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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이해관계 실타래 풀어야
[SPECIAL REPORT] 독일 5G 주파수 경매- ② 현황과 과제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프랑크 도멘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2019년 3월28일 독일 본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팀 회트게스 도이체텔레콤 최고경영자가 5G 로고로 만든 상징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도이체텔레콤은 독일의 5G 주파수 경매 입찰에 참여했다. REUTERS

아우디는 가이머스하임에 있는 ‘프로덕션 랩’에서 이미 자체 5G 무선 셀을 실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장비 공급업체 에릭손과 협력했다. 첫 경험은 긍정적이었다. 아우디의 차체 제작 자동화 기술 부문 책임자 아르옌 크라이스가 말했다. “우리는 산업 라이선스를 신청해 공장 내부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다. 사업 비밀과 특허 보호를 위해서라도 네트워크 운영은 자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벤츠, 폴크스바겐, BMW도 마찬가지로 자체 네트워크 운영을 위해 연방통신청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BASF, 지멘스, 에어버스도 로컬 주파수를 할당받기 위해 연방통신청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벤츠는 연방통신청에 보낸 편지에서 자체 네트워크가 필요한 이유로 “앞으로 생산 현장 한 곳에서 약 6천 대 로봇이 실시간 최소한 대기시간으로 통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차 소프트웨어도 5G를 설치할 계획이다.

통신업체는 중요 기업 고객 이탈을 두려워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고 싶은 주파수 범위 중 4분의 1을 기업 고객을 위해 포기해야 한다. 텔레포니카는 연방통신청 계획을 ‘위법’이라고 했다.

보더폰의 독일 지사장 하네스 아메츠라이터는 ‘패치워크 깔개’(한 지역 주파수를 여러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운영하면 주파수 관리자와 해당 지역을 도식으로 나타냈을 때 천 조각을 이어붙여 만든 깔개처럼 보인다는 것으로, 업체가 난립해 원활하고 통일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뜻 -편집자)처럼 진행되는 현 경매를 부담스러워했다. “로컬 주파수 할당 계획은 우리에게 5G 투자를 덜 매력적이고,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고, 덜 유망한 산업으로 인식하게 한다.” 무엇보다 그는 약속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걱정한다. “캠퍼스 네트워크 운영자는 현재 기준에 따르면 관할 구역 밖에서도 제3자에게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자칭 패배자인 통신업체들은 기업 등 산업계 고객을 위한 5G를 설계·건설하고, 고객이 요청하면 운영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체적인 산업 토털 패키지를 출시해 예상되는 손실을 막으려고 한다. 보더폰은 2018년 11월 독일에서 최초로 알덴호펜에서 자사 5G 전송타워를 운영해 “아헨의 전기차 제조업체 이고(e.GO)와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만들어 최초의 5G 생산 현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이체텔레콤에서는 혁신 담당 이사 네마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상징적으로 시작 버튼을 눌렀다. 실시간 연결로 아우크스부르크 인근 슈바브뮌헨의 조명기구 제조업체 오스람 공장에서 작은 운송 로봇이 느릿느릿 움직였고, 자줏빛 광점을 지나가는 장면이 보였다. 도이체텔레콤이 박람회에서 내건 신조가 “5G가 현실이 되다”인 것을 생각하면, 그 장면은 작은 상표 속임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람은 유례없는 최초의 캠퍼스 네트워크에서 도이체텔레콤의 도움을 받아, 일단 무선랜(WLAN)에서 4세대 이동통신(LTE)으로 전환했다.

원래 5G 주파수 경매는 정치와 상관없는 과정이어야 했다. 심지어 서류상으로 요헨 호만의 연방통신청은 독립적인 조직이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다. 연방통신청은 재무부 산하에 있고, 자문위원회는 다수 의원으로 채워져 있다. 의원들은 지역구 출신이고, 많은 지역구에서 분노한 시민과 기업들이 무선 음영 지역을 두고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결국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가는 길은 여러 면에서 정치적 문제가 되고 말았다.

   
▲ 데이터가 미래 산업의 원자재라면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5G는 원자재를 운반하는 고속도로다. 5G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강력한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미래 공장, 원격진료, 자율주행 서비스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자동차업계가 5G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REUTERS

이동통신 인프라가 정치 문제가 된 이유
특히 여당인 대연정 소속 정치인이 경매 규정부터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공급 요구 사항을 관철했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대연정의 목표인 도시와 시골 사이 평등한 삶의 조건을 내세웠다. 보더폰 독일 지사장인 아메츠라이터는 “독일 정치권이 신기술로 과거 4G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이는 독일식 사고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독일 디지털 인프라가 뒤처진 것은 무엇보다 과거 주파수 경매 때문이다. 악명 높은 2000년 UMTS(유럽의 차세대 이동통신) 경매로 국가는 약 500억유로(약 66조원)의 재정수입을 얻었지만, 기업은 네트워크를 확장할 자금이 부족해졌다.

도이체텔레콤 최고경영자 팀 회트게스도 정치권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자사의 지분 소유주인 독일 정부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독일 연방정부가 개최한 디지털 정상회담에 참여했을 때, 그는 5G 주파수 경매 조건과 관련해 자동차업계가 네트워크 운영자가 될 수 있도록 했던 안드레아스 쇼이어 연방교통부 장관을 공개 석상에서 저격했다. “정치인은 쉽게 전 국토에 5G 네트워크를 공급하라고 요구하면서 사기업이 그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볼프강 코프 도이체텔레콤 홍보·대정부 업무 담당 수석 부사장은 “5G 주파수 경매 조건을 과도한 행동주의”라고 비판했다.

독일의 기존 3대 이동통신사는 네 번째 신규 입찰자인 1&1드릴리슈가 불편하다. 연방통신청은 신규 회사인 1&1드릴리슈에 덜 엄격한 건설 규정을 적용한다. 신규 회사는 기존 통신사가 점유하던 인구가 많은 인기 지역을 두고 경쟁하고, 기존 통신사의 손실을 바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보더폰·도이체텔레콤·텔레포니카는 염려하고 있다. 그와 반대로 네트워크 타워 구축 등 시골 지역의 비싼 인프라 건설은 이들 통신업체에 전가된다는 것이 기존 업체들의 생각이다.

독, “화웨이 등 어떤 업체도 배제 안 해”
여기에 신규 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하라는 미국의 압박도 더해졌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으며, 더욱 위험한 것은 화웨이가 중국 당국 명령에 따라 데이터 조작뿐만 아니라 유사시 주요 신규 인프라를 ‘킬 스위치’(kill switch)로 한번에 차단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화웨이가 주요 후원사로 곳곳에 모습을 보였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도 미국 대표단은 공개적으로 화웨이에 대항했다.

화웨이는 과시적인 자신감과 방대한 홍보 공세에서 최근 한탄 섞인 반응도 보인다. 화웨이 도이칠란트의 최고 기술책임자 발터 하스는 미국의 비난에 증거가 없다며 “독일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선언 이후에는 이 모든 것이 가차 없는 경제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독일 3대 거대 이동통신업체는 모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도이체텔레콤은 독일 기지국 2만7천여 곳 중 절반이 ‘메이드 인 차이나’다. 베를린 5G 테스트 지역에도 화웨이 장비가 설치돼 있다. 유럽산 대체 상품도 있다. 에릭손(스웨덴)과 노키아(핀란드)는 최신 송신 설비를 판다. 이들 제품도 일부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삼성(대한민국)도 네트워크 인프라 장비를 만든다. 삼성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분쟁에서 이익을 얻을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발터 하스는 “독일에서 화웨이는 기존 통신망에 쓰는 7만5천여 개 기지국 중 절반가량에 장비를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급은 GmbH, 즉 독일 법을 적용받는 유한책임회사인 독일 화웨이 자회사를 통해 이뤄졌다. 미국 공급업체와 달리 우리 회사는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정당하게 독일에 세금을 낸다.” 그는 화웨이를 배제하면서 5G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화웨이는 5G 표준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수많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더폰 그룹 최고경영자 닉 리드도 화웨이 배제에 반대하며 중국 회사를 옹호했다. 그는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지 않으면 5G 통신망 구축에서 2년 이상 뒤처질 수 있고 비용도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더 심화됐다. 화웨이 변호사들이 텍사스에서 미국의 화웨이 제품 배제 조처를 놓고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 조처를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따를 수밖에 없다. 일단 미국 압박에도 화웨이를 5G 사업자에서 제외하지 않기로 했다며, 연방통신청은 추가 보안 요구 사항과 모든 옵션을 공개한 전체 통신장비 공급업체를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통신업체들이 제기한 불만과 정치화된 절차로 5G는 앞으로도 독일에서 오랫동안 미래 이야기로 남을 것인가. 이 모든 상황이 독일 디지털산업 입지를 더욱 퇴행하게 할 것인가.

   
▲ 독일의 5G 주파수 경매에 참여한 통신사들은 경매를 앞두고 네트워크 타워 구축 등 시골 지역의 비싼 인프라 건설 책임까지 통신사에 떠안긴 것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REUTERS

“산업 분야 5G 빠르게 도입될 것”
뒤스부르크에센대학 기술기획 전문가 토르슈텐 게르포트 교수는 최소한 각 분야의 발전이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독일 산업 분야에서는 5G가 빠르게 도입될 것이다.” 그와 반대로 소비자 시장은 2020년 중반에야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파수 비용과 조건을 놓고 이동통신업체의 불만은 과장됐다는 것이 게르포트 교수의 생각이다. “현재 독일 이동통신 분야 매출액은 연간 250억유로에 이른다. 20년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통신사는 그중 불과 1%를 주파수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들을 전혀 동정하지 않는다.”

요헨 호만도 차분하게 마인츠곤젠하임의 경매 절차를 진행 중이다. 부처에서 차관급으로 4개 청장을 역임한 그의 이번 경매는 임기 중 마지막 경매가 될 것이다. “우리가 모든 면에서 그렇게 공격받는다면 일을 제대로 한 것이 틀림없다.” 2015년 경매에서는 180번 입찰이 진행됐다. 1회 입찰에 최대 1시간이 소요됐다. “안전을 위해, 마인츠곤젠하임의 인공 무선 음영 지역을 한동안 유지할 수도 있다.”

* 2019년 6월호 종이잡지 48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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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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