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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세계의 창 브렉시트 불확실성]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김흥종 hckim@kiep.go.kr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9년 4월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를 마치고 연기자회견에서 “EU 27개국과 영국이 올해 10월31일까지 브렉시트 연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모두가 놀라고 있다. 2016년 6월23일 영국 국민이 국민투표를 거쳐 호기롭게 결정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아직도 실현되지 않은 것을. 2019년 5월23일 시작하는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이 다시 참여한 것은 차라리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지난 3년 동안 전세계인은 영국과 EU의 지지부진한 협상에 넌더리를 냈다. 하지만 간신히 합의안을 도출한 2018년 11월25일 이후 영국의회가 보여준 심각한 결정 장애는 인내심의 한도를 넘겨버렸다. 영국 하원은 세 차례 합의안을 부결했고, 메이 총리 불신임안도 두 번이나 제출됐으나 부결됐다.

브렉시트와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도 부결의 칼날을 면하지 못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통과한 안건은 ‘노딜 브렉시트는 없다’는 막연한 선언뿐이다. 민주주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던 영국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극에 달한 브렉시트 피로
브렉시트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수습할 수 없는 자학적 일탈행위’라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브렉시트는 ‘남에게도 불확실성과 짜증, 피해를 주는 황당한 사건’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영국은 일방적으로 EU를 나가겠다고 선언했고, EU는 아쉽지만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영국은 나간다고 여러 차례 엄포를 놓으면서 나가지 않고 문간에 서서 머뭇거려 모두의 피곤한 시선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브렉시트 피로’(Brexit Fatigue)가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한은 2019년 10월31일이지만 유럽의회 선거가 끝나고 의회의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는 6월에 또 한 번 정세는 출렁일 것이다.

도대체 영국 하원은 어떤 상황이기에 이렇게 아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일까. 전체 650석 중에서 313석을 가진 보수당에는 제이콥 리스모그 의원이 대표하는 경제연구그룹(ERG)을 포함한 브렉시트 강경파가 110여 명 포진해 있다. 보수당과 정책연합을 하는 북아일랜드 지역정당인 민주연합당(DUP) 10명도 강경 브렉시트파다. 이들은 노딜 브렉시트를 오히려 반기고 있다. 다른 보수당 의원 200여 명은 대다수 소프트 브렉시트 찬성파이며, 소수의 브렉시트 반대파가 있다.

246명이 포진한 노동당은 브렉시트 반대파가 대다수며 일부 브렉시트 찬성파가 있다. 그 외 소수정당은 대체로 브렉시트에 반대하거나 제2국민투표를 지지한다. 이런 어정쩡한 구성으로 브렉시트 철회, 제2국민투표, 합의안, 노딜 브렉시트, 재선거 등 어느 안건도 과반수를 얻지 못하고 모두 부결된 것이다.

그러면 브렉시트는 왜 일어났을까. 불평등 확대로 불만이 누적된 영국 중·하층 계급이 세계화를 거부한 상징적인 사건인가. 사실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시작한 영국은 지금 유럽에서 높은 불평등도를 보이는 나라다(영국은 2017년 기준 유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리투아니아를 제외하고 지니계수가 가장 높다). 게다가 영국민은 2004년과 2007년 EU 확대로 중부유럽 국민이 대거 유입하면서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로 영국에서 외국인혐오증이 더 심해졌다. 브렉시트로 이민통제권을 찾아와야 한다는 브렉시트 찬성파 주장이 널리 확산된 배경이다.

그러나 국민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브렉시트 지지 지역이 반드시 외국인이 많거나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곳이 아니다. 잉글랜드 남부에서 브렉시트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것은 영국에 널리 퍼진 외국인혐오증과 대영제국 유산인 영국우선주의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 브렉시트를 추진한 상류층은 브렉시트를 기회로 항상 ‘발목을 잡아온 EU’를 벗어나 세계화된 영국을 지향한다. 세계화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인 것이다. 국민투표로 몰아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를 비롯한 보수당 주류는 영국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폐쇄적인 집단이다. 브렉시트를 지지한 많은 정치지도자도 과거 영국 식민지의 성장 배경을 갖고 있다. 2010년 집권한 캐머런 정부는 당시 세를 얻은 영국독립당(UKIP) 지지 기반을 잠식하고 내부 도전자를 제어하기 위해 무리하게 국민투표를 추진했다. 정당의 이해에 따라 국가 미래를 위태롭게 몰아간 대표적인 사례가 브렉시트다.

한국, 충격 최소화하는 대응 필요
문제는 앞으로 시간을 주어도 쟁점이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브렉시트를 전제한 상태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북아일랜드 국경 통제를 할 수밖에 없다. 이는 1998년 맺은 벨파스트 협정(북아일랜드 신·구교도 유혈분쟁을 종식한 협정)을 위태롭게 하고 경제공동체를 유지해온 아일랜드섬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다. 회색지대가 존재하지 않는 사안에도 브렉시트는 중간적 합의를 종용하는 형국이다. 2019년 지도부가 모두 바뀌는 대전환기에 EU는 브렉시트라는 험난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한국으로선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더 이상 영국과 무역에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우리는 브렉시트 영향을 잘 살펴 피해가 나지 않도록 지원하고, 되도록 특혜무역협정을 유지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유럽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일탈행위가 이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곱씹어보고 한국 사회의 도전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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