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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중 환율전쟁에도 대응해야
[세계의 창] 확전하는 미-중 무역전쟁
[111호] 2019년 07월 01일 (월) 강태수 tskang@kiep.go.kr
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관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찍은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의 모습.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옮겨붙을 태세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5월23일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하는 국가에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로스 장관은 “더는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통화정책을 다른 나라들이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국 돈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미국에 수출을 늘리는 국가에 보복하겠다는 취지다. 일단 위안화 가치를 절하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 차례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가 인위적이라며 문제를 삼아왔다.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에 촉각
국가가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품 가격을 떨어뜨리면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당연히 수출이 늘어난다. 이때 상대방 수입국은 가만히 손 놓고 있지 않는다. 수입국도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 외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게 상계관세다. 이제까지는 산업 보조금이나 덤핑 등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특정 국가의 통화가치 변동을 관세 부과에 연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도적인 통화가치 절하는 자국 산업에 지급된 통화 보조금(Currency Subsidy)이어서 미국 산업에 피해를 끼치니 상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계관세 부과 창구는 미 상무부지만 통화가치 절하의 ‘인위성’ 판정은 미 재무부 몫이다. 환율변동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일일이 가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환율변동이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을 반영한 것인지,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정부가 조작한 결과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더욱이 ‘환율 조작’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을 입증하려다 국가 간 갈등이 촉발될 소지가 크다.
 
결국 ‘환율과 연계한 상계관세’ 부과 실행 여부 결정은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가 기준점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해마다 4월과 10월 두 차례 환율보고서를 발간한다. 
 
환율보고서 판단 기준은 △지난 1년간 20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2%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동안 GDP의 2%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이다. 세 요건 중 두 가지를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하지만 대미 무역 흑자가 과도한 국가는 세 기준과 관계없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5월28일 공개된 2019년 상반기 ‘주요 교역국의 거시정책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한국·중국·독일·아일랜드·이탈리아·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등 9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세 기준 가운데 경상 흑자(지난해 GDP 대비 4.7%) 하나만 해당한다.
 
5월9일 미국은 2천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현행 10%이던 관세를 25%로 올렸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려 이 조처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는 전략을 시도할 수 있다. 이번 조처는 중국 의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배경에 있어 보인다.
 
한국, 환율전쟁 불똥 맞을 우려
우리나라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불똥이 우리에게 튈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총액 가운데 중국(홍콩 포함) 비중은 34%다. 미국(12.1%)이 차지하는 비중의 세 배에 육박한다. 특히 중국 수출품 중 중간재 비중이 79%다. 우리가 판 중간재를 기초로 중국이 최종소비재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곧바로 우리나라가 타격을 받는 것이다. 
 
이번 미 상무부 조처는 통화가치 하락만으로도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공교롭게도 원화 가치는 위안화 움직임과 동조화가 심한 상황이다. 미-중 통상분쟁 이후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중 분쟁으로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한 거다.
 
최근 원화 움직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위안화 변동이다. 원화 가치 하락 속도가 급해지면 미 재무부가 상계관세 대상 여부를 가늠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물론 원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만큼 최근의 원화 움직임이 인위적인 조작 결과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원화 가치 하락이 상당 부분 ‘동조화’에 따른 중국 요인 때문인데도 억울하게 의심받는 신세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처한 상황을 미 재무부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소통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늘게 된다. 미국이 원치 않는 결과다. 그렇다면 원화 가치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도록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이 생긴 거다. 더욱이 미 재무부가 꺼리는 것은 개입을 통한 원화 가치 하락이다. 이번 상황은 개입으로 하락을 막겠다는 거니까 방향이 반대다.
외환시장에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면 개입으로 안정화하는 게 통화 당국이 할 일이다. 우리 외환 당국의 이런 조처를 ‘지속적·일방적’ 외환시장 개입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남·북·미 관계 개선, 점차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 갈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 등 세계경제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와 선제적 정책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 인력을 갖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세계의 창’을 통해 전세계 경제 이슈와 해법을 보여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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