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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살충제 남발에도 농장 관리·감독은 부실
[TREND] ‘짝퉁 천지’ 중국산 유기농산물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닐스 클라비터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은 세계적으로 최대 유기농 식품 생산국으로 떠올랐지만, 유기농 식품산업의 화려한 성장 이면엔 온갖 불법이 횡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기농 식품 관리·감독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2019년 3월 초 중국 동북부의 한 유기농 식품 제조업체에 관리·감독을 나온 검사관들이 곧장 창고로 갔다. 창고에는 유기농법에서 금지하는 화학비료가 가마니째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공장장은 이웃 주민이 화학비료를 갖다놓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그 업체 주변은 허허벌판이라 이웃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에 있는 이 유기농 식품 제조업체는 1천ha 넘는 경작지에 곡식과 오일시드(해바라기·콩·유채 등 기름을 짤 수 있는 유지작물)를 재배하고 있다. 이 업체는 발각된 화학비료를 사용한 유기농 수확물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 수출하려고 했다. 해당 업체는 이번 관리·감독에서 적발된 뒤 유기농 인증을 박탈당했다. 독일의 유기농 인증 감독기관 대표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건은 비교적 무난하게 해결된 것이다. 해당 중국 업체를 현장 감독한 우리 감독관들이 위협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협당하지 않은 것이 ‘이번 한 번’에 불과했다는 것에 함정이 있다. 중국에서 유기농 식품 열풍이 불기 시작한 뒤, 유기농 식품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감독관들은 지속해서 신변 위협에 노출돼 있었다. 유기농 인증마크 감독관들은 거대 신흥시장 방해꾼으로 폄하되기 일쑤다. 유럽연합을 뺀 지역에서 유기농 식품의 유럽 수출에서 압도적 1위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2018년 중국의 콩, 해바라기씨, 차, 구기자 등의 유럽 수출은 41만5천t에 이르렀다.

중국의 유기농 식품 시장의 폭발적 성장 이면에는 각종 사기와 속임수가 횡행하고 있다. “법을 당연하게 준수하는 중국 유기농 식품 제조업체도 많다. 하지만 유기농 식품 시장을 단순히 돈을 쉽게 빨리 버는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사기꾼이 적지 않다.” 사단법인 ‘생태학적 식료품산업 연합’ 페터 뢰리히 사무총장의 지적이다. 그는 이 사기꾼들이야말로 ‘글로벌 책임 프로젝트’로 시작한 유기농 정신을 먹칠하는 주범이라고 했다.

   
▲ 중국 유기농 식품 시장의 폭발적 성장 이면에는 각종 사기와 속임수가 횡행하고 있다. 유기농 식품 시장을 돈을 쉽게 빨리 버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유기농 식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REUTERS

사기와 속임수 횡행
중국산 유기농 식품에서 살충제 성분이 끊임없이 검출되고 있다. 유럽연합 위원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유기농 식품은 2018년 한 해에만 유럽연합 친환경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해 적발된 사례만 67건 확인됐다. 중국은 어느 국가보다 유럽연합의 친환경 규정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

중국 유기농법의 열악한 실태에 대한 소문은 오래전부터 파다했다. 독일 유기농 인증기관 CERES(독일에서 시작된 글로벌 유기·친환경 농업 표준마크) 내부 자료에 이를 입증하는 내용이 나온다. 36쪽에 걸친 이 보고서에는 중국 유기농 농부의 불법 인식과 중국 유기농 인증 업계의 부실한 관리·감독 실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CERES는 2018년 중국 유기농 업체 300여 곳을 조사했다. CERES는 당시 중국 현지 파트너에게 유럽 감독관들을 붙여 감사 보고서를 쓰도록 했다. 알브레히트 벤칭 CERES 사무총장은 “CERES와 협력하는 중국 현지 파트너들이 제대로 실태를 파악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다”고 털어놓았다. 보고서에는 중국 감독관이 공장주 편에 서서 살충제 창고의 은폐를 도왔다는 기막힌 일화도 기록돼 있다.

중국 농부 중에는 자신이 ‘유기농 프로젝트 일원’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일도 간혹 있었다. 이 경우 유기농 인증마크는 겉포장에 불과했다. 중국 유기농 인증 업계에서 뇌물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기농 제품 관리·감독 과정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을 때, 감독관에게 현금이 전달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유기농 농장 창고에 살균제 홍보 포스터가 붙은 사진, 유기농업을 하는 농부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비료를 밭에 뿌리는 사진이 첨부됐다. 같은 구획의 밭에서 기존 농법으로 재배되는 파프리카 바로 옆에 친환경 작물이 재배되는 현장이 포착된 사진, 식물 제초제 글리세이트 병과 살균제 병이 굴러다니는 유기농 밭의 사진도 여럿 포함됐다.

CERES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07~2017년 유럽 감독관들이 동행한 현장조사는 51회 있었다. 조사업체 중 41%에서 지침 위반 사례가 3건 이상 적발됐다. 애초부터 유기농 인증 발급이 불가능한 사례도 확인됐다. 알브레히트 벤칭 사무총장은 “중국 유기농 생산업계에서 확인한 실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한탄했다. CERES 쪽은 왜 참혹한 실상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함구한 채 지켜만 보았던 것일까.

벤칭 사무총장은 당시 해당 유기농 업체의 영업을 중지시키고 감독관 면허도 박탈하는 등 즉각 대응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은 조금 달랐다. 보고서에는 중국 감독관들이 오랜 기간 교육받았음에도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구가 나온다. 중국 감독관들은 농장주에게 직설적으로 묻고 현장을 감독하는 것을 마치 불경스러운 행위인 듯 어려워했다.

그렇다고 중국 유기농 식품업체를 상대로 한 부실 관리·감독 책임을 CERES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유기농 인증기관 중에서 CERES는 그나마 관리·감독 기준이 엄격한 축에 속한다. 미국 농업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CERES는 지난 몇 년간 관리·감독을 진행한 유기농 업체의 10%에 유기농 인증을 일시 혹은 영구적으로 박탈했다. CERES와 비교하면 네덜란드 친환경 인증기관인 컨트롤유니언(Control Union)은 관대한 편에 속한다. 컨트롤유니언 감독관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의해 러시아와 터키 등 5개국에서 감독 부실 등의 이유로 자격 정지를 당했다. 중국에서 유기농 인증 시장을 선점하고 독일 뉘른베르크에 본사를 둔 인증기관 키바(Kiwa) BCS는 유기농 인증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키바 BCS 유기농 인증을 받은 유기농 생산업체 500여 곳 중에서 유기농 인증을 박탈당한 곳이 단 1곳에 불과하다는 미국 통계 수치도 있다. 키바 BCS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일절 답변을 거부했다.

   
▲ 중국 유기농업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태는 열악하다. 살충제 성분이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으며, 유럽연합 친환경 규정을 위반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홍콩 푸드 엑스포에 전시된 중국 농산물.REUTERS

감독관 은폐·조작 가담
독일 소비자 다수는 중국 유기농 제품을 직접 먹기보다는 간접적으로만 접할 뿐이다. 중국 유기농 제품 대부분이 가축 사료로 가공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유럽연합 유기농 인증마크를 단 육류가 독일 유기농협회에서 제조한 육류보다 가격이 훨씬 싼 이유가 궁금하다면 해당 육류의 사료 원산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저렴한 육류의 사료 원산지가 대부분 유럽이 아닌 인도나 중국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중국산 유기농 식품에 대한 인내심도 이제 한계치에 이르렀다. 2019년 초부터 중국 유기농 업체들은 정기 검사 외에 최소 1회 사전 예고 없이 인증기관 방문을 받도록 했다. 이에 중국은 자체 유기농 인증기관 구축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현재 괴팅겐에서 독일과 중국 합작 인증기관 SRS가 구축 중이다. SRS에는 유기농 인증 관리·감독에 관대하기로 악명이 자자했던 CERES 전임 감독관들이 일하고 있다.

* 2019년 6월호 종이잡지 25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16호
Außer Kontroll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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