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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자극하고 취향을 저격하라
[세계는 지금] 인도 시장 공략법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장진영 winsum@kotra.or.kr

장진영 KOTRA 인도 뭄바이무역관 차장
 

   
▲ 리복은 인도에서 ‘운동할 때만 신는 운동화’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일상에서 신는 운동화라는 ‘캐주얼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제시해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인도는 세계 3위 소비 대국이다. 2025년에는 소비시장 규모가 4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기준 세계 2위인 동시에 중산층과 청년층이 다수를 차지해 성장 잠재력은 상상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밋빛 성장 전망과 숫자에 현혹돼 현지 사정도 잘 모른 채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제품이 인도에서도 잘 팔릴 것이라 믿으며 무모한 열정만으로 진출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없어서 못 팔 만큼 성공한 D사 무선 청소기는 인도에서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다. 값비싼 무선 청소기를 살 여력이 있는 인도 중산층 가정에는 대개 청소하는 가정부가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빗자루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식기세척기도 찾기 어렵고, 주방에서 꼭 필요한 고무장갑도 종류가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유한 사모님이 직접 쓰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큰 관심이 없다”고 설명한다.

뭄바이무역관 주선으로 비즈니스 상담회에 참가한 현지 유력 바이어로부터 “이번에 상담한 기업은 인도 시장을 더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람 사는 곳이 비슷해 보이지만 소비 욕구와 취향에 차이가 있어 외국 마케팅은 어려운 법이다. 인도는 특히 더 까다롭다.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다. 인도 시장에서 성공한 글로벌 기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시장 선점과 대량생산 한계 극복한 바타와 리복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고온다습한 기후 탓에 인도인은 슬리퍼나 샌들을 선호한다. 3개월간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몬순 시기에는 아무래도 구두와 양말 차림이 불편하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힌두사원에 들어갈 때도 슬리퍼가 편하다.

인도 사람이 원래부터 슬리퍼나 샌들을 신었던 것은 아니다. 군화를 만들어 대량 납품 사업을 하던 토마스 바타는 제1차 세계대전 무렵 인도에 처음 왔을 때 맨발로 다니는 수많은 인도인을 보고 성공을 직감했다. 1932년 인도 콜카타 근처에 바타(Bata) 매장을 열어 샌들을 팔기 시작했다. 인도 국민이 애용하는 브랜드 바타는 인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신발 회사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이지만, 바타를 현지 기업으로 생각하는 인도인도 많다.

바타 성공 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경쟁 신발업체는 하나같이 슬리퍼나 샌들 제작에 뛰어들었다.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어 수요 창출이 어려워질 무렵 운동화에 대한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성공한 기업이 등장했다.

리복(Reebok)은 ‘운동할 때만 신는 운동화’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일상에서 신는 운동화라는 ‘캐주얼 라이프 스타일’을 새롭게 제시했다.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 판매에 주력해 슬리퍼만 신던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리복은 현재 인도에 진출한 스포츠 신발 브랜드 중 가장 인기 있는 상표다. 시장점유율이 46%에 이른다. 인도는 리복 브랜드 가치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뛰어넘는 유일한 국가다.

현지화 전략 성공한 네슬레와 켈로그
인도 국민 간식은 뭐니 뭐니 해도 마기(Maggi)라면이다. 국물 없이 면을 위주로 먹는 우리나라 비빔면과 비슷하다. ‘마기’는 19세기 스위스에서 인스턴트 수프와 누들 회사를 운영하던 창업자 율리우스 마기 이름에서 따왔다. 이후 1947년 네슬레에 인수됐고, 네슬레는 1983년 마기라면을 인도에서 팔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도 남쪽 시골마을부터 북쪽 히말라야 정상까지 마기라면을 맛볼 수 있지만, 진출 초기에는 인도 전통 식단에 밀려 고전했다. 인도인에게 즉석식품은 외국 여행을 갈 때 챙기는 품목이라는 인식이 있어, 일상생활에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는 식사 대용 제품은 생소했기 때문이다.

네슬레는 애초 일하는 여성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해 판매를 시작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재빨리 핵심 고객을 어린이로 바꿔 방과 후 귀가한 학생이 저녁 식사 전 간식 대용으로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수요가 늘어났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인 입맛을 철저하게 분석해 인도 향신료인 마살라의 풍미를 살린 수프 개발에 공들인 점도 마기라면이 국민 간식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위기도 있었다. 마기라면 수프에 납 성분이 많이 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2015년에 판매가 중단됐다. 그 즉시 네슬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제품 3만8천t 분량 모두를 즉시 회수해 폐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함유된 납 성분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점을 알리며 인도 법원에 신속하게 법적 분쟁 해결 조처를 했다. 이후 어릴 때 먹던 바로 그 맛이라는 향수를 자극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시리즈로 내보내면서 2018년부터 전성기의 80~90% 수준까지 매출을 회복했다.

이와 유사한 성공 사례로 아침 식사 습관을 시리얼과 우유로 바꾼 켈로그를 들 수 있다. 켈로그는 1994년 인도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판매를 시작했지만, 도통 관심을 받지 못했다. 높은 가격이 원인이라고 분석한 켈로그는 신속하게 1인분용 소형 포장을 개발해 제품 단가를 낮췄다. 아울러 현지에서 선호하는 망고와 바나나 향을 새롭게 추가했다. 철분 보충 제품 이름도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힌디어로 힘을 뜻하는 ‘샤크티’(Shakti)로 지어 출시했다. 그 결과 아침 식사용 시리얼 수요가 늘어났다. 이에 자극받은 네슬레는 따뜻한 우유에서도 바삭한 식감을 내는 네스플러스(Nesplus)를 출시했고, 펩시콜라는 새롭게 시리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도에서는 채식을 빼놓고 음식 문화를 말하기 어렵다. 육류 섭취를 금기하는 힌두교 영향으로 채식주의자 천국처럼 인식되지만, 세계 1위 우유와 버터 생산국이자 세계 3위 달걀 생산국이기도 하다. 이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건강 등의 이유로 채식하는 서양 사람과 달리, 인도인은 종교 관점에서 채식하며 신성한 소에서 나오는 우유와 버터를 즐겨 먹는다. 육류 섭취는 안 하지만 달걀은 먹는 채식주의자(eggtarian)도 늘고 있다. 인도에서 15살 이상 인구의 71%가 비채식주의자라는 통계 자료도 있다.

고객 맞춤형 화장법과 제품 추천 비결
현지에서 지내다보면 인도인은 음식보다 화장품을 고를 때 더 엄격해 보인다. 채식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화장품을 살 때, 동물성 성분 유무를 꼼꼼히 체크하기 때문이다. 동물성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 수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인도인 사이에 천연 성분 화장품 선호도가 매우 높다. 외국 기업이 진입하기 가장 어려운 시장 가운데 하나가 화장품 시장인 이유다.

화장품은 필요해서 사는 생필품이 아니다.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느끼면 가격이 비싸도 산다. 운이 따라줘 유행하면 히트 상품이 되고, 여기에 취향까지 파악해 반복 구매가 이어진다면 평생 가는 대박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인도 화장품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다. 2022년에는 시장 규모가 170억달러로 예상되며, 2025년에는 세계 5위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인도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화장품 전용 온라인몰 매출이 많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 온라인 유통의 빅2(아마존, 플립카트)가 온라인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과점 경쟁 속에서 퍼플닷컴(Purple.com), 나이카(Nykaa) 등 화장품 전문 온라인 매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된 인기 비결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피부톤을 고려한 화장법 등 고객 취향에 맞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추천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 최초 화장품 전용 온라인몰인 ‘퍼플닷컴’을 처음 방문하면 미용도우미(Beauty Assistant) 기능을 통해 자신의 피부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안내받을 수 있다. 나이카의 경우 화장품 리뷰, 고객 조언 등 정보가 풍부한 파워 블로거의 조언과 고객의 반복 구매에서 얻는 데이터를 활용한 제품 개발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판매 방식은 화장 정보가 별로 없거나 화장에 미숙한 젊은 여성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철저히 분석하고 현지 취향 공략해야
‘작은 인도가 수없이 많다’거나 ‘천의 얼굴을 지녔다’는 말에서 보듯, 다양성은 인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종교, 생활 습관, 문화적 배경 등을 면밀히 분석해 철저하게 현지화하지 않는다면 백전백패할 가능성이 많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한국 기업의 성공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도에서 가정부가 청소와 주방은 맡지만 손빨래는 하지 않는 점에 주목해 반자동 세탁기를 개발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LG전자에서 모기가 많은 현지 환경을 반영해 에어컨에 모기 퇴치 기능을 적용한 ‘모스키토 어웨이 에어컨’을 출시해 큰 인기를 얻었다.

쥐덫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쥐약이었다. 쥐를 잡는다는 생각에만 빠져 있던 한 회사는 경쟁자만 바라보는 대신 쥐덫으로 잡은 쥐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고민하는 고객의 입장을 생각했다. 관점을 바꿨더니 쥐약이라는 답이 보였다.

인도 안에서, 인도인 관점에서, 그들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욕망과 취향을 찾아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우리 기업의 성공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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