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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 불황 탈출위한 고투
[Book]<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조계완 국내편집장 kyewan@hani.co.kr


   
 

 <고용,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이주명 옮김 | 필맥 | 2010

생전에 케인스와 이론적으로 대결했던 조지프 슘페터는 <경제분석의 역사>에서 모든 것은 (고전파 경제학자) 왈라스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 대형 정기선에 붙은 소형 보트처럼 왈라스 이후의 경제학은 그의 몇몇 특수한 측면을 발전시키거나 입증하거나 반박하는 것에 불과했다.”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1936·이하
<일반이론>)은 마샬과 왈라스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고전파 경제학을 완벽하게 뒤집어 엎은, 경제사상에서의 일대 패러다임 혁명이었다. 슘펜터의 말처럼, 케인스 이후의 경제학은 <일반이
론>의 몇몇 특수한 측면을 발전시키거나 입증하거나 반박하는 것에 불과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상의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모두 <일반이론>에 급속히 전염되었고,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엄습하기 전까지 이 한권의 책 <일반이론>은 약 30여년에 걸친 ‘자본주의 황금기’를 만들어낸 지성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지구촌 인류의 삶을 지배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가 된 셈이다.
 
경제사상 패러다임 혁명

주지하다시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30여년을 풍미해온 시장만능 경제사조가 퇴조하고 케인스가 되살아나고 있다. 1930년대에 대공황 극복을 위한 처방전을 제시하려고 애썼던 케인스의 이론과 사상으로부터 최근의 불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교훈·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70여년 전 케인스는 일찍이 갈파했다 “지금의 시점에는 사람들이 뭔가 보다 근본적인 진단을 이례적으로 기대하고 있고, 그런 진단이 나온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태세를 특이하게 갖추고 있으며, 그런 진단이 그럴듯해 보이기만 해도 그것을 실험해보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오늘날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기존)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은 그것이 옳을 때에나 틀릴 때에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준보다 더 강력하다. 사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이것 말고는 별로 없다”(<일반이론>, 466쪽).
케인스는 “이 책은 주로 나와 동료인 경제학자들을 독자로 보고 쓴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반이론>은 복잡하고 난해하기 이를데 없는 수식과 방정식이 뒤덮고 있는,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알프레드 마샬이 <경제학원
리>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수식과 그림은 각주로 처리”하는 모범을 보인 것처럼 <일반이론>도 수식은 거의 쓰지 않고 동물적 충동, 유동성 선호, 유효수요, 자산유동화, 투자승수효과, 저축의 역설, 한계소비성향, 자본의 한계효율 등 케인스가 지적재산권을 가진 경제개념들을 ‘쉬운 말’로 대부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케인스는 이 책 서문에서 “나는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 이해될 수 있기를 바란다”(5쪽)고 썼다.
아주 쉽게 설명한, 그래서 더욱 유명한 두 구절만 들어보자. △재정지출과 실업: “재무부가 낡은 병들에 은행권을 가득 채우고 그 병들을 폐탄광에 적당한 깊이로 묻은 뒤 그 위를 지표면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쓰레기로 덮은 다음에 자유방임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사적 기업으로 하여금 그 은행권을 다시 파내는 일을 하게 한다면 더 이상 실업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고, 그 파급영향 덕분에 공동체의 실질소득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자본적 부도 아마 기존의 실제 수준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고대 이집트는 두 가지 활동, 즉 피라미드를 짓는 활동과 귀금속을 찾아내는 활동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중으로 운이 좋았고, 의심할 바 없이 그 덕분에 전설적인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중세에는 사람들이 성당을 짓고 만가를 불렀다. 피라드미드를 두 개 짓고 장례미사를 두 번 올리는 것이 각각 한 개 짓고 한 번 올리는 것보다 두 배로 좋다“(162∼164쪽)  △저축의 역설: “사실 개인의 저축이라는 행위는 이를테면 오늘 저녁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행위가 일주일 뒤 또는 일년 뒤에 저녁식사를 하거나 부츠 한 켤레를 사겠다는 결정을 필요로 하거나 어떤 특정한 날에 어떤 특정한 것을 소비하겠다는 결정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것은 어떤 미래의 소비행위를 위해 준비하는 일을 더 하게 하지 않으면서 오늘의 저녁식사를 위해 준비하는 일을 덜 하게 한다. 그것은 현재의 소비수요를 미래의 소비수요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러한 수요의 순감소다”(258쪽).
 
“이 책 쓰는 일은 기나긴 고투”

“이 책을 쓰는 일은 탈출을 위한 기나긴 고투, 즉 습관적인 사고방식과 표현방식에서 탈출하기 위한 고투였다. 독자들 대부분에게도 만약 그들(고전파 경제학자)에 대한 지은이의 공격이 성공을 거두려면 이 책을 읽는 일이 마찬가지로 탈출을 위한 고투가 돼야 할 것이다. 어려움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8쪽). 자본주의 경제의 주기적인 불황 속에 삶을 꾸려갈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필요한 건,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낡은 교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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