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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회사에 유리한 경매 규정
[SPECIAL REPORT] 독일 5G 주파수 경매- ① 왜 논란인가?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프랑크 도멘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정부가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에 돌입하면서 5G용 주파수 전부를 전국사업자에 할당하지 않고 일부를 지역사업자에 할당하려 하자 논란이 거세다. 이 조처대로라면 자동차회사는 로컬 주파수를 연방통신청 경매에서 낙찰받지 않고도 수수료를 내고 신청해 사용할 수 있다. 통신업체에는 값비싼 구축비를 내고도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불공정한 조처다. 독일은 미국의 압력에도 5G 주파수 경매에 중국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독일 5G 주파수 경매를 둘러싼 논란을 짚었다. _편집자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2019년 3월19일 요헨 호만 독일 연방통신청 청장이 마인츠곤젠하임에 있는 본청에서 5G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경매에 앞서, 출발을 상징하는 스톱워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REUTERS

독일의 무선 음영 지역을 해소하려는 요헨 호만 독일 연방통신청 청장은 현재 기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자신이 아무도 피해갈 수 없고,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는 무선 음영 지역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는 어떤 외부 전파도 수신할 수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방통신청 직원들은 2019년 3월19일부터 마인츠곤젠하임에 있는 청사에 전파 방해 시설을 만들었다. 과거 병영으로 쓰였던 이 건물을 직원들은 ‘벙커’라고 한다. 이곳에서 소더비 경매장을 훨씬 능가하는 경매가 진행된다. 호만은 일종의 수석 경매인이다.

이곳에서 최고 입찰자에게 돌아가는 재화는 그리 화려하진 않다.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혀로 맛볼 수도 없다. 경매 대상은 주파수다. 실제로는 주파수 이용권, 즉 이동통신 라이선스다. 데이터가 미래 산업의 원자재라면 5G라는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는 원자재를 운반하는 고속도로다. 데이터와 달리 이 주파수는 한정된 재화여서 더 가치가 있다. 극도로 빠르고, 극도로 비싸다.

5G 주파수 경매는 경제적 의미가 있다. 지상의 유리섬유와 함께 5G 네트워크는 독일의 디지털 인프라를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의 고속인터넷 네트워크는 여러 지역에서 공급이 부족하다. 세계 광대역 순위에서 독일은 상위권에 속하지 못한다. 따라서 5G 경매에 기대치가 높다. 벌써 과열 양상을 보이며 거대한 이해관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독일 전국에 공급할 수 있는 5G 서비스를 원한다. 하지만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5G 주파수는 이 목적을 이루기에 적합하지 않다. 통신업체들은 적은 금액으로 많은 주파수를 확보하면서도 언제까지 몇 가구, 몇 지역에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는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 한다. 이는 정치권 목표에 위배된다. 소관 정부 부처인 재무부 역시 막대한 재정수입을 기대하는 눈치다.

5G 주파수 경매 돌입… 경매 조건 둘러싼 소송
연방통신청은 4개 기업을 입찰자로 승인한 상태다. 3대 대형 통신업체인 도이체텔레콤, 보더폰, 텔레포니카와 함께 새 사업자로 1&1드릴리슈가 경매에 참여한다. 통신업체들은 경매에 나온 41개 주파수 블록 중 최소한 일부를 낙찰받아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5G 상용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5G의 핵심은 전화가 아니다. 5G 영역은 이전 주파수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다. 다음 세대의 특징은 최소한의 반응 시간으로 강력한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공장, 원격진료, 자율주행 서비스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개인 사용자는 초당 5G 속도로 고해상도 영화 한 편을 자신의 기기에 내려받을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서 모래시계와 기다림 표시가 끝없이 회전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연방통신청에서 무려 174쪽에 걸쳐 제시한 경매 조건 때문에 경매를 앞두고 분쟁이 일었다. 지금까지 총 9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기존 3대 통신업체는 경매 조건에 이의를 제기하는 긴급 신청서까지 제출했다. 만일 쾰른 행정법원에서 이를 허가했다면, 3월19일로 예정된 경매 일정을 무효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호만은 “경매가 지연될 위험이 있었다. 어쩌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독일을 5G의 ‘선도시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독일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을 것이다. 경매가 일정대로 3월19일부터 시작했더라도 어차피 독일은 5G 선두 주자가 될 수 없었다. 다른 국가에서 먼저 5G를 개척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5G 네트워크 상용화가 이미 시작됐다. 이웃 나라인 스위스도 독일보다 빠르게 5G 상용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왜 독일의 기존 통신사업자들은 5G 상용화가 늦춰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을까. 이들이 분노한 이유는 무엇이고, 소송이 이들의 경제적 입지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특히 언젠가 이 모든 주파수와 새 전송타워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 5G 이동통신 고객에게 이 소송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사용자들 “5G에 추가 비용 낼 의향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을 둘러싸고 기대감과 기술 낙관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는 분위기를 경험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한마디로 ‘5G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박람회는 큰 폭의 할인행사를 하는 대형 전자기기 판매장처럼 사람들로 넘쳐났다.

곳곳에 눈부신 5G 로고가 걸렸고,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테크파티에서 시장의 장사꾼처럼 차세대 이동통신의 장점을 알렸다. 박람회 스타는 5G를 이용할 수 있는 신규 휴대전화였다. 특히 펼치면 스마트폰에서 태블릿피시로 변신하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삼성과 화웨이의 플래그십(주력) 모델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제품의 시장 출시 가격은 최소 2천유로(약 260만원) 이상이 될 것이다.

도이체텔레콤도 이 행사에 참여했다. 화려한 마케팅 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독일에서 벌어지는 경매 분쟁과 소송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클라우디아 네마 도이체텔레콤 이사회 혁신 담당 임원도 새로운 컴퓨터게임을 최초로 공개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흩뿌리려 노력했다. 그녀 뒤에 세워진 거대한 화면은 스마트폰을 손에 든 젊은이들이 서로 가상의 공을 던지는 경기장 모습을 비추고 있다. 디지털 닷지볼 버전은 ‘포켓몬고(GO)’ 제작사 나이언틱과 삼성이 협력해서 만든 게임으로 추후 5G를 통해 ‘모던 게이밍’(Modern Gaming)에서나 가능한 것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의 게이머가 기술적으로 확장된 세계(증강현실)에서 동시에 움직일 수 있다. 네마 임원은 이 공던지기 게임이 차기 히트작이 되기를 희망한다.

5G 활용법은 기대보다 훨씬 단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고속인터넷이 부족했던 곳에 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5G 신규 사업자로 입찰에 참여한 1&1드릴리슈의 모회사인 유나이티드인터넷 회장 랄프 도메르무트는 이미 주파수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자금으로 28억유로 이상의 은행 대출을 확보했다. 그는 “5G는 유선망의 대안으로, 특히 시골 지역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인터넷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땅을 파거나 집에 전선을 새로 설치하지 않아도, 자신의 기기를 기가바이트 속도로 이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현재 미국과 스위스에서 최초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아직은 5G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부족하다. 시골 지역은 5G 서비스에 필요한 전송타워가 많이 설치되지 않기 때문에 이동통신보다는 가정에서 광대역 인터넷을 대신해 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독일 고객이 5G라는 초고속인터넷 사용과 관련해 얼마나 비용을 낼 것이냐다. 현재도 독일의 대용량 LTE 요금제는 다른 국가보다 비싸다. 그래서 많은 고객이 지금까지 가장 빠른 표준을 사용하지 않았다.
5G에 관한 초기 설문조사 결과는 통신업체에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독일정보통신산업협회(BITKOM) 분석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 중 39%는 기본적으로 “5G 서비스에 돈을 더 많이 낼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에서 5G 서비스를 위해 한 달 추가로 지급할 용의가 있는 금액이 10유로 이하인 사람이 25%, 최고 20유로까지 더 내겠다는 사람이 31%였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고객이 일단 5G 주파수를 쓸 수 있는 새 휴대전화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도이체텔레콤, 보더폰, 텔레포니카, 1&1드릴리슈는 5G 상용화 과정에서 투자한 주파수와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다시 벌어들일 사업모델을 찾아야 한다. 5G가 통신업체의 또 다른 중요한 고객그룹인 기업과 개인을 이탈시킬 수도 있기에 이는 더욱 시급한 과제다.

개인 고객은 대체로 현재의 안정적인 3G 서비스와 LTE 서비스에 만족하는 경향이 짙다. 훨씬 절박하게 약속된 기적의 5G 인터넷 네트워크를 기다리는 이는 기업이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5G를 새롭고 강력한 기본 기술로 인정하고 있다.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점점 더 네트워크화·자동화하는 생산공장에도 5G가 필요하다.

기존 통신업체에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기업이 공장 구내에 자체적으로 로컬 ‘캠퍼스 5G 네트워크’를 설치하려 한다는 점이다. 각 기업은 이를 위해 장비 공급 업체로부터 필요한 기술을 살 수 있다. 기존 통신업체 같은 운영자는 필요하지 않다.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운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통신업체로서는 주요 고객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통신업체들이 특히 분개하는 부분은, 자동차회사들은 로컬 주파수를 독일 연방통신청 경매에서 낙찰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수수료를 내고 신청만 하면 된다. 이동통신 사업자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경쟁을 왜곡하는 터무니없는 조치다. 무엇보다 다른 주파수 가치를 낮춘다는 것이 이동통신 사업자들 생각이다.

* 2019년 6월호 종이잡지 45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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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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