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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알짜기업 매각 안달 뚜렷한 이유 없어 특혜 우려
[ISSUE] 프랑스 공기업 민영화 논란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크리스티앙 샤바누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앙 샤바누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 내부의 승객 셀프 체크인 기기. 프랑스 공항들은 민영화 논란에 휩싸인 프랑스공항공단(ADP)이 운영한다. REUTERS

프랑스 정부 방침은 단호하다. 파리공항공단(ADP), 프랑스복권공사(FDJ), 엔지(Engie·옛 가스공사)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 이유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경제 이유를 들기에는 현재 세 기업 실적이 너무 좋다. 정부에 이익만 가져다줄 뿐 손해 볼 일이 없다. 국가 재정 이유로 민영화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어차피 민영화 수익을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재원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일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2019년 2월 상원에서는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법안이 찬성 78표, 반대 246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전례 없는 좌우합작 결과였다.

결국 정부 민영화 계획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그나마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대통령 의지에 손을 들어준 덕분에 3월 중순 민영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브루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민영화 계획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지만, 민영화 필요성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

황금알 낳는 거위
프랑스 정부는 공항공단 자본의 50.63%와 투표권의 58.4%를 보유하고 있다. 복권공사 지분은 72%에 이른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는 공기업 전체 지분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재 엔지 자본의 24.1%와 투표권의 28.1%만 보유할 뿐이다. 다만, 이른바 ‘플로랑주법’(2014년 미탈사가 프랑스의 플로랑주 제철소를 폐쇄하고 노동자 600여 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하자, 당시 프랑스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여러 안전장치를 담아 통과시킨 법 -편집자)에 따라 정부의 실제 투표권은 34.8%에 이른다. 2년 이상 지위를 유지한 주주는 이중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을 위반하지는 않은 셈이다.

수익을 올리는 기업의 다른 주주처럼 정부도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엔지는 정부에 연간 5억유로(약 6천억원) 정도 주주 배당금을 지급한다. 정부에 지급하는 공항공단 배당금은 평균 1억2천만~1억3천만유로(2018년에는 1억7천만유로), 복권공사 배당금은 약 1억유로다. 세 기업의 배당금을 합치면 연간 7억~8억유로에 이른다. 배당금 외에 세금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각종 복권에 매기는 세금으로 정부는 30억유로 이상을 벌어들인다.

상황이 이러니 이들 기업을 민영화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재정경제부 장관은 민영화로 150억~190억유로의 수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50억유로는 부채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민영화 수익은 세입으로 잡히지 않아 재정 적자 감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려 2조3천억유로(약 3천조원)가 넘는 공공부채 가운데 고작 50억유로를 갚는다고 부채 감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부채 상환 이외에는 모두 금융시장에 투자될 예정이다. 연간 기대수익 2억5천만유로는 혁신기금에 투입될 것이다. 고작 2억5천만유로를 회수하려고 매년 7억~8억유로를 벌어주는 ‘황금알 낳는 거위’를 버리는 것은 굳이 수학과 출신이 아닌 사람에게도 이상한 행동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혁신기금이라니! 프랑스는 ‘융커 플랜’(2015년 경기 부양을 위해 유로존 각국이 3150억유로를 투자하기로 결정 -편집자)의 가장 큰 수혜자다. 수십억유로를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공공투자은행과 예금보험공사의 수많은 기금까지 생각하면 프랑스 기업이 혁신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민영화의 진정한 이유가 혹시 다른 데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다. 예컨대 ‘몇몇 민간 기업인 친구의 주머니를 채워주려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 말이다. 이번 민영화는 과거 도로공사 민영화 추진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이 점을 봐도 민영화의 진정한 이유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다.

파리공항공단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 지분 인수를 희망하는 민간 투자자는 80억~90억유로를 내야 한다. 투자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초기 투자액의 신속한 회수일 것이다. 이를 위해 투자자는 공항시설 사용료를 올리고 일부 부문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과정을 밟는다. 경쟁을 격화하고 기존 기업들 피해를 불러오는 일이다. 그 결과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항공단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공기업임을 고려할 때, 공항공단 민영화가 불러올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전세계 공항공사의 86%는 공기업이다. 서비스 평가 상위 6개 공항 가운데 5곳이 공기업이다. 공항공단은 2018년 세계 1위 공항기업이 됐다. 항공운송 발전 전망은 공급 능력을 웃돈다. 공항공단이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도 엄청날 것이다. 게다가 공항공단은 현재 유럽에서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넓은 땅을 갖고 있다. 공급 능력을 확대할 여력이 충분하다.

   
▲ 프랑스 가스·에너지 공기업인 엔지의 기술자가 풍력발전기 터빈을 조사하기 위해 발전기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REUTERS

‘특혜’의 다른 이름
정부는 인수자에게 투자, 가격, 서비스 질 등 여러 측면에서 엄격한 인수 조건을 강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엄격한 인수 조건을 내걸 만큼 우려되는 점이 많다면 왜 정부가 주주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공항공단 민영화로 이득을 볼까? 첫 번째로 예상되는 수혜자는 빈치그룹(공항·철도·도로 등 사회기반시설과 발전소 등 에너지시설을 운영·건설하는 대형 건설그룹 -편집자)이다. 빈치는 이미 공항공단 지분 8%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도로공사 지분 일부를 갖고 있다가 비슷한 방식으로 이득을 본 경험도 있다. 이 상황을 두고 말이 너무 많이 나오니 정부는 외국 투자자에게도 경쟁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라도 알려야 했다.

민영화법에 따르면, 정부는 공항공단 운영을 70년 동안 민간기업에 넘긴 뒤 다시 ‘회수’하게 된다. 그런데 보통 회수란 ‘자산 인수’를 뜻한다. <미디어파트> 마틴 오랑주 기자는 “정부가 공항공단 양도 때문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며 “정부는 언제나 돈이 없기 때문에 인수보다는 양도를 선택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했다. 결국 어떻게 포장하든 민간기업에 공항공단을 영구 양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오랑주 기자에 따르면, 공항공단 민영화 계획에서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선 때 선거자금 조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 여럿 연루됐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복권공사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러나 민영화의 위험은 공항공단만큼이나 크다. 복권공사는 복권 판매와 운영 부문에서 세계 4위이자 유럽 2위 기업이다. 민영화 1단계는 증시 상장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대중주주제’를 발전시키고 잠재적 인수자를 좀더 광범위한 혼돈 속에 빠뜨리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상장 때 복권공사 시가총액은 약 30억유로에 이른다. 정부 지분은 72%에서 25~35%로 줄어들겠지만, 이중투표권 규칙 덕분에 의결권은 과반이 될 것이다.

   
▲ 프랑스복권공사(FDJ)가 운영하는 복권판매소에서 손님이 유럽에서 당첨금이 가장 많은 로또 방식의 유로밀리언스 복권에 숫자를 표시하고 있다. REUTERS

세수와 고용
정부가 복권공사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복권은 돈세탁, 도박 중독, 사기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자가 수익 전망이 있을 때만 복권공사에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된다. 하나는 복권 구매 기대수익률을 높여 구매자가 더 많은 돈을 걸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복권 중독 위험이 커진다. 다른 하나는 복권 판매에 부과하는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복권공사 수익 증가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부 세수는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수입과 규칙 통제력을 유지하면서 완만하게 민영화를 시작하고 이후 세금을 줄여주면 민간 투자자는 엄청난 이윤을 챙기게 된다는 게 문제다.

엔지 민영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치열하지 않다. 정부가 이미 상당한 엔지 지분을 팔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직원 15만4천 명의 운명이 달린 일이다. 엔지 민영화는 직원 9천 명의 공항공단과 2천 명의 복권공사 민영화보다 더 민감한 문제다.

또 정부가 공기업 통제권을 3분의 1 이상 유지하도록 강제한 법이 폐지되면, ‘기업의 전환과 성장을 위한 행동계획법’ 때문에 가스망 운영 공기업 ‘GRTgaz’의 자본공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프랑스 전역의 가스망 인프라가 민간기업 손에 넘어간다. 수도시설 인프라의 민영화로 어떤 일이 생겼는가? 투자는 줄었고, 가격은 올랐다. 더구나 프랑스전력공사와 마찬가지로 엔지와 공항공단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교통과 에너지 부문의 메이저 기업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해가 갈수록 민간부문이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적 과제다.

이제 의회를 통과한 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공익성이 높은 서비스는 반드시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인 콩세유데타는 결정문에서 공항공단이 지역 독점기업으로 보베 공항과 경쟁한다고 명시했다. 어떤 이들은 남미의 몇몇 도시를 가려면 파리를 경유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사회당의 올리비에 자켕 상원의원은 논거가 약하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자켕 의원은 대안으로 민간 운영자와 다수 지자체를 결합한 민영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모두 동의를 얻는 것은 쉽지 않으며 계획 자체도 복잡하다. 그는 “이번 민영화는 대처주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잘나가는 공기업이라도 일단 민영화하고 보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들 세 기업 민영화의 적절한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다. 세 기업 대표들은 민영화에 적극적으로 찬성할 것이다. 재정경제부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공익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한 가지 이유만 남는다. 이윤 원천을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민간에 배분하는 것이다.

* 2019년 6월호 종이잡지 79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4월호(제389호)
A qui profitent les privatisation?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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