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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자 직업훈련으로 ‘퇴직 연착륙’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부편집장
 
   
▲ 2018년 7월 부산고용복지센터에서 직업훈련생 등을 대상으로 열린 ‘중장년·경력직 미니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견기업을 다니다 지난해 말 정년을 맞은 D씨가 첫 번째 한 일은 실업급여 신청이다. 정년퇴직을 해도 ‘본인이 원치 않는 퇴직’이어서 실업급여는 나온다. 중장년 고호봉자가 대상인 ‘인원 감축’ 차원의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도 마찬가지다. 액수는 퇴직 전 평균임금의 50%이지만, 상·하한이 정해져 있다. 2019년 상한액은 하루 6만6천원(월평균 198만원)이다. 하한액은 최저시급의 90%로 올해 6만120원이다. 퇴직 전 급여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는 셈이다. D씨처럼 나이가 50살 이상,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0년을 넘긴 퇴직자는 240일(8개월) 동안 받을 수 있다. 규정된 구직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조건이다. 
 
퇴직한 지 1년이 지나면 그 자격이 사라진다. 부정수급으로 적발되면 받은 돈을 토해내는 것은 물론 형사고발 같은 불이익도 따른다. 부정수급 범위가 폭넓으니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나 고용센터 상담을 통해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일찍 재취업하면 받지 못한 실업급여 절반을 받을 수도 있다. 
 
훈련비는 국비로
D씨의 다음 일은 국비지원 직업훈련이다. 사무직으로 부장, 이사를 지낸 퇴직자에게 직업훈련은 낯설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경험이나 역량과 무관한 재취업은 새 기술이나 기능을 요구한다. 중장년 대상 과정은 아무래도 몸을 쓰는 일이 대부분이다. 훈련 이수가 재취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훈련 과정 없이 재취업은 힘들다. 지출을 줄여야 하는 퇴직자로선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 훈련은 구직자가 훈련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과정이다.
 
D씨는 직업훈련포털(HRD-Net)의 ‘구직자훈련과정’에서 해당 직종의 중장년특화과정을 검색했다.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조경 분야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수강생 평균나이가 50살이고, 취업률이 80% 가까이 되는 것도 그의 기대치를 높였다. 해당 과정의 ‘관련 정보 보기’에서, 관련 일자리 종류와 모집 인원, 지원 통계, 지원자 내역 등을 알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7년 50살 이상 남성 구직자들이 기능사 자격을 딴 분야는 지게차 운전, 굴착기 운전, 건축도장, 전기, 조경 차례로 나타났다.
 
퇴직 전에 시동
재취업 준비는 퇴직 전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고 재취업 교육을 받는 것이다. 그래야 퇴직 이후 공백기를 최소화하고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로 옮겨가는 ‘연착륙’이 가능하다. 역시 국비가 지원되는 프로그램이 많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는 1년에 최대 200만원, 5년 동안 300만원 범위에서 직업훈련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직업훈련포털의 ‘근로자훈련과정’에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인터넷 교육과정은 비용 전액이 지원되며, 오프라인 수업에는 일부 자비 부담이 필요하다.
 
중견기업 P부장은 이 과정을 활용해 지난해 한국어교원 3급 자격증을 땄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사는 P부장이 정년 이후 희망하는 일자리 중 하나다. 학업·취업·결혼 등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갈수록 늘어나고, 한류 영향으로 외국에서 한국어 교육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언어에 관심 많은 P부장에게 한국어교사는 흥미·재능·수요·보람이 있는 일이고, 소소한 돈벌이도 될 수 있다. 
 
아직 재직 중인 P부장은 인터넷으로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마쳤다. 직업훈련포털에서 근로자카드를 발급받은 뒤 훈련비 전액(약 40만원)을 국비로 냈다. 실습비 11만원이 추가로 들었으나, 해당 교육기관의 ‘자격시험 합격 이벤트’를 통해 돌려받았다. P부장은 시간이 허용되면 같은 방식으로 중장년 일자리 상담에 필요한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딸 계획이다.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기술교육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정년퇴직이 1년도 남지 않은 K씨는 지난 3월부터 서울북부기술교육원에서 야간 6개월 과정의 용접 훈련을 받고 있다. 손재주가 좋은 편이라는 다른 K씨는 지게차 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황영희 수석컨설턴트는 중장년이 갖춰야 할 재취업 노하우로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한 직무전문성 확보와 직무 강점 중심의 목표 설정 등을 꼽았다. 
 
이 밖에도 편의점·음식점 등 일반 자영업이 아니라 기술·아이디어 기반 창업을 지원하는 공공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퇴직자에게 유용한 프로그램으로, 중장년 기술창업센터(공간 지원 등), 세대융합 창업캠퍼스(최대 1억원의 사업지원금), 신사업창업사관학교(점포 경영 체험), 재도전 성공 패키지(폐업 뒤 재창업) 등이 있다.
 
심리적 분리 
직업훈련과 함께 심리훈련도 필요하다.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 해도 막상 퇴직이 닥쳐 아침에 출근할 곳이 사라지면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진다.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예방주사’를 맞는 게 좋다. 퇴직 전에 회사라는 보호막에서 서서히 자신을 분리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미국 재무설계사 스테판 폴란은 저서 <다 쓰고 죽어라>에서 노후설계를 위한 첫 과제로 ‘심리적 사표 쓰기’를 제시했다. 고용주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고 “스스로 자유계약 선수가 된 것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의 권고가 회사 일을 소홀히 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어영부영 회사에 다녀오는 것만으로 하루를 잘 보냈다는 착각을 하면서 ‘홀로서기’ 훈련을 마냥 미뤄놓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회사와의 이별을 위한 정신적·심리적 분리 단계를 주도적으로 밟아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면 갑작스레 절벽에서 떨어지듯 회사 밖으로 밀려났다는 생각에 오래 사로잡히지 않는다. 
 
퇴직까지 남은 기간은 맡은 일을 충실히 하면서도 다른 삶으로 옮겨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이행기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또 출근하지 않는 날은 ‘회사 이후’ 생활에 적응하는 선행학습 시간이 될 수 있다. 차가운 외부 ‘바깥바람’과 접촉면을 조금씩 늘려 스스로 단련하는 것이 퇴직 훈련이자, ‘준비된 퇴직'의 첫걸음이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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