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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쾌거에도 ‘문화할인 벽’ 높아
[CULTURE & BIZ] 한국 영화 수출이 부진한 이유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영화 <기생충> 속 주인공 기택의 가족이 사는 반지하주택의 화장실 모습. 지하주택은 수압이 약하기 때문에 변기가 바닥보다 높은 곳에 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이 연일 화제다. 한국 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스포트라이트는 예견됐다. 영화가 개봉되자 독특한 영화 스토리에 여러 감상평과 해석이 쏟아진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 <살인의 추억> 같은 대중적 영화부터 <마더> <설국열차>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져서 사람들 평가도 다양하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인정받았다는 뉴스는 언제 들어도 반갑다. 우리의 문화 감수성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도 든다. 이런 자긍심은 한국 영화가 ‘당연히’ 해외에 수출도 많이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한국 문화산업에서도 독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영화 관람을 주요 오락 수단으로 삼아 시장 규모도 크고 영화의 정치·사회적 영향력도 크다. 우리 시장에서 비중이 높고 외국에서도 인정받는다니 수출도 많이 하리라 기대하게 된다. 
 
기대 못 미친 성적표
아쉽게도 국내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한국 영화의 수출 성적표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2018년 영화산업 매출액은 모두 2조4천억원 정도였다. 수출 비중은 8천만달러(약 945억원) 정도로 매출의 3.7%에 그쳤다. 수출 비중이 예상보다 훨씬 낮다. 
 
일반적으로 산업 통계에서 영화, 드라마, 케이팝 등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출판, 만화, 광고 등도 포함된다. 한국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2018년 기준으로 75억달러다. 13대 주력 수출 품목 맨 끝자락인 가전제품 수출액(72.2억달러)보다 살짝 높고 컴퓨터 수출액(107.6억달러)보다는 낮다. 연간 수출액이 300억~500억달러인 자동차·일반기계·석유화학·철강 같은 주력 수출 품목이나 반도체(1267억달러)에 견주면 갈 길이 멀다. 
 
2018년 영화 수출액 8천만달러는 문화콘텐츠 수출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6년과 2017년에는 1억달러를 조금 넘어서기도 했지만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에는 큰 차이가 없다.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수출 1위는 수출액 절반이 넘는 42.3억달러를 기록한 게임이다. 게임의 질병 분류를 두고 산업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게임이 가장 튼실한 수출 맏형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한류 첨병 케이팝도 최근 수출이 가파르게 늘었지만 총수출액은 5.1억달러 수준이다. 문화콘텐츠 전체 수출액의 7%에 미치지 못한다. 드라마와 예능 등 방송 수출이 5.5억달러 정도다. ‘한류 삼총사’라는 음악·방송·영화 수출액이 합쳐서 문화콘텐츠 수출의 15% 안팎을 차지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영화 수출액이 가장 적다. 
 
특히 서비스를 제외하면 완성작 수출 비중은 더 떨어진다. 영화 수출액은 완성된 한국 영화 수출액과 컴퓨터그래픽(CG)이나 시각 특수효과인 VFX 등 영화 기술을 제공하는 서비스 수출액으로 나뉜다. 최근 한국 영화 특수효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서비스 수출이 크게 늘었다. 2018년 영화 수출액 8천만달러 가운데 약 48%인 3900만달러가 서비스 수출액이다. 2016년과 2017년엔 서비스 수출액이 완성작을 웃돌았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서비스 수출은 2018년 한한령 영향과 중국 기술의 빠른 성장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완성작에 한정한다면, 한 해에 3천만~4천만달러(약 473억원)를 수출해온 셈이다. 한 해 국내 극장에 새로 개봉하는 상업영화가 대략 70~80편인 걸 고려하면 편당 평균 5억원에 해외로 팔려나갔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수출 편수가 연간 600~800편에 이른다. 예전에 만든 영화도 꾸준히 수출하기 때문이다. 극장 개봉용으로 비싼 값에 팔리는 영화도 있지만, 텔레비전이나 케이블TV 용도로 수십 편씩 묶여 팔리는 영화가 더 많다. 이 때문에 기계적으로 나눈 평균 편당 수출가는 약 6만달러다. 올해 팔린 영화가 내년에도 팔리고, 또 그다음 해에도 팔리곤 한다. 
 
   
▲ 비싼 가격에 넷플릭스에 팔린 한국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tvN 누리집
문화할인율 차이
긍정적 변화부터 말한다면 최근 편당 수출액과 수출 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외국에서 이름난 감독의 영화 한두 편이 있으면 그해 수출액이 조금 높아지는 정도로 취약했다. 요즘은 개봉작 대부분이 고른 가격에 팔리는 추세다. 특히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인 OTT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수출 시장도 중국, 일본 이외 나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 규모에 견줘 수출액이 조금 적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수지향형 산업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탓에 국내 시장을 목표로, 국내 관객 취향 영화를 주로 기획해왔다. 수출도 국내 흥행 성적에 좌우되는 경향이 커 늘 국내 흥행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영화 수출이 적은 게 꼭 우리 책임은 아니다. 영화는 ‘문화할인’이 적용되는 대표 산업으로 분류된다. 호스킨스와 마이러스가 제시한 문화할인이란 특정 문화권에서 제작한 문화 상품이 다른 문화권으로 건너가면 가치, 신념, 생활방식 등의 차이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외국인이 한국 영화 <명량>을 우리만큼 이해하고 좋아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문화할인은 커지거나 작아지기도 한다. 문화권 간 거리가 멀지 않으면 다른 문화권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럴 때 문화할인율이 낮다고 말한다. 반면 문화권 간 거리가 멀어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상대방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때도 있다. 문화할인율이 높은 것이다. 
 
문화콘텐츠에서도 게임,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는 문화할인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드라마, 가요, 영화의 문화할인율은 높다. 이렇게 보면 케이팝은 참 예외적인 현상이다. 한편으로 영향력이 큰 문화권에 대해서는 문화할인율이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미국 문화는 세계적으로 대중화돼 미국화 정도가 높은 상품은 문화할인율이 낮아진다. 한국 영화도 미국화가 많이 적용된 이야기라면 다른 문화권에서 쉽게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다. 
 
크레이그라는 학자는 문화할인의 장르 특성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액션, 판타지, 어드벤처, 미스터리, 공포 장르는 대체로 외국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받아들여진다. 드라마, 로맨스, 가족 장르는 이해의 어려움이 더 크다. 시각적 효과가 강조되거나 장르적 특성이 높을수록 문화할인이 덜 나타나고, 인물 간 감정이 중시되면 할인이 크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코미디 장르의 문화할인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웃음 코드’에는 문화적 경험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영화가 외국 관객에게 다가서기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그나마 아시아권은 문화적 거리가 가까워 일찍부터 한국 영화 진출이 활발했다. 하지만 서구에선 박찬욱·봉준호·김기덕 등 해외 영화제 등에서 알려진 일부 감독 작품 정도만 제값을 받는 측면이 강했다. 이들 영화는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그렸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 수출이 늘어나면서 영화 수출 부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한국 드라마는 영화보다 외국에서 더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유통과 소비 방식 차이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OTT가 늘어나면서 외국에서 한국 드라마는 월정액 형태로 즐기는 사례가 많다. OTT가 확산되기 전에는 무료 사이트나 불법 유통으로 즐기는 게 대부분이었다. 한국 드라마에 접근할 때 가격 저항이 크지 않은 것이다. 
 
반면 영화는 전통적으로 극장 상영이 중심이다. 상응하는 비용을 치른 뒤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표 가격에 걸맞은 즐거움이 있을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영화표 가격만큼 지급 장벽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정 수의 관객이 예상돼야 극장 개봉을 결정하는 배급업자에게는 더 까다로운 문제다. 아직 극장용 영화 수출이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역시 OTT 확산으로 한국 영화의 지급 장벽도 드라마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표를 사지 않아도 한국 영화를 고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월정액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생소한 가수 노래도 한번 들어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특수효과 기술이 발달해 시각 효과와 장르 특성이 큰 대작이 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아시아권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신과 함께>가 좋은 사례다. ‘윤회’라는 동양적 감성이 뒷받침되긴 했으나, 아시아권 시장 확대가 가능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 플랫폼 변화와 기술 발달로 한국 영화 시장도 조금씩 넓어지는 셈이다.  
 
*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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