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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의료 강소국 에스토니아
[FOCUS] 디지털 의료서비스- ① 현주소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디르크 아젠도르프 economyinsight@hani.co.kr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이 건강보험공단이 가입자 개인정보가 담긴 앱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독일 국민 전체가 대상인 ‘전자의료보험카드’를 완성하는 일이다. 에스토니아에선 전자의료보험카드가 이미 오래전에 실행됐다. 반면 독일에선 전자의료보험카드 프로젝트가 2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봤다.
 
디르크 아젠도르프 Dirk Asendorpf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 전자의료보험카드 등 의료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의사나 구급요원은 자신의 신분증 IC카드로 환자 전자의료보험카드에 접속해 환자 질병 이력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에선 이미 10년 전에 의료 부문을 대대적으로 디지털화했다. REUTERS
프리트 토버는 병원에 갈 때마다 의료서류를 잔뜩 챙겨갈 필요도, 의사에게 진료 시간마다 구구절절 병력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 엑스레이 사진, 입원 초진 기록, 처방 내역 등 의료 관련 개인정보가 모두 전자의료보험카드에 저장됐기 때문이다. 
 
의사는 치료에 필요한 서류를 자신의 컴퓨터 화면에 띄워서 볼 수 있다. 토버가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을 경우, 구급요원은 구급차에서 전자의료보험카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의사나 구급요원은 자신의 신분증 IC카드로 환자 전자의료보험카드에 접속할 수 있다. 환자가 추가로 접속을 승인할 필요가 전혀 없다.
 
토버는 에스토니아 국민이다. 에스토니아에선 이미 10년 전 의료부문을 대대적으로 디지털화했다. 동네 의원, 종합병원, 의료보험조합 등에서 환자들은 서류 없이 서로 소통할 수 있다. 발급되는 전자처방전으로 진료비와 약값이 계산된다. 환자가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경우 의사와 약사에게 경고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있다. 디지털 의료는 이렇게 효율적이면서도 사용자에게 친화적이다. 
 
독일, 디지털 헬스 최하위권 머물러 
독일 같은 정반대 사례도 있다. 독일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전자의료보험카드 도입 작업을 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옌스 슈판은 의료정보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역대 다섯 번째 보건부 장관이다. 그는 취임식에서 임기 중 핵심 과제로 의료정보 디지털화를 천명했다. 
 
2019년 5월 넷쨋주, 슈판 장관은 건강보험공단이 가입자 개인정보가 담긴 앱의 비용을 부담하는 법안을 발의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상은 당뇨병 환자, 임산부, 고혈압 환자 등을 지원하는 앱이다. 이런 앱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독일 전체 국민의 의료 관련 개인정보가 저장된 전자의료보험카드와 슈판 장관이 계획하는 의료 앱 사이에는 공통분모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슈판 장관은 임기 초기 전자의료보험카드를 “보건 분야의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신국제공항(심각한 설계 결함, 공사비 증액, 부패 비리 논란으로 여섯 번이나 개항이 연기된 총체적 난국의 대형 프로젝트. 독일의 대표 이미지인 효율성·완벽주의에 제대로 먹칠했다.)”에 비유했다.
 
완성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은 전자의료보험카드 프로젝트는 2000년대 초반 첫 삽을 떴다. 당시 다른 약품과 함께 콜레스테롤 강하제 리포베이(Lipobay)를 복용한 환자 50여 명이 사망한 일이 발단이 됐다. 의약품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당시 독일 정부는 환자의 중요 개인정보에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 전자의료보험카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전자의료보험카드는 약품 과민반응과 불필요한 이중 진료를 미연에 방지할 뿐만 아니라 병원, 의사, 건강보험공단의 상호 소통을 용이하게 해준다. 2003년 클라우스 테오 슈뢰더 당시 보건부 차관은 컴퓨터 박람회 세빗에서 전자의료보험카드를 “가장 우수한 비즈니스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전자의료보험카드 프로젝트에 든 비용을 적어도 2년 안에 회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 독일에서 전자의료보험카드 프로젝트에 약 20억유로가 투자됐다. 하지만 환자나 독일 경제가 누린 혜택은 전혀 없다. 베르텔스만재단의 디지털헬스지수에서 독일은 조사 대상 선진 17개국 중에서 최하위권인 16위였다. 독일 정부가 전자의료보험카드 시스템 합의를 의사 집단, 동네 의원, 종합병원에만 전적으로 맡겨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실제로 주체별 관련 협회들이 서로 얽혀 있어, 아주 조그만 진전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래서 현재 전자의료보험카드에는 혈액형과 의약품 알레르기 반응 등 가장 기본적인 응급 정보조차 들어 있지 않는 등 총체적 난맥을 보인다. 
 
전자의료보험카드 20년째 총체적 난맥
브레멘 출신 종양학자 외르크 그뢰티케는 전자의료보험카드 현주소에 대해 “아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14년 전 독일 최초의 전자의료보험카드 시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시 브레멘의 종합병원 1곳과 동네의원 12곳이 손잡고 서로 갖고 있는 디지털 환자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환자와 의사는 프로젝트 추진 결과에 만족스러워했지만, 독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자의료보험카드에선 의료계 저항이 유독 거셌다. 시범 프로젝트 2년 뒤 그뢰티케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백기를 들었다.
 
이후 환자 개인정보는 대부분 디지털 시대 이전 방식으로 전송되고 있다. 엑스레이 사진은 우편으로 발송되고, 환자는 방문하는 병원마다 자신의 병력 서류를 가져가야 하며, 환자의 다른 개인정보는 팩스로 발송된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전송하는 것보다 더 불안한 방식이 또 있을까. 팩스를 보내면서 번호를 하나만 잘못 눌러도 민감한 개인정보가 병원이 아닌 낯선 술집으로 갈 수도 있다. 
 
“독일이 이렇게 디지털 의료에서 뒤처진 것은 기술이나 혁신 잠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베르텔스만재단이 내린 결론이다.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여건은 모두 충분히 갖춰 있다. 문제는 요리법과 주방에서 제대로 협력을 지휘할 선임 요리사의 부재다. 디지털헬스지수에서 독일보다 앞선 국가는 공통으로 정치권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디지털 혁신을 조율하는 중앙기관이 있었다. 독일에선 이런 중앙기관 구축이 지금까지 계획된 바 없다.  
 
* 2019년 7월호 종이잡지 66쪽에 실렸습니다.

ⓒ Die Zeit 2019년 22호
Der digitale Patien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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