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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는 파괴자 대선 출마 고려 안 해”
[PEOPLE]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옥중 인터뷰- ② 정세 진단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옌스 글뤼징 economyinsight@hani.co.kr
옌스 글뤼징 Jens Glüsing <슈피겔> 기자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2003년 1월24일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제3차 세계사회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좌파의 아이콘’으로 재임 시절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REUTERS
-당신이 집권하는 동안 브라질 경제는 활황이었고, 브라질 국민 수백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후 브라질은 정치·경제적으로 추락했다. 2018년 극우 정치인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브라질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경제정책은 마술이 아니다. 경제정책이 존중받으려면 믿음을 줘야 한다. 그래서 내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조지 부시·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자크 시라크·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등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브라질은 5대 경제 강국이 되는 것을 눈앞에 두고 이런 재앙을 맞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로마 네로 황제에 비유할 수 있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을 불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고용, 성장, 투자, 개발이라는 단어를 그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무언가를 만들지 않고 오로지 파괴만 한다. 미국 성조기 앞에서만 온순한 대통령이다. 브라질은 이런 대통령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 
 
-노동당(PT)이 브라질 몰락에 일부 책임이 있지 않나. 노동당은 과거 선거공약으로 부패 척결을 내걸었지만, 현재 노동당은 수많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다.  
브라질 역사상 노동당만큼 부패 척결 장치를 여럿 마련한 정당은 찾아볼 수 없다. 노동당은 반부패법을 엄격하게 개정했을 뿐만 아니라 투명성도 확보했다. 그렇게 일련의 부정부패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물론 노동당도 실수했고, 현재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다른 정당도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모았는데, 오로지 노동당 사무총장만 옥고를 치르고 있다. 노동당은 정당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실수나 오류 때문이 아니라 부패 척결에 앞장선 대가로 벌 받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네로 황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가.
브라질 엘리트 계층은 빈곤층의 사회적 상승을 용납하지 않는다. 빈곤층에게 대학 입학을 허용하고, 부유층과 동일한 인도를 걷게 하고, 쇼핑몰과 공항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내가 저지른 죄악이다. 브라질은 모든 국민의 것이다. 노동당은 국가를 필요로 하는 국민에게 관대했다. 그렇다고 노동당이 부유층에게 소홀한 것은 아니다. 맹세하건대 내가 뒤집어쓴 혐의는 모두 다른 사람이 저지른 것이다.
 
-검찰은 정당들이 자금 확보 수단으로 이용한 페트로브라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부패 시스템이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페트로브라스가 연루된 비자금 사건이 한두 건 있었을 수는 있다. 페트로브라스는 연간 66억유로를 벌어들이는 거대한 기업이다. 최근 오일의 역사와 이와 관련된 권력정치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은 뒤, 브라질에서 벌어지는 일이 미국 오일 대기업의 이해관계로 일어난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미국과 브라질 엘리트 계층은 내 임기 동안 발견된 심해 석유를 페트로브라스가 주도적으로 채굴하는 것을 막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들은 석유 채굴권 비용 75%를 브라질이 지난 200년간 놓쳤던 교육 부문에 투자하는 것을 완강하게 반대했다. 연구·기술·보건 분야 투자에도 반대했다. 결국 이들은 내 후임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을 넘어뜨렸고, 내가 다시 대선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방해 작전을 펼쳤다. 내가 교도소에 수감되더라도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리라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었다. 나를 기소했던 델탄 달라그놀 연방검사는 미국 법무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모든 의혹이 날조된 것은 아니다. 비리 스캔들 중심에 있는 브라질 최대 건설사 오데브레트(Odebrecht)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정치인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신과 오데브레트는 아주 가깝지 않은가.
나는 기업과 은행, 기업인과 노동자와 맺었던 어떤 관계도 후회하지 않는다. 오데브레트가 브라질에 매우 중요한 기업임을 나는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을 진두지휘하고 페트로브라스를 파괴하려 했던 사람들이 브라질 대형 건설사들도 파괴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패 의혹은 언제든 수사할 수 있고, 부패 정황도 완벽하게 밝혀낼 수 있다. 오데브레트 소유주가 부패를 저질렀다면 소유주를 체포하면 된다. 하지만 오데브레트는 브라질 내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기 위해 계속 존립해야 한다. 건설사들이 망한다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브라질 기업이 아프리카나 이웃 남미 국가에서 더는 활동하지 못하는 것을 누가 원할까? 바로 유럽과 미국의 경쟁업체다.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2019년 1월1일 취임 직후 브라질리아 플라나우투궁에서 내각 각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룰라는 보우소나루가 브라질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UTERS
“미 오일 대기업 이해관계 발목 잡아” 
-당신이 단호하게 비판하는 브라질 엘리트 계층도 재임 중에는 굽신거리지 않았나.
나는 항상 부유층과 빈곤층 모두를 위해 국정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우선순위를 둔 대상은 국가를 가장 필요로 했던 계층이다. 대통령 임기가 끝난 2010년 내 지지율은 80%가 넘었다. 나에 대한 국가적 합의가 이미 끝났다는 뜻이다.
 
-당신이 일부 브라질 구성원에게 상당한 미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브라질 언론은 2005년 이후 나에 대한 분노를 키워왔다. 마리우 소아레스 전 포르투갈 대통령은 브라질 방문길에 이런 말을 했다. “룰라, 외국 언론에서 당신은 신적인 존재인데 브라질 국내 언론에서는 악마처럼 그려지는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2013년 대규모 시위 이후 나에 대한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후임 호세프가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대선에서 힘겹게 이겼다. 처음에는 야당이 대선 결과에 불복했다. 우파는 “우리 적은 노동당이며, 우리는 노동당을 파괴해야 한다”고 외치고 다녔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겨우 선거 하나 이겼을 뿐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통적인 야당 대표가 아니지 않나.
보우소나루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그런데도 왜 대통령에 선출됐을까? 모잠비크 작가 미아 쿠투가 했던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 “테러 시대에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괴물을 선출한다.” 브라질에서 28년간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무언가를 보여준 적 없는 사람이 ‘새로운 얼굴’로 잘 포장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믿어서 지지자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이 아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유일한 이유는 노동당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은 노동당에 반대하는 의미가 강했다. 
 
-브라질 민주주의가 위험하다고 보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우소나루와 그의 사람들은 오로지 하나만 안다. 바로 무기다. 그는 사진 찍을 때마다 한 손에 권총 쥔 모습을 취한다. 그가 취임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수많은 빈곤 지역 보건 부문을 유일하게 떠받치고 있던 쿠바 의사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다음으로 환경정책에 손대더니, 노동자 권리를 훼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제 대대적인 연금개혁을 예고했다. 그가 생각하는 연금개혁은 금융권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에 위험한 인물이다. 우리가 구축한 것을 모두 파괴하고 있다. 
 
   
▲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의 고등교육 연방지출 삭감 계획에 항위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리우 데 자네이루 거리를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그 뒤로 “자유 룰라”라고 쓰인 펼침막이 보인다. REUTERS
“보우소나루 능력 없어… 민주주의 위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군대 지지를 받고 있다.
군대는 국가주의 원칙을 깡그리 잊은 듯하다. 국경 수호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영해, 아마존 지역과 산업 보호 등 모두 군대가 수호해야 할 국가주의적 원칙이다.
 
-당신은 임기 동안 군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왜 이제 와서 장군들이 당신한테 등을 돌리는 걸까.
나도 그 점이 궁금하다. 언젠가 출옥한다면 장교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다. 빌라스 보아스 육군참모총장이 대선 전 트위터에 연방대법원이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해 내 구속적부심사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임기 내내 군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보우소나루 정권이 실패한다면 군부가 권력을 넘겨받을 위험이 있나.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브라질 국민은 그런 상황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보우소나루가 생각을 바꿔 브라질 대통령으로 존경받기를 바란다. 그는 문명인처럼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쓰러지면 부대통령이 권력을 이어받는데, 현 부통령은 장군이다. 
 
-브라질 사회는 깊이 분열돼 있는 것 같다.
사회 분열은 브라질뿐만 아니라 독일, 미국 등 여타 국가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세계 곳곳에서 증오가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바람을 일으키는 자는 태풍을 맞을 텐데 브라질이 지금 그런 상황에 있다.  
 
-베네수엘라는 브라질보다 훨씬 더 상황이 심각하다. 글레이지 호프만 노동당 대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반면 브라질 정부는 독일과 수많은 국가처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독일이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것은 실수였다. 메르켈 총리에게 그렇게 전달해도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러는 건 상관없는데, 독일은 미국 말을 따를 의무가 없다. 누구도 스스로를 대통령이라고 선언할 수 없다. 국가기관을 파괴하는 행위다. 
 
-과이도 의장은 헌법에 따라 행동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베네수엘라 야당은 2018년 마두로가 승리한 대선 결과에 왜 불복하지 않는가.
 
-베네수엘라의 2018년 대선 결과는 조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대선이 조작됐다면 야당은 왜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나.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문제다. 나는 각 민족의 자결권을 지지한다.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고 싶은 자는 반대파와 테이블에 앉아 협상해야 한다. 하지만 과이도 의장은 그럴 의사가 전혀 없다. 과이도는 믿음을 주지 않는다.
 
“나 아닌 새로운 대선 후보 찾아야”
-다시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지금 나는 73살이다. 4년 뒤 살아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새 대선 후보를 찾아야 한다. 노동당 안팎에 훌륭한 정치인이 많이 있다. 현재는 대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내 인생과 재판에 집중할 뿐이다.  

* 2019년 7월호 종이잡지 62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2호
Bolsonaro gleicht Nero: Er setzt das ganze Land in Brand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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