜로세움, 펜디는 트레비 분수, 페르가모는 피렌체의 각종 문화재 복원에 참여하고 있다. LVMH도 전방위 활약 중이다. 루이뷔통재단이 무라카미 다카시 그림을 전시하는 동안, 루이뷔통그룹은 그의 그림이 찍힌 1400유로(약 187만원)짜리 파자마를 판다. 
 
특히 불로뉴 목조건물로 상징되는 루이뷔통재단은 4년 만에 일약 미술전시 업계의 빛나는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2017년 인상주의 작품을 소개한 시추킨 컬렉션에 무려 120만 명이 발걸음했다. 1967년 프티팔레에서 열린 투탕카멘 전시에 버금가는 성황이었다. 2018~2019년 바스키아와 실레 작품을 모은 전시회 역시 67만6천 명의 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르세미술관에서 최대 관람객(2018년 67만 명)을 동원한 ‘피카소, 블루 앤드 핑크’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명품업계 거물들은 현재 예술가와 협업해 명품이 지닌 본연의 미를 되살리는 것으로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다. 예술가 작품을 전시하며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미술관 사업의 발판을 삼으려는 것이다. 그러니 시인 이전에 매서운 예술비평가였던 샤를 보들레르의 시 ‘여행에의 초대’ 구절을 비틀어보면 어떨까. “이곳에서는 모든 게 다만 사치요, 예술이요, 이윤 추구일 뿐이다.” 
 

논쟁 뜨거운 기부금 세제혜택 
 
노트르담대성당 돕기 행사의 최종 모금액이 얼마일지는 몇 년이 더 지나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화재로 소실된 노트르담대성당을 복원하기 위해 단 며칠 만에 10억유로(약 1조3천억원)가 순식간에 모였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여기서 분명하게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금융·산업계 거물 기업과 그 주주가 내놓은 기부금이 전체 모금액에서 3분의 2를 넘을 것이라는 점이다. LVMH와 토탈, 로레알의 최대주주 베탕쿠르, 투자업체 피말락의 최고경영자 라드레 드 라샤리에르, 건설·통신 재벌 부이그, 옥외광고회사 JC드코의 최고경영자 드코 등의 가문이 공표한 기부금만 벌써 7억유로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이런 종류의 민간 기부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2003년 ‘아야공 법’이 통과된 뒤 기업은 공익사업 기부금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0.5% 범위에서 최대 60%까지 법인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부액 25%까지는 수혜 기관에서 현물 서비스를 받는 것도 허용된다. 좋은 일에 100유로를 내더라도, 세금 60유로를 공제받고, 25유로에 이르는 대관 혜택까지 누리는 것이다. 그러면 실제 주머니에서 나간 비용은 본래 기부액의 25%에 불과하다. 이런 다양한 혜택에 고무된 탓일까. 불과 10여 년 만에 기업들이 설립한 재단 수는 10배가량 늘었다.
 
이 세액공제 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루이뷔통재단이다. 프랭크 게리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본떠 설계한 루이뷔통재단의 불로뉴 목조건물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건물 가격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프랑스 시사월간지 <마리안>이 취재하고 이후 회계감사원이 확인한 데 따르면, 무려 7억8천유로(약 10조4천원)에 이른다. 본래 가격에서 7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마리안>이 추가로 밝힌 사실에 따르면, 2014년에만 LVMH가 누린 세 환급액이 6160만유로였다. LVMH 혼자 세액공제 혜택의 8%를 독식한 셈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주주들 앞에서 고백하기를, LVMH는 노트르담대성당 복원 기부금 2억유로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미 세액공제 혜택 상한선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기부금 세액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18년 11월 재정위원회 청문회에서 앙투안 뒤를망 회계감사원장은 “환급된 세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떤 목적에 쓰이는지 항목별, 지역별로 전혀 파악하지 못한 세무 당국”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모든 공익 후원사업은 10억유로 가까운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린다. 그런데도 실질적 감독 수단이 전혀 없는 청소년·스포츠부의 어느 이름 모를 부서가 이 사업을 관할한다. 
 
여야 모든 의원이 2018년 가을 예산안 심의 때 1천만유로 상한선 책정 등 공익 후원사업의 세금 공제 혜택을 제한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간투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국영박물관을 비롯한 대형기관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고 공화당 소속 질 카레즈 의원이 설명했다.

 
* 2019년 7월호 종이잡지 46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6월호(제391호)
Comment le luxe a domestiqué l’art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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