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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효과 겨냥한 AI 도입 기대 이하 ‘계륵’ 되기 일쑤
[ISSUE] 일본의 ‘인공지능 거품’ 논란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부편집장
 
   
▲ 일본의 대표적 정보기술업체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페퍼’가 도쿄의 소프트웨어 개발 캠프에서 작동 준비를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영업 지원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REUTERS
4차 산업혁명이 세계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그 논의에서 인공지능(AI)은 빠지지 않는 주제다. AI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AI 만능론’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일본에선 ‘AI 거품’ 우려가 본격 제기됐다. 일본 경제주간 <닛케이비즈니스>는 ‘꺼지나? AI 거품, 실패의 법칙’이라는 특집 기사에서 과대 포장된 AI 산업의 실태를 짚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일본 AI 연구 일인자로 꼽히는 마쓰오 유타카 도쿄대 교수는 AI 거품을 우려하며 잇따라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는 많은 기업이 마케팅을 목적으로 단순한 정보기술(IT) 활용을 AI 도입으로 바꿔 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이 제대로 AI를 이해하지 못해서 “무성한 AI 논의는 내용이 없는 거품에 지나지 않고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AI 상황은 엘리베이터에 비유된다. 겨우 2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계단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10층이나 20층 빌딩을 지을 때 엘리베이터 혁신성이 필요한 것이다. 전혀 혁신적이지 않은 일에 AI 활용이 논의된다는 뜻이다.
 
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일본법인은 2018년 가을 “일본에서는 2019년 이후 AI 산업이 환멸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트너가 각종 신기술 성숙도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하이프 사이클’ 곡선에서 AI는 기대치가 정점을 지나 급속히 떨어지는 시기를 맞았다는 설명이다. ‘잔치’가 끝나고 제대로 할 생각이 없는 사람과 기업이 떠나가는 지금부터가 AI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다. 그러나 IDC재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AI 시스템 투자는 2019년 358억달러, 2022에는 792억달러(약 94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거품은 꺼지겠지만 투자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IT 대표 주자의 ‘고배’
일본을 대표하는 IT 업체인 소프트뱅크가 영업사원 1천여 명을 AI로 지원하는 시스템 ‘소프트뱅크브레인’을 도입한 지 3년이 지났다. 소프트뱅크 AI·로보틱스 담당 시바타니 과장은 “개발 당시 AI로 뭐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혔다”며 “경영진부터 일선 현장 직원까지 AI에 들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결과물은 애초 기대와 한참 동떨어졌다. 
 
소프트뱅크가 기대한 것은 뛰어난 영업사원처럼 일하는, 자연언어 처리에 의한 대화형 AI였다. 일반 영업사원이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유롭게 문의하면 폭넓은 문제에  깊은 통찰을 담은 조언을 해주는 AI를 꿈꿨다. 그런데 현실에서 AI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답변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답변 수준이 너무 낮아 사내에서 소프트뱅크브레인을 거의 쓰지 않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그룹 투자펀드를 통해 세계 첨단기업 투자를 이끄는 AI 분야 우등생으로 꼽힌다. 최고 수준 기업이 AI 활용에 실패한 이유는 뭘까? 소프트뱅크 영업부문이 다루는 제품과 서비스는 2500가지가 된다. 만능형 AI를 만들려면 심층학습(딥러닝)을 거쳐야 한다. 뛰어난 영업직원들로부터 모은 수많은 해답을 통한 학습 과정이다.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학습 인식이 느슨했다”며 “천문학적 개수의 답변을 준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브레인이 채용한 AI 기술은 스스로 새로운 답변을 발견해내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조언할 수 있는 내용이 매우 제한돼 누구도 쓰지 않는 AI가 되고 말았다. 개발팀은 “뭐든지 가능하다”는 AI 이미지가 과대평가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능을 대폭 축소해 재출발했다. 
 
만연한 AI 만능론
‘AI는 만능’이라는 오해는 일본 산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 실제로는 음성과 화상 인식 등 제한된 분야에서 실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온 데 지나지 않는다. 유효한 학습 데이터가 갖춰지지 않으면 AI는 충분한 성능을 가질 수 없다. 일본 IT 업계에서는 “거대 은행이 많은 돈을 들여 콜센터에 도입한 대화형 AI가 쓸모없게 됐다”거나 “의료기관이 시험 도입한 AI가 잘못된 치료법 제안을 되풀이했다”는 등의 실패담이 잇따른다.
 
AI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고민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MM종합연구소 조사 결과, AI를 도입한 일본 기업의 23%가 “예상보다 해결 가능한 것이 적었다”고 응답했다. 소프트뱅크 시바타니 과장은 “AI에 너무 기대하지 말고 현실적인 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야말로 교훈”이라고 말했다. 
 
IT 전문가들은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게 가장 큰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경쟁 기업의 AI 도입 발표에 떠밀려 경영기획이나 신규사업 개발부문에서 AI 도입을 상담하는 사례가 흔하다.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부분적 AI 시험사용을 성공으로 발표한다든지 하면 실용 가능한 대단한 AI가 이미 존재하는 듯한 오해가 생긴다. AI를 사용한다는 선전 효과만을 위한 상담도 많다.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를 얘기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AI를 사용했다는 실적만 필요로 하는 것이다. AI가 아니어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과제를 AI로 해결하고 싶다는 요구다. 
 
그나마 바람직한 사례는 손해보험재팬일본흥아다. 이 회사는 2018년 AI 등을 활용하기 위한 실증실험 55건을 진행했다. 그 가운데 11건이 실용화에 들어갔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실험을 거쳐 추진 중단이 결정된 프로젝트가 2배 가까운 20건에 이른다는 점이다. 무분별한 AI 도입 움직임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이제는 어느 업무에서 AI 도입이 효과적인지, 정말 AI가 필요한지 등을 기업이 자문할 필요가 있다. 혁신 수단인 AI가 되레 목적이 된 결과 생기는 것은 개발해도 사용할 수 없는 AI다. 전문가들은 “경영자가 기술을 이해하고 비즈니스로 연결하지 못하면 AI를 통한 혁신은 일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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