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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가 즐겨 찼던 롤렉스 시계
[김미영의 브랜드읽어주는 여자]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김미영 kimmy@hani.co.kr

김미영 부편집장

   
▲ 롤렉스 창립자인 한스 빌스도르프. 1926년 출시한 최초의 방수·방진 손목시계인 오이스터.

쿠바 혁명가이자 통치자였던 피델 카스트로는 한 손에 시계 2개를 차는 차림새로 1960년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공산주의 혁명을 이끈 주인공이 하필 고가의 롤렉스 시계를 착용한다는 사실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현재까지 그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게릴라 출신답게 예비용으로 찼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 롤렉스 시계 가격은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데, 지금까지도 정확성과 내구성, 방수에서 최고로 인정받는다. 실제 롤렉스는 최초 방수 케이스, 최초 자동태엽, 데이트저스트 기능, 스톱워치 기능 등 400여 건의 특허기술을 갖고 있다.

탁월한 비전과 도전정신 소유자
롤렉스 역사는 19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스 빌스도르프가 알프레드 데이비스와 함께 손목시계 유통업체인 ‘빌스토르프&데이비스’를 설립해 1908년부터 롤렉스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한 것이 시초다. ‘오직 기술로만 승부한다’ ‘독창성과 탁월한 품질의 상징이어야 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최초 방수시계, 최초 자동태엽 시계, 최초 날짜·요일 표시 시계 등 다양한 최초 시계를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1910년 손목시계 역사상 최초로 스위스 비엔에 있는 스위스 공식 시계 등급 인증센터의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을 획득했고, 1914년에는 손목시계로는 최초로 권위 있는 영국 큐 천문대의 ‘A등급’ 크로노미터 인증서를 받았다.

롤렉스 창립자인 한스 빌스도르프는 1881년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났다. 12살에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된 그는 19살이던 1900년 스위스 라쇼드퐁에 있는 무역회사에 취업했다. 당시 라쇼드퐁은 시계 산업 중심지로 그가 취업한 무역회사도 상당히 많은 시계를 전세계에 유통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쌓은 시계 제조와 유통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롤렉스 브랜드 론칭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금은 일상화됐지만 1905년에는 손목시계라는 개념조차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당시 24살 한스 빌스도르프는 “영국처럼 스포츠가 대중화된 국가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확신을 갖고, 시장을 지배했던 회중시계만큼 견고하고 신뢰가 높은 손목시계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때만 해도 손목시계는 여성을 위한 주얼리로 인식돼 조롱의 대상이었고, 성공 가능성도 회의적이었다. 무엇보다 회중시계보다 작은 케이스 안에 회중시계만큼 정밀한 무브먼트(Movement·시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내부 장치)를 탑재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한스 빌스도르프는 정확하고 방수가 되며 견고하고 믿을 수 있는 손목시계가 남녀 모두에게 일상용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결단력이 있었기에 손목시계의 전세계 대중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1914년 그는 편지에서 “우리는 최초로 기록되고 싶습니다. (중략) 롤렉스 시계는 세계 유일의, 최고의 시계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썼다. 손목시계를 향한 그의 확고한 의지와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롤렉스 제공

‘롤렉스’와 세계 최초 방수 손목시계
1908년부터 사용한 ‘Rolex’라는 이름은 한스 빌스도르프의 탁월한 선견지명 덕분에 탄생했다. 이름을 짓기 위해 그는 최대 5자 정도로 짧을 것, 어떤 언어로든 발음하기 쉬울 것, 듣기 좋은 발음일 것, 기억하기 쉬울 것, 시계의 다이얼과 무브먼트에 아름답게 각인될 것 등 다섯 가지 기준을 내세웠다. 신조어인 ‘Rolex’는 여기에 적합한 이름이었다.

한스 빌스도르프는 1919년 빌스도르프&데이비스사에서 독립해 영국을 떠나 스위스 제네바로 건너왔고, 이듬해 롤렉스를 창립했다. 이후 그는 품질 못지않게 실용성을 중시한 다양한 기능을 지닌 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1926년 최초 방수·방진 손목시계인 오이스터를 출시했다. 오이스터는 베젤, 케이스 백, 와인딩 크라운을 케이스에 스크류-다운 방식으로 고정하는 롤렉스의 특허 시스템을 사용해 철저한 방수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케이스 안에 내장된 무브먼트를 최적의 상태로 보호할 수 있었다. 실제 1927년 젊은 영국 여성인 메스세데스 글릿즈가 영불해협을 헤엄쳤을 때 오이스터 시계를 착용하고 10시간 이상 수영했는데도 완벽하게 작동했다.

매일 크라운을 풀어 손으로 손목시계 태엽을 감아야 하는 한, 시계 방수성과 정확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한스 빌스도르프는 오이스터의 오토매틱 메커니즘 개발에 매진해 1931년 롤렉스는 퍼페추얼 로터라는 이름의 영구 회전자를 장착해 오토매틱 와인딩 시스템을 갖춘 최초의 자동 태엽 손목시계를 개발했다. 회전자가 중심축을 기준으로 양방향을 자유롭게 회전하는 시스템이어서, 손목 움직임만으로도 지속적으로 태엽이 감겨 무브먼트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퍼페추얼 로터가 등장함으로써 시계 기술의 새로운 장이 열렸고, 시계 사용자는 태엽을 매일 감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났다.

1950년대부터 롤렉스는 스포츠계 유명 인사를 활용해 극한 외부 환경에서 롤렉스 시계의 성능을 테스트하며 제품 우수성을 알렸다. 1953년 산악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텐징 노르게이’는 롤렉스 시계를 착용하고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성공했다. 롤렉스는 이를 기념해 ‘오이스터 퍼페추얼 익스플로러’를 출시했다. 1955년 롤렉스는 대륙 간 여행이 잦은 파일럿을 위해 3개 시간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GMT-마스터’를 선보였고, 1967년에는 수심 610m까지 방수 기능이 가능한 ‘오이스터 퍼페추얼 시드웰러’를 출시했다.

1960년 한스 빌스도르프가 78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음에도 롤렉스 시계가 명성을 유지하는 배경은, 롤렉스 소유권을 한스 빌스도르프 재단이 보유하여 외부 영향에 구애받지 않고 그의 기업과 정신·비전을 계승할 수 있는 기틀을 세웠기 때문이다. 현재 롤렉스는 첨단설비가 갖춰진 스위스 공장 4곳에서 직원 6천여 명이 전통과 품격, 기술이 어우러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 ‘94학번’으로 1990년대 중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추구하던 동시대의 문화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추구하던 ‘X세대’ 문화를 직접 겪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처럼 신세대의 마음가짐으로 젊고, 멋스럽게 나이 들기를 바란다. 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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