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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플랫폼 신흥국 방불 분산기술로 주권 찾아야
[ISSUE] 디지털산업 전문가 브누아 티율랭 인터뷰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브누아 티율랭 트위터 계정
브누아 티율랭(Benot Thieulin)은 디지털혁명 주체이자 날카로운 관찰자다. 디지털 광고회사 ‘라 넷스쿠아드’ 창립자인 그는 2013~2016년 프랑스 국가디지털위원회(CNNum)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경제사회환경위원회(CESE) 소속인 그는 최근 이 기관이 채택한 ‘유럽연합 디지털주권 정책’을 옹호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교통·정보·상업·통신 등 디지털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 분야는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수많은 새로운 서비스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을 통해 이뤄진다. 그를 인터뷰해 미국이 디지털을 지배하는 근간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유럽이 기술주권을 회복할 방도를 찾아본다.
 
-최근 CESE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유럽이 미국 디지털업계 지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에서 지배받고 있나. 
검색엔진, 소셜네트워크, 온라인쇼핑, 기술 인프라, 인공지능(AI) 등 막강한 디지털 분야가 모두 미국 지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미국 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디지털 분야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반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럽은 언제나 반쪽짜리 혹은 전무한 존재감만 드러낼 뿐이다. 물론 유럽은 프랑스 블라블라카(카풀 서비스 업체)나 스웨덴 스포티파이(음악 스트리밍 업체) 같은 성공 사례를 몹시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유럽의 힘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금 구조는 대단히 역설적이다. 유럽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잘 교육받았으며, 자유롭게 여가를 누리며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이용자가 5억 명에 이른다. 
역설적 상황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인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선택의 결과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정책적으로 21세기 권력 수단이 뭔지 진지하게 성찰해왔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인프라였다. 물질적 인프라가 아닌 비물질적 인프라! 이 판단에 따라 1998년 빌 클린턴 정부가 IT 투자 촉진을 위한 세제 혜택 등을 포함한 정책을 발표했다. 덕분에 미국 기업은 이른 시일 안에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 구글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 홈페이지
때늦은 자각
이제야 우리가 인식하기 시작한 기술 인프라에 미국인은 그때부터 생각해온 것이다. 유럽은 당시 기술 인프라의 중요성을 곧바로 깨닫지 못했다.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사례가 2000년 체결한 ‘세이프 하버 협정’(2000년 미국과 유럽연합이 맺은 개인정보 이전에 관한 협정 -편집자)이다. 미국 기업이 유럽 시민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이전할 수 있게 허용한 이 법은, 2015년 유럽사법재판소 판결로 무효화됐다. 미국이 유럽과 세이프 하버를 체결하려던 이유를 유럽인들은 15년이 지난 뒤에야 이해한 것이다. 
 
-유럽인도 미국 IT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지 않은가.
정확한 지적이다. 디지털 공룡기업들이 진보와 혁신을 이끄는 매개자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구글은 5억 유럽인의 삶을 변화시켰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컴퓨터 연산능력을 보편적이고도 이동 가능한 것으로 바꾸어놓았다. 이런 서비스가 제공하는 긍정적 외부 효과는 엄청나다. 규제하기 어려운 것도 바로 거기에서 비롯한다. 우리가 만들어낼 능력도 없고, 앞으로 개발하기도 어려운 서비스를 도무지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디지털 지배가 각국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결국 국가는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인프라가 조금씩 디지털화하고 있다. 사실 국가는 도로, 철도 등 물질적 인프라를 관리하기 위해 태어났다.
 
디지털이 지닌 놀라운 특징 중 하나는 상위 개입을 통해 물질적 인프라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일 웨이즈(구글 내비게이션 앱)가 트럭 운전자를 고속도로 대신 작은 마을을 지나는 지방도로로 인도한다고 가정하자. 지방도로는 평소보다 훨씬 더 빨리 파손되고, 해당 구간에서 교통사고와 환경오염도 극심해질 것이다. 도로라는 물질적 인프라가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비물질적 인프라에 영향받는 것이다. 국가가 디지털 플랫폼에 명령을 내릴 수 없다면, 교통량을 뜻대로 통제할 수 없다면, 결국 정부의 국토 개발 정책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좀더 과장해서 말한다면, 웨이즈가 원하면 국가가 새 도로를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는 다음과 같다. 국가가 계속 우리 삶을 지배하는 사회조직으로 존속할 수 있는가? 이미 거대 IT 기업 이용 약관은 프랑스나 유럽의 법처럼 우리 삶을 어느 정도 규제하고 있지 않은가? 만일 앞으로 유럽이 비물질적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다면, 다시 말해 5억 명에 이르는 유럽 시민, 소비자, 기업 정보를 통제할 수 없다면, 결국 유럽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 신세가 될 것이다. 권력을 손에 넣는 것은 IT 기업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는 주권 문제와도 연결된다.
 
-거대 IT 기업이 정치적 색채를 띤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거대 IT 기업은 경영에서 UFO(미확인비행물체)와도 같은 존재다. 일부는 공공서비스 기능까지 한다. 더욱이 기존 전통 기업 모델을 깨부쉈다. 흔히 프랑스 상위 40대 기업(CAC40)은 주주에게 높은 배당금을 주는 데 골몰하지만, 디지털기업은 배당금을 나누기보다 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려 한다. 거대 IT 기업이 기존 대기업보다 탐욕이 덜하다는 사실을 일단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기업들은 자사를 민영기업이 아닌 무슨 신흥국쯤으로 생각한다.
 
이들의 강점은 세계 최고 인재들을 끌어들이며 널리 사랑받는 것에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것은 대개 정치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양날의 칼
-미국의 IT 지배가 유럽 시민이나 기업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국가가 영향받는다면 시민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인이자 유럽인으로서 내 삶의 일부는 현재 거대 IT 기업들에 의해 조직되고 있다. 게다가 국가는 이 현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안에서도 내게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지배체제가 기업에 끼치는 영향은 복잡하다. 먼저 IT 기업은 각각 시장에 오로지 한 주체만 나오게 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상품 수요가 형성되면 다른 사람이 상품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현상 -편집자)에 따라 독점적 지위를 형성하곤 한다. 이 상황에서는 다른 후보자들이 그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인터넷에 의존하는 기업에 현 지배구조는 ‘양날의 칼’과 같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 덕에 그들은 거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가령 지방의 작은 호텔도 예약 사이트 ‘부킹닷컴’으로 관광객 수백만 명과 만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플랫폼 기업에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다. 플랫폼 기업이 거래 가격과 조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IT 독점 기업은 때때로 다른 기업을 활용해 자사 서비스 이용을 촉진하려 한다. 문제는 그들이 기업 생태계 중추를 형성해 다른 기업의 생사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번번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바꿔 여러 기업에 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나는 자주 이 상황을 전력 공급 업체에 비유해 설명한다. 어느 날 갑자기 프랑스전력공사(EDF)가 220V가 아닌 350V 전력망으로 전기를 공급한다고 생각해보라. 기업과 개인이 쓰는 온갖 기기가 큰 손상을 입을 것이다. 그러나 EDF는 결코 막무가내로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다. 계약 규정과 절차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자리에는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도 부주의나 악의적 의도로 기업 생태계나 그것에 의존하는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소홀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
 
   
▲ 2018년 11월 ‘몰타 블록체인 서밋’ 회의장에 설치된 블록체인 기술업체 비트퓨리(Bitfury) 홍보관. 미국이 지배하는 디지털에서 기술주권을 확보하는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는다. REUTERS
플랫폼 경제의 폐단
2018년 5월 채택된 유럽연합 법률인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중요한 진전으로 간주한다. 유럽연합 시각을 잘 반영했다. 이 법이 표방하는 논리는 경제개발, 스타트업, 중요 인프라 등 다른 분야에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유럽은 모든 분야에 걸쳐 표준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의존성 덕분에 IT 공룡기업들이 새로 창출한 가치를 거의 혼자 차지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 한마디로 중개자가 권력과 가치를 모두 가진다. 구조적 차원에서 서비스를 중개하는 플랫폼 기업이 한 분야에서 창출한 가치를 독차지하고 다른 기업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것이다. 호텔을 예로 들면, 호텔은 만원인데 돈은 더 벌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디지털이 사회나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보고서에서 지적했는데.
디지털경제의 토대는 지속 불가능한 특성을 지닌다. 환경 측면에서, 디지털경제는 하드웨어(IT 기자재)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모두 친환경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대개 IT 기기는 계획적으로 빨리 수명이 닳도록 만들어졌다. 기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인 희토류도 심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재활용도 힘들다. 우리가 디지털을 사용하는 방식 역시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사슬 전체를 전부 손봐야 한다. 
 
사회적 측면도 마찬가지다. 일부 IT 기업은 특이한 법률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우버형 노동자는 거의 독립성이 없다. 플랫폼 기업이 수수료를 줄이겠다고 나와도 별다른 선택권이 없다. 더욱이 플랫폼 기업들은 점점 더 독점적으로 변하며 거의 경쟁자도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문제를 해결하기 더 어렵다.
 
세제 측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IT 공룡기업은 유럽에 쥐꼬리만 한 세금을 낸다. 더욱 용인하기 힘든 점은,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리 시민이 교육받고 건강을 유지해야 하며 여가도 자유롭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에는 모두 세금이 들어간다.
 
-디지털 주권 강화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중앙집중적 인터넷(웹) 시스템을 분산시킬 수 있는 유망 기술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앙의 통제 없이 투명하고 안전하게 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제3의 보증자 없이도, 다시 말해 플랫폼 없이도, 수평적으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인터넷(웹)이 처음 표방한 본연의 정신을 따르면서 안전하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우리는 유럽이 이런 기술 변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더 넓게는 차기 개발 분야로 인공지능(AI), 즉 정보와 연산능력 통제와 양자컴퓨터 개발 지원, 초고속 인프라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연산능력은 있는데 정보가 없다면 모든 것이 소용없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2019년 7월호 종이잡지 83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6월호(제391호)
Les plates-formes numériques se pensent comme de nouveaux Etats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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