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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공의 상징, 남성의 로망 ‘S.T.듀퐁’
[김미영의 브랜드 읽어주는 여자]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김미영 kimmy@hani.co.kr
김미영 부편집장
 
   
▲ 금속 표면에 옻칠을 해서 라이터를 만드는 모습. 에스.티.듀퐁 제공
오늘날 에스.티.듀퐁(S.T.Dupont·이하 듀퐁)은 전세계적으로 프렌치 럭셔리, 즉 부와 성공의 상징이나 남성의 로망으로 인식된다. 라이터, 향수, 필기구, 피혁 등 어느 하나 고급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에서 현빈, 영화 <독전>에서 김성령이 사용한 라이터가 그랬고, 영화 <공작>에서 황정민이 사용한 펜 역시 그랬다. 1872년 브랜드가 론칭할 때부터 프랑스 파리의 판사, 외교관, 사업가를 위한 가방 제조라는 설립자 시몽 티소듀퐁의 이념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듀퐁은  초창기부터 재능 있는 장인을 고용해 가죽제품 작업장을 열고, 고위 공무원의 이름 이니셜을 새긴 지갑과 당시 유명한 살구색 염소가죽 제품을 생산했다. 에스.티.듀퐁이라는 브랜드 이름 역시 시몬 티소듀퐁의 이름에서 따왔다. 
 
1872년 25살 청년 티소듀퐁이 프랑스 사부아 지방에서 직접 디자인한 스케치를 모티브로 한 지갑류나 데스크 패드 같은 고급 가죽제품을 취급하는 상점을 연 것이 브랜드의 시작이다. 운 좋게 개점하자마자 번성했고, 품질 좋은 가죽과 섬세한 수공업으로 완성된 듀퐁 여행가방은 전세계 상류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타이 여왕은 검정 악어가죽으로 만든 여행가방을 소유했고, 이집트 왕과 왕비, 이란·인도 황후, 덴마크 여왕, 윈저공 부부 등 세계 각국 로열 패밀리의 주문이 이어졌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지금 영국 여왕인 어린 엘리자베스 공주의 결혼식 선물로 보낼 라벤더블루색 여행가방을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 선물을 공급했으며, 프랑스 정부의 공식 납품 업체로 지정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프랑스 정부의 공식 행사와 정상회담에서 선물로 활용되고 있다.
 
듀퐁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 데는 티소듀퐁의 두 아들인 루시앙과 앙드레가 1941년 석유 연료를 사용하는 럭셔리 라이터를 만든 것이 주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초 가방을 만드는 소재가 턱없이 부족했고, 듀퐁 고객 역시 많지 않았다. 이때 두 아들이 가죽가방 제작에 사용한 금 세공 기술을 응용해 석유가 연료인 휴대용 라이터를 처음 발명했다. 이어 1952년 석유 라이터를 개량한 특허 제품인 가스 라이터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뒀다. 라인1 라이터와 이 모델의 수많은 개량 제품인 라인2 라이터는 지금도 듀퐁 라이터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이다. 
 
클링과 일련번호 유명한 라이터
1960년대부터 라이터는 사회적 지위와 개인 품격을 나타내는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유럽 상류층 사이에서는 라이터를 열 때 나오는 클링(cling) 사운드로 사교장에서 서로를 인식하는 무언의 약속이 있을 정도였다. 고위 계층 비밀 코드이자 듀퐁 라이터의 상징인 클링 사운드는 제품 크기와 무게, 재질 등이 균형을 이뤄야 나올 수 있는 장인 정신의 산물이다. 이는 ‘마담 클링’이라 불리는 전문가가 듀퐁의 아틀리에에서 클링 사운드가 제대로 나오는지 깐깐하게 검사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모든 듀퐁 라이터는 프랑스 파베지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100% 수공예로 제작된다. 부품 70여 개가 쓰이고, 600번 이상 공정을 거치며, 300여 항목의 까다로운 품질 시험을 한다.
 
라이터에 쓰이는 진귀한 소재 역시 장인들이 직접 엄선한다. 몸체부터 가스 저장 탱크까지 단 하나의 금속으로 제작돼 완벽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최대 6겹까지 덧칠되는 차이니스 래커 기법은 제품에 매혹적인 빛깔과 깊이를 부여한다. 래커 칠은 기본적으로 충격과 스크래치, 불에 저항력을 지니게 한다. 특히 금속 표면에 옻칠하는 작업은 고난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모든 라이터에는 식별이 가능한 고유번호가 새겨져 고객에게 세상 단 하나의 라이터를 소지한다는, 특별한 가치를 선사한다. 
 
듀퐁의 또 다른 기술력 중 하나인 기요셰 기법은 다이아몬드 커트 기술 중 하나로, 라이터의 금속 표면에 다이아몬드 헤드 문양처럼 다양한 무늬을 새겨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듀퐁은 차이니스 래커 칠과 기요셰 기법, 두 기술로 프랑스 정부에서 EPV(Entreprise du Patrimoine Vivant·프랑스의 살아 있는 문화유산기업) 인증마크를 받았다. 인증마크는 프랑스 기업 중 고대부터 내려오는 기술 노하우와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는 기업에 수여된다. 
 
슈트 안 명품 에스.티.듀퐁 만년필
1973년 듀퐁은 고급 라이터 제작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고급 필기구 제조에 돌입했다. 이와 별개로 최초의 금은 세공품 펜도 선보였다. 순은으로 만든, 가늘고 우아한 기품을 곁들인 듀퐁 필기구는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다. 1976년에는 브랜드 전매특허인 옻칠 필기구를 내놓았다. 이후 볼펜, 만년필, 수성펜 등 기능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고급 필기구를 계속 탄생시켜 세계적 명품으로 자리잡았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펜으로도 유명하다. 듀퐁 펜은 150번의 세밀한 공정과 100시간 이상 작업 시간, 200가지 꼼꼼한 품질 관리를 거쳐 탄생된다. 
 
듀퐁은 140여 년의 오랜 역사와 특별한 노하우를 다양한 협업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들만의 유산으로 만들어왔다. 이를 위해 <007 제임스 본드> <스타워즈> <아이언맨> 같은 영화 시리즈,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롤링스톤스, 일본 만화영화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 등과 협업했다. 한국에서는 2000년 9월26일 팬택이 듀퐁과 제휴해 ‘팬택 스카이 S.T.듀퐁’ 폰을 출시했다.
 
뛰어난 가죽 제조 기술이 듀퐁의 시작이었지만 장인 정신과 혁신적인 기술을 향한 열정은 이후 필기구, 액세서리, 남성복 시장에 도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146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세계 명품 브랜드로 꾸준히 사랑받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 ‘94학번’으로 1990년대 중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추구하던 동시대의 문화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추구하던 ‘X세대’ 문화를 직접 겪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처럼 신세대의 마음가짐으로 젊고, 멋스럽게 나이 들기를 바란다. 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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