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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PEOPLE]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인터뷰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이자벨 휠센 economyinsight@hani.co.kr

이자벨 휠센 Isabell Hülsen
페터 뮐러 Peter Müller
<슈피겔> 기자

   
▲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2014년 11월 취임 이후 글로벌 기업들에 잇따라 반독점 위반 제재를 가해 기업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REUTERS

덴마크 출신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50)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2014년 11월 취임 이후 잇따라 반독점 위반을 제재해 글로벌 기업을 두려움에 떨게 한 장본인이다. 특히 구글·애플·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거대 기업에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해 ‘실리콘밸리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유당그룹 최고위원회 일원으로 장클로드 융커의 뒤를 이을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슈피겔>이 그를 덴마크 코펜하겐 EU 집행위원회 대표부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EU 집행위원회에서 가장 유명한 집행위원 중 한 명이다. 정직하게 말해보자. 애플, 구글, 페이스북, 지멘스, 폴크스바겐 같은 강력한 대결 상대 때문에 얻은 명성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나.
분명히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일부러 그런 상대를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신고된 기업이나 최근의 자동차 제조업체 담합 의혹처럼 기업이 자진 신고한 사건을 조사한다. 대부분 기업이 나를 찾아오지, 내가 기업을 찾아가지는 않는다.

-실리콘밸리 대기업과 기꺼이 종종 대결한다. 2019년 4월 유럽 홍보 행사 일정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정치권이 페이스북 같은 기업을 더욱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기만당한 것처럼 느껴지나.
페이스북은 정치권이 행동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용자 20억 명을 가진 회사라면 스스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편파적인 발언이나 언어폭력) 방지를 위한 조처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규제가 나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의회 심의부터 시작해서 국가 규제로 구현하기까지 보통 5~7년이 걸린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스스로 즉시 조처하는 걸 막을 사람은 없다.

   
▲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정보기술 거대 기업에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유명해‘실리콘밸리 저승사자’로 불린다. REUTERS

“페이스북 분할 동의 안 해”
-페이스북을 분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의하는가.
기업 분할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게다가 데이터 대기업 하나를 분할하면 두 개의 데이터 대기업이 생길 위험이 있다. 히드라의 머리와 비슷하다. 머리 하나를 베면 그 자리에서 일곱 개가 자라난다.

-분할하기엔 너무 커진 것인가.
기업이 대량 데이터를 보유하면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다시 성장할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최초 이용자 100명을 모으는 일은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100만 명을 1억 명으로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 데이터 접근 권한을 줄지, 어떤 데이터 접근 방식을 허용할지 심사숙고하는 편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는 현재 시장 접근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고 성능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도, 빅데이터에 접근할 수단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당신이 담당하는 사건 가운데 최근 일어난 독일 자동차산업 사건과 관련된 것이 있다. 벤츠, 폴크스바겐, BMW가 디젤 트럭과 가솔린 자동차의 매연 배출량을 줄이는 배기가스 정화 기술 공개를 늦추기 위해 불법적으로 담합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사건이다. 기존 가격 담합과 전혀 다르다. 북부는 이 회사, 남부는 저 회사, 이런 식으로 기업이 시장을 나눈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혁신을 방해하기 위해 담합했다.

-무슨 뜻인가.
품질을 개선하는 안전 기준을 정의하기 위해 기업끼리 협업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더 낮은 기준을 도입하기 위해 담합해서는 안 된다. 고객이 자동차를 선택할 때 ‘내 자동차의 환경친화 여부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이런 선택이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이 건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페이스북 분할 주장과 관련해 사유재산권 침해일 뿐 아니라, 데이터 대기업 하나를 분할하면 두 개의 데이터 대기업이 생길 위험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REUTERS

폴크스바겐·BMW·다임러 기술 담합 심각
-BMW는 집행위원회 결정에 항소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EU가 기존 경쟁법 한계에 직면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혐의가 심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소송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업에 우리가 제기하는 혐의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제 각 기업은 우리가 모은 증거를 확인하고, 이 건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설명해야 하는 10주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결정을 내릴 것이다. 물론 BMW는 최종적으로 결정에 불복하고 재판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카르텔은 가격 담합이다’라는 주장은 조금 구식이다. 대부분 소비자에게 가격, 품질, 혁신 기술은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EU 집행위원회에서 혁신을 경쟁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것도 완전히 새로운 일이 아니다.

-처음으로 자진 신고한 벤츠는 이 건으로 벌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칙적으로 다음 같은 시스템이 적용된다. 처음으로 카르텔을 신고한 회사는 최대 100%까지 벌금을 면제받고, 다시 경쟁할 때 재정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카르텔 참여자는 서로 신뢰할 수 없어야 한다. 이것도 억지력에 포함된다.

-벤츠가 첫 번째로 자진 신고를 했지만 담합 내용을 모두 신고한 것은 아니다.
맞다. 하지만 신속성을 높이 산다.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 시도를 저지한 일로도 당신은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독일 정부도 당신이 경쟁법을 너무 글자 그대로 적용하려 하고, 유럽 경제가 미국과 중국에 위협받는 사실을 간과한다고 비판했다. 이 비판이 옳다고 생각하나.
유럽 반독점 당국이 상아탑 안에 앉아서 기업 합병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고객, 경쟁 기업, 노조의 의견을 듣는다. 국제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살펴본다. 이 건에서는 대부분 분야에서 해당 기업의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신호 기술과 고속열차 두 부문은 신중하게 고려했다. 우리는 다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가격이 오르면 고객이 다른 공급업체로 갈 수 있는가? 답은 ‘아니다’였다. 신호 기술 분야의 경우 다른 공급업체가 충분하지 않다. 독점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대신 구입할 수 있는 중국산 고속 열차도 유럽에는 없다.

-몇 년 혹은 몇십 년 후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중국 고속열차 회사가 유럽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의미 -편집자).
합병을 저지한 후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30년 뒤에 깨어나면 중국인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유럽인이 앞으로 30년 동안 잠을 잘 것이라는 기묘한 가정이 포함돼 있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하나? 유럽 기업은 기술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당연히 세계시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합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안전한 자금조달 수단을 확보할 수도 있다. 유럽 기업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방법은 수천 가지다.

-그러나 중국에서 핵심 산업에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동안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맞다. EU 안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려면 유럽 외부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기업을 위해서도 힘써야 한다. EU는 이 문제를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최초로 EU-중국 전략을 세웠다. 외국인 투자를 더 잘 감시하고 우리 시장에 진출하려는 나라에 자국 시장도 개방하도록 정할 수 있다.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 페터 알트마이어가 최근 발표한 산업정책 제안을 어떻게 보나. (알트마이어 장관은 산업 분야에서 아시아 국가의 도전에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산업정책에서 국가의 역할을 늘리고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집자)
유럽연합은 10년 전보다 훨씬 경쟁력이 강화됐다. 스타트업이 늘어났고, 창업 정신이 고취됐다. 뭔가를 해보려는 현명한 사람이 많아졌다. 우리는 지표상으로 금융위기와 유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제 머릿속도 극복할 차례다. 세계에는 유럽 시장이 점유율을 쟁취할 수 있는 자리가 충분히 있다.

-알트마이어 장관의 염려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나는 그의 제안을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 내가 보는 적자는 그가 보는 적자와 다르다. 유럽 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제대로 작동하는 디지털 단일 시장과 자본 접근성 개선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거의 토론되지 않는다.

“경제 생태계를 위한 산업정책 세워야”
-독일과 프랑스는 경쟁법을 개정하려 한다. 시급한 일인가, 아니면 보호무역주의로 복귀하는 것인가.
목표는 동일하다. 요점은 앞으로도 유럽의 산업 생산을 계속 가능하게 하고, 미래에도 유럽이 가치사슬 위쪽에 남아 있게 하는 것이다. 산업정책은 경제 생태계를 위한 것이어야 하지, 개별 대기업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유럽의 강점은 다각화된 경제다. 의미 있는 산업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유럽에서 안정적인 시장경제 위치를 점유하는 영국이 EU를 떠나려 한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산업정책이 다시 유행하고, 이탈리아는 포퓰리즘에 빠졌다. 유럽의 자유주의적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자유주의는 어려운 꼬리표다. 자유주의라고 하면 어떤 이는 시장자유주의를 생각하고, 다른 이는 동성애자 권리를 생각하고, 또 다른 이는 법치국가를 생각한다. 그래서 유럽의 자유주의 세력이 쇠퇴한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모든 요소가 뒤섞여 있다.

-브렉시트로 바뀌는 것은 없나.
경험에 따르면, 빈 곳이 있으면 그 부분은 채워진다. 유럽의 중심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제3자 역동성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주로 영국이 그 역할을 했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다른 국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네덜란드나 스웨덴, 혹은 내 모국인 덴마크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당신의 임무는 다소 비정치적이었다. 기업이 경쟁 규정을 지키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 당신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후임으로 거론된다. 이로써 당신은 브뤼셀의 EU 정부와 회원국 사이에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한가운데 있게 됐다. 이유가 무엇인가.
나도 이제까지 집행위원회 일원이었다. 경쟁법도 정치적 결정에 기반한다. EU 창시자들은 경쟁법이 없으면 정글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전통적인 정당정치의 의미는 아니더라도 경쟁법은 매우 정치적이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신은 유럽자유민주동맹(ALDE) 최고위원회의 일원이지만, 스스로 유럽의회 선거에 입후보하지는 않았다. 왜 그랬나.
나는 유럽의회 의원이 되고 싶지 않다. 아주 단순하다.
유럽의회는 다수 의견으로 슈피첸칸디다트(Spitzenkandidat·유럽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치그룹에서 집행위원장을 지명하는 방식)로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만이 그 자리에 올라야 한다고 결정했다.
순진한 생각이라고 할 테지만, 나는 누가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먼저 진지하게 상의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자유주의적 가치가 기회를 얻게 하고 싶다.

-하지만 당신은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은가.
이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다.

   
▲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자신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슈피첸칸디다트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EU에 걸맞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REUTERS

“EU 집행위원장 선정 방식 변해야”
-경제계 인물에서 비정부기구(NGO) 대표에 이르기까지 유럽 내에서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가 당신이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오직 4%만 경쟁자인 독일의 만프레트 베버를 지지했다. 그럼에도 그는 거대한 정당 연합인 보수 유럽국민당(EVP)의 슈피첸칸디다트로서 당신보다 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많다. 좌절감을 느끼는가.
일단 지켜보자. 유럽의회 선거 뒤 각 직위를 두고 벌어질 소동에 비하면 브렉시트는 두 조각짜리 단순한 퍼즐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는 계획을 세워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유럽 시민 중 절반 이상이 유럽의회 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다.

-당신 지지율은 시민이 EU에 거는 기대를 보여주는 것인가. 자기 목소리를 지녔지만 인간적인 얼굴을 한 공동체?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지만, 집행위원회 사람들은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시민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도 않고, 그것을 목표로 해서도 안 된다. 공립학교 수준이나 도로 제설 작업을 책임지는 것은 유럽 집행위원회가 아니다. 우리 역할은 시장이나 정부의 역할과 다르다.

-그것이 당신이 슈피첸칸디다트 방안을 거부하는 이유인가.
그렇다. 슈피첸칸디다트는 EU에 걸맞지 않다. 슈피첸칸디다트를 내세우면 유럽 시민들이 유럽의 대통령이나 정부 수반을 선출하는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실망을 가져올 뿐이다. 유럽에는 여러 정부가 있지만, EU 집행위원회는 단 하나뿐이다. 집행위원회는 구체적이고 가치 있는 임무를 한다. 왜 이를 파괴하고, 또 하나의 정부를 만들어야 하나.

-인터뷰에 감사하다.

* 2019년 6월호 종이잡지 38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16호
Nichts gegen Großkonzern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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