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소고기와 흡사 ‘가짜 패티’ 전성시대
[COVER STORY] 우월한 식습관자들- ② 비건산업 쟁탈전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기도 밍겔스 economyinsight@hani.co.kr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안카트린 네치크 Ann-Kathrin Nezik
<슈피겔> 기자

   
▲ 오늘날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고기 패티는 각종 양념과 첨가제를 가미해 기존 소고기 패티와 맛, 조리법, 생김새가 흡사하다. REUTERS

식물성 버거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비욘드미트는 2018년 3천만달러(약 35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창업자 이선 브라운은 “패티 색깔이 최대 장애물이었다”고 했다. 식물성임에도 고기 패티처럼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선홍빛, 굽는 과정에서 흑갈색으로 변해야 했기 때문이다. “식물성 패티를 고기 패티처럼 보이게 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비욘드미트가 고안한 해결책은 붉은 채소인 비트 즙을 쓰는 것이다. 비욘드미트는 소나 돼지의 근섬유와 비슷한 섬유질까지 더해 고기 특유의 풍미, 육즙, 식감을 거의 그대로 구현하려고 끊임없이 연구개발했다.

브라운은 비욘드미트 연구소를 ‘맨해튼 비치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핵폭탄을 연구한 이들의 모임이던 역사적인 ‘맨해튼 계획 프로젝트’에서 따왔다. 브라운의 자아와 큰 비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명칭이다. 브라운은 긍정적 의미에서 거대한 빅뱅을 원한다. 지구를 멸망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동물성 육류 생산과 결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생각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살 가축 수를 줄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목표로 하는 싱크탱크 RISE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가축 사육을 5분의 1, 2050년까지 4분의 3 수준까지 줄일 계획이다. 물론 쉽지 않은 목표다. 독일 정부의 최신 식습관 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여성의 18%, 남성의 39%는 날마다 육류나 소시지를 소비하고 있다. 반면 독일 채식주의자연합(Pro-Veg)은 독일에서 채식주의자가 800만 명, 비건은 130만 명에 불과하다고 추산한다.

그럼에도 육식을 향한 회의감은 주된 흐름으로 안착했다. 독일 소비연구협회(GfK)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3분의 1 이상이 “의식적으로 육류 섭취를 자제한다”고 했다. 70살 이상 연령층에서는 절반 이상이 육류 섭취를 줄였다. 매일 고기튀김과 말린 소시지인 살라미를 먹는 인구 비율은 2년 사이 6%나 줄었다.

어느새 식습관은 정체성 문제이자 감정적인 사안으로 인식됐다. 카페에서 두유 카푸치노를 마시는 사람은 비건이거나 우유 알레르기가 있어서가 아니다. 무언가 좋은 일을 하며 스스로 아방가르드(전위)족에 속한다는 감성적인 느낌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비건 라이프를 자랑하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비건은 과거의 구닥다리 이미지를 겨우 벗을 수 있었다. SNS 유명인사 대다수가 비건인 이유는 비건으로 사는 것이 기분을 북돋우고 인스타그램에서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젊은 소비자가 동물성 식품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 염려 때문이다. 환경이나 동물 복지에 대한 우려는 한참 뒤에야 나온다. 결국 인간은 이기주의자이며, 식생활도 예외가 아니다.

   
▲ 비건 식품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최대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도 비욘드미트에 투자하는 등‘가짜 고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REUTERS

육식 회의감 팽배… 비건 시장 급성장
크리스 커(51)는 이런 설문조사 결과가 낯설거나 놀랍지 않다. “음식은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치즈샌드위치가 먹고 싶은 이유로 글로벌 연관성을 고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그마한 몸집에 목소리가 큰 미국인 크리스 커는 17년 전부터 비건으로 살고 있다. 그는 3년 전부터 비건 기업에만 투자하는 뉴크롭캐피털이라는 벤처캐피털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비건 후원가한테 7천만달러(약 831억원) 투자금을 받았다. 뉴크롭캐피털은 현재 37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한 스타트업은 콩과 작물인 레귐(legume)으로 만든 참치 대용 식품을, 다른 한 스타트업은 병아리콩 즙으로 버터를 생산하고 있다.

커는 “사람들을 비건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고 말했다. “동물보호 운동가들이 수십 년 동안 이 방법을 시도했다. 잠시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비건으로 살게 하는 행동 변화까지는 어렵다.” 그는 소비자를 비건으로 변화시키는 대신 그들에게 색다른 것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비건 식품이 대중의 취향을 사로잡으려면 맛, 가격, 손쉬운 구매라는 세 요건이 성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손쉬운 구매다. “피자 매장마다 메뉴에 비건 모차렐라가 있는 것이 내 목표다.” 카페마다 우유 대용품이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커는 비젠호프 브랜드로 유명한 독일 PHW 그룹을 비롯해 다양한 협력 파트너십을 이끌어냈다.

비건 식품 업계와 기존 육가공 업계가 공존할 수 있을까. 커는 “당연히 각자의 지향점이 다르기에 협력할 수 있다”며 “시스템을 내부에서부터 변화시키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비건에겐 적이 사라진 상황이 됐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조차 비젠호프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페타 활동가들은 과거 비젠호프를 상대로 격렬한 투쟁을 벌이기도 있다. 페타는 비젠호프가 비건 식품을 생산하면 더는 비젠호프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비젠호프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처음에는 비젠호프 쪽에서 과거 적이었던 페타의 파격적인 행보를 선뜻 신뢰하지 못했다. PHW 그룹의 ‘대안단백질원천’(실제 직함이 이렇다 -편집자) 이사 마르쿠스 카이처가 설명했다. “비욘드미트는 뼛속까지 비건 기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육가공 기업이다. 가금류는 우리의 핵심 사업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카이처 이사는 페타와의 협력이 회사의 성장 이야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식품업계가 신생 벤처기업들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자동차산업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고 본다. 자동차업계의 테슬라가 식품업계에서 비욘드미트나 슈퍼미트(SuperMeat)로 불리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일 뿐이다. 세포배양으로 추출한 고기를 연구 중인 이스라엘 기업 슈퍼미트도 독일 PHW 그룹 지분을 갖고 있다. 기존 식료품 대기업들의 선택지는 거센 비건 열풍을 바라만 보거나 동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비젠호프는 동참이라는 두 번째 길을 선택한 셈이다.

기존 식품업체들이 모두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육가공업계 대부 클레멘스 퇴니스는 비건을 일시적 열풍으로 치부한다. 맛없는 육류 대용 식품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고기 없는 소시지를 재미 삼아 맛보는 일도 지난해에 그만뒀다”고 했다.

   
▲ 비욘드미트의 고기 없는 햄버거. 각종 양념과 향신료 등을 가미해 소고기 패티의 맛과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비욘드미트 홈페이지

맛과 향까지 흡사하게 만든 비건 패티
비건 식품으로 돈을 얼마나, 빨리 벌 수 있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비욘드미트는 미국 시장에서만 비건 식품의 잠재적 매출액을 350억달러로 추산한다. 비건 식품 업계 현재 매출액의 50배에 이르는 수치다.

비건 식품 시장의 전망은 이처럼 불확실하지만, 과거 틈새시장 비건 기업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율리아 후트만(34)은 요즘 밀려드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는 2018년 9월 창업자들이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투자를 모으는 텔레비전 리얼리티쇼 <사자들의 동굴>에 출연했다. 그가 심사위원에게 소개하기 위해 들고나온 것은 열대과일 잭프루트였다. 잭프루트는 양념만 잘하면 구웠을 때 닭고기 맛이 난다. 비건과 비건이 되려는 사람은 잭프루트를 두부 대안 식품으로 먹는다. 후트만은 잭프루트를 통조림 식품으로 가공해 ‘재키(Jacky) F’라는 상품명으로 팔고 있다.

후트만은 텔레비전 출연 뒤 잠재적 투자자로부터 투자 10여 건을 제안받았다. 잠재적 투자자들은 후트만 자산을 어떻게 불릴 수 있는지 설명했다고 한다. 후트만은 공격적인 투자 제의에 섬뜩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는 재키 F가 성장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묻지마’ 식 성장은 지양한다.”

후트만은 잭프루트를 스리랑카에서 수입하고 있다. 잭프루트는 스리랑카 현지에서 끓여 졸인 뒤 컨테이너 선박으로 독일로 수송된다. 과거 유기농 슈퍼마켓 알나투라(Alnatura)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당한 적 있는 후트만은 이 방법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다른 비건 식품도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대두 열풍은 남미 열대림을 위협하고 있다(수확량의 80%가 가축 사료로 가공된다). 폭발적인 아보카도 수요는 멕시코와 남아프리카의 상당한 경작지를 마르게 했다. 비건이라고 해서 저절로 지속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야 한다면 더욱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비건 식생활도 환경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16개국 과학자 37명으로 구성된 스웨덴 민간단체 ‘잇-랜싯위원회’(The EAT-Lancet-Commission on Food, Planet, Health)는 인류의 식물성 식품 섭취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시뮬레이션했다. 기후의 경우 시뮬레이션 결과는 명백하게 긍정적이었다. 농업 부문은 최대 80%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물 소비량은 1%에서 최대 9%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콩류, 견과류, 일부 채소 경작에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경작지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전세계 인구는 2050년 100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자들은 지구를 파괴하지 않고 세계 인구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단, 인류의 식습관이 혁명적으로 변화해 가축 수를 줄이고 식물 생산을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육류 대체 음식처럼 식물도 잘게 썰고 가열해 양념하거나 다른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사람들은 식물성 소시지가 육류 소시지처럼 보이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제조업자는 그렇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육류 대체 식품은 상당한 산업적 가공 과정을 거친다.” 니더작센주 소비자본부의 야니나 빌러스가 지적했다. 소비자본부 조사 과정에서 테스트를 거친 비건 식품의 80%에 나트륨이 과다하게 함유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비건 식품에 함유된 몸에 좋지 않은 식품첨가물이 10여 종에 이른다고 했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자는 채식주의 운동과 식품첨가물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기는 힘들다.

뮌헨에서 독일의 양대 채식 음식점으로 꼽히는 티안(Tian)을 운영하는 파울 이비치(40)의 주방에서는 식품첨가물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동물성 식품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적게나마 육식을 한다. 그가 못마땅한 것은 음식을 무성의한 사료로 만들어버리는 식품산업이다. “단순히 비건 식품 몇 개를 판다고 네슬레나 비젠호프 같은 식품 대기업을 갑작스레 신뢰해버리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요리사이기도 한 이비치는 식물을 음식으로 변신시키는 예술을 완벽하게 구사하지만, 그렇다고 식물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스턴트식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는 이날 저녁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뿌리채소인 돼지감자로 서양식 육회인 타르타르스테이크를, 케일로 칩을, 비트로 달달한 셔벗을 만들었다. 모든 음식이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 2019년 6월호 종이잡지 34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18호
Besseresser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