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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없는 햄버거 혁명 시작됐다
[COVER STORY] 우월한 식습관자들- ① 비욘드미트 상장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기도 밍겔스 economyinsight@hani.co.kr

웰빙(몸과 마음이 풍요로운 삶)과 환경보호에 관심이 늘면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채식주의자 단체 ‘비건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영국에서 채식주의자는 2014년에서 2018년 사이 4배로 늘었다. 이 추세와 맞물려 대체 육류 시장이 빠르게 성장, 발전하고 있다. 2019년 5월2일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의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미트는 육류 본연의 맛과 향, 질감을 살린 ‘가짜 고기’ 열풍의 진원지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맥도널드, 네슬레, 타이슨푸드 등도 채식 시장 진출에 동참했다. 식품업계에 불어닥친 가짜 고기 열풍을 들여다봤다. _편집자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안카트린 네치크 Ann-Kathrin Nezik
<슈피겔> 기자

   
▲ 채식주의자를 위한 고기 없는 햄버거. 최근에는 맛과 향까지 소고기와 똑같은 패티를 만들어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REUTERS

2017년 여름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며칠 뒤 대중은 소셜네트워크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관심을 모았다. 진열대가 텅텅 빈 슈퍼마켓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식료품 공급난이 예상되는 시점에 예외적으로 콩으로 만든 소시지만 진열대에 남아 있었다. “식료품 품귀 현상을 우려했지만, 시민은 선뜻 콩소시지를 살 만큼 두려움에 떨진 않았다.” 비건(Vegan·모든 동물성 단백질을 배제하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 버거 제조업체 비욘드미트(Beyond Meat)의 세스 골드먼(53) 부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날렵한 체형의 골드먼 부사장은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자사 제품 홍보 행사를 진행했다. 이때 그는 텍사스주 슈퍼마켓 진열대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건물 밖에서 비가 창문에 부딪쳐 요란한 소리를 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 가능성, 시장점유율, 혁신 사이클’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열변을 토했다.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그는 텍사스주 슈퍼마켓 사진에 보이는, 육류를 대체하는 두부 식품은 이미 과거의 비건 식품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맛없는 비건 식품을 유기농 시장과 매장 구석 진열대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과거 비건 시장이 틈새시장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19년 5월2일 비욘드미트는 미국 장외주식시장인 나스닥에 상장했다. 골드먼 부사장은 “비욘드미트가 새로운 비건 시장의 상징적 존재임을 증명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비건’이라는 단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대안 단백질 식품’이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에서 비욘드미트가 생산한 콩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는 비건 식품이 아닌 육류 코너에 진열된다. 콩 패티 햄버거를 산 고객 10명 중 9명은 육류도 구매했다.

홍보 행사를 끝낸 골드먼 부사장은 비욘드미트 홍보 책자의 표현을 빌려 “고기 햄버거와 똑같은 모양새에 맛도 있고 포만감을 주는 최초의 식물성 햄버거”라고 말하며 햄버거를 시식했다. 햄버거 빵 사이에 들어간 콩 패티는 놀라울 정도로 고기 맛과 향이 났다. 실제 육류 버거를 방불케 했다. 골드먼 부사장은 “콩 패티에서 밍밍한 맛이 나는 것은 콩단백질, 코코넛오일, 기타 여러 첨가물로 만든 콩 패티에 양념과 식품첨가제를 과도하게 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비욘드미트의 설립자이자 CEO인 이선 브라운이 임직원과 함께 2019년 5월2일 미국 나스닥 상장에 환호하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식물성 패티 햄버거 ‘비욘드 버거’를 제조·판매한다. REUTERS

육류 패티 못지않은 비건 패티
비욘드미트에서 출시한 식물성 패티 햄버거인 ‘비욘드 버거’는 전세계 3만 곳 이상 식당과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다. 골드먼 부사장이 이날 함부르크를 방문한 것은 비욘드미트의 독일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미 독일 레스토랑에서는 고기 없는 버거를 주문할 수 있다. 6월부터 상점과 슈퍼마켓에서도 고기 없는 버거가 판매된다.

스위스의 대형 식음료 기업 네슬레는 지난 4월 고기 없는 햄버거를 출시해 5월 둘쨋주부터 맥도널드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맥도널드의 고기 없는 햄버거의 판매 목표 그룹은 비건이 아닌,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다. 이들은 육류·생선·우유를 기본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지만 기후와 건강 등의 이유로 식물성 음식을 먹는 사람이다. 물론 식물성 음식이 맛있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된다면 말이다.

비욘드미트는 틈새시장에 안주한 기존 두부 제조업체들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판매 전략을 구사했다. 대중 관심사에 영합하는 유연한 비건주의는 식품업계에는 축복이나 다름없다. 선진국에서는 육류, 소시지, 유제품 매출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 독일인은 2011년 1인당 연간 평균 62.8㎏ 육류를 소비했지만, 2018년에는 이보다 3㎏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오스트리아의 채식 슈퍼마켓 ‘마란비건’(Maran Vegan)모습. REUTERS

반면 비건 시장은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부 기업은 생산량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숨 가쁘게 성장 중이다.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은 비거니즘(Veganism)이 주요 흐름이 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최근 금요일마다 학생 수천 명이 기후 보호를 외치는 시위에 나서면서 올바른 식생활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국제적 운동이 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활동가들이 내건 펼침막에는 ‘기후 킬러 암소’ ‘그레타는 비건이다’라는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 영웅 그레타 툰베리는 실제로 환경보호를 위해 육류, 생선, 우유를 먹지 않는다. 툰베리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이 동물성 식품 생산을 생태적 대참사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실제로 타당한 근거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원 조지프 푸어는 <슈피겔> 의뢰를 받아 독일 비건의 ‘탄소발자국’(원료 채취에서 생산·유통·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생겨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품에 표시하는 제도)을 계산했다. 독일인은 1인당 연평균 11t 탄소를 배출하지만, 다른 동일한 여건에서 비건은 탄소를 연간 2t 덜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푸어는 “비건 식습관은 각자의 생태학적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최대 레버리지”라고 강조했다.

   
▲ 맥도널드는 스위스의 대형 식음료 기업 네슬레가 출시한 고기 없는 햄버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맥도널드의 고기 없는 햄버거의 판매 목표 그룹은 비건이 아닌, 플렉시테리언이다. REUTERS

기후보호 맞물려 성장한 비건 시장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식품업계는 육류·생선·달걀·우유를 대체할 비건 식품이 한순간 대형마트를 점령하고, 대중의 취향을 저격했던 유기농 열풍에 버금가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다행히 비건 시장은 유기농 시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싱가포르 국부 펀드,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리스트, 글로벌 대형 소비재 기업이 비건 시장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 유니레버는 2014년 소시지 브랜드 비피(Bifi)를 처분하는 대신 네덜란드 대체육류 식품업체 ‘더 베지테리언 부처’(The Vegetarian Butcher)를 인수했다.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비욘드미트에 투자했다. 독일 가금업체 비젠호프(Wiesenhof)는 비욘드미트와 유통 파트너십을 맺는 등 식품업계에선 벌써부터 의미심장한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변화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비건과 육식주의자는 자전거 운전자와 스포츠실용차(SUV) 운전자만큼이나 적대적인 관계였다. 양쪽 대립은 단순한 식습관 문제를 뛰어넘는 사회적 분열을 상징했다. 으레 비건은 옳은 편에 서 있다고 믿는 깨어 있는 시민이고, 육식주의자는 발전을 거부하는 구시대적 인간으로 낙인찍혔다. 그런데 이런 분열 전선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데올로기에서 해방된 새 시대가 올 것일까? 미각의 즐거움과 양심은 서로 화해한 것일까? 그것도 오랫동안 상당히 완고했던 식품업계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아니면 비건은 스스로 기치로 내건 근본적 가치를 배반하고 양심을 대자본에 팔아버린 것인가?

비욘드미트 설립자 이선 브라운(47)은 이 질문에 “새로운 연합세력과 동맹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골드먼 부사장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한다면, 브라운은 기업 비전을 맡고 있다. 야구 모자를 쓴 기골이 장대한 브라운은 마치 젊은이처럼 보였다. 그가 말했다. “고기는 단백질, 아미노산과 물로 이뤄진 것뿐이다. 이 세 요소는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서도 얻을 수 있다. 동물이 세 요소를 고기로 치환하는 과정은 비효율적이다. 가축 사육에 수많은 에너지, 토지,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 요소를 동물이 아닌 식물에서 추출하는 것이 동물과 인간 모두를 위해 훨씬 낫다.”

브라운은 이런 기치를 내걸고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설립자 빌 게이츠 등 저명한 지지자를 투자자로 모았다. 비욘드미트는 2019년 5월1일 기업공개(IPO)를 했다. 비욘드미트는 한 차례 상향 조정된 공모가 25달러로 나스닥에 상장해 약 2억4천만달러를 차입했다. 상장 하루 만에 비욘드미트의 기업가치는 약 39억달러(약 4조6천억원)로 치솟았다.

* 2019년 6월호 종이잡지 30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18호
Besseresser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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