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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 벌이는 이유는
[국내이슈] 국내외로 번진 배터리 소송전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LG화학 제공
LG그룹과 SK그룹은 닮은 점이 있다. 그룹을 섬유·화학 분야에서 시작한 점이 그렇다.
 
LG그룹은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이 1947년 부산 서대신동 집 마당에 차린 락희(Lucky)화학공업이 기반이 됐다. 여기서 ‘장안의 인기’를 모은 화장품 ‘동동구리무’(럭키크림)를 만들었다. 화장품 용기가 자꾸 깨져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LG의 시작이었다.
 
SK그룹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선경직물(鮮京織物)이 바탕이 됐다. SK 창업자인 고 최종건 회장이 일제가 남겨놓고 간 이 회사를 미군정에서 매각받아 1953년 세웠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선경은 중·고등학생 교복으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1980년대는 카세트·비디오 테이프를 만드는 기업으로도 잘 알려졌다.
 
두 그룹에서 모태가 된 두 회사가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전선에 나선 회사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다. 선공은 LG화학이 했다. SK이노베이션도 반격에 나섰다. 두 회사가 벌이는 소송전 내막을 들여다봤다.
 
LG화학은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미국 법인이 있는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장을 냈다. ITC에는 SK이노베이션이 만든 셀, 팩, 샘플 같은 배터리 제품의 미국 수입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델라웨어 법원에는 영업비밀 침해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LG는 ‘미국’, SK는 ‘한국’에서 소송, 왜?
LG화학이 미국에서 소송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환두 LG화학 상무는 “배터리사업 해외시장 비중이 높은 미국에서 영업비밀 침해를 명백히 밝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미국에서 ‘증거개시 절차’를 활용한다고 했다. 증거개시 절차는 재판에 앞서 소송 관련 문서를 내고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내지 않은 증거는 재판에서 활용할 수 없다. 증거를 은폐하면 판결에서 불리하다. LG화학 속내는 무엇일까? 거센 후발 주자 도전을 일단 끊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11월 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의 ‘전략적 배터리 공급업체’로 뽑히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폴크스바겐 전기차에 맞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빼내간 기술로 배터리를 만들어 폴크스바겐에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5월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앞으로 일어날 사업 차질을 포함해 유·무형 손해가 막대하다”며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손해배상액은 10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에서 소송한 이유는 무엇일까? 임수길 SK이노베이션 전무는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하면 국익 훼손이 우려되는 것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속내는 무엇일까? ‘LG화학 소송이 선발 주자의 후발 주자 발목 잡기’라는 여론전을 펼치기 유리해서다.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4위인 회사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1분기 9위로 올라왔지만 시장점유율은 LG화학이 10%, SK이노베이션은 2%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국익도 거론한다. 국내 대기업끼리 소송전으로 번질 경우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외국 경쟁기업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 SK이노베이션 제공
영업비밀 침해 있었나
소송전 핵심은 영업비밀 침해 여부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부터 핵심기술을 무더기로 빼내간 자료를 찾아냈다고 주장한다. 주장 근거로 인력 빼돌리기를 든다. 2017년부터 LG화학 연구개발, 생산, 품질, 구매, 영업 등 배터리사업 모든 직군에서 핵심인력 76명을 빼내갔다는 것이다. 이들의 전직 입사 서류에 LG화학 양산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같은 영업비밀을 상세하게 적도록 한 것도 확인했다고 LG화학 쪽은 말한다.
 
LG화학은 2018년 연구개발비로 매출액 대비 3.8%에 이르는 1조600억원을 투자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가 매출액 대비 0.43%인 2300억원에 그쳤다고 강조한다. LG화학이 30년에 걸쳐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로 이뤄낸 결실을 후발 업체가 기술 개발 대신 기술 빼돌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성환두 상무는 “직업 선택과 전직 자유는 존중돼야 하나 영업비밀 유출은 심각한 위법행위”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반박한다. ‘영업비밀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그럴 생각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방식이 달라 LG화학 기술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LG화학 직원을 채용한 것은 경쟁사원 숙련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수길 전무는 “언론사에서 경력기자를 채용할 때 기자의 취재 역량과 기사 작성 역량이 필요하지만 언론사 취재 시스템이 필요한 게 아닌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서 많은 직원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SK이노베이션으로 왔다고 주장한다. LG화학에서 온 70여 명도,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선발한 인원의 10%에 그친다는 점도 강조한다.
 
어떻게 될까
LG화학은 2017년 SK이노베이션으로 회사를 옮긴 핵심직원 5명을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대법원이 2019년 초 LG화학 손을 들어준 점을 강조한다. 재판부는 영업기밀 유출 우려, 두 회사 기술 역량 격차를 모두 인정해 ‘2년 전직 금지 결정’을 내렸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2011년에도 LG화학이 제기한 리튬이온분리막(LiBS) 소송이 이번 배터리 소송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당시에도 근거 없는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LG화학이 패소했다는 것이다. 그때 소송으로 기술개발이 늦어져 일본 경쟁업체에 시장주도권을 빼앗길 뻔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일단은 ITC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ITC가 조사를 결정하면 2020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 과정에서 두 기업 중 한쪽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지만, 다른 쪽은 “기사를 안 써주는 게 우리한테 낫다”고 말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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