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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때린 놈이 누구야?”
[Editor's Letter]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2013년 봄이었습니다. <한겨레> 디지털부문 팀장으로 일할 때였습니다. 한 대기업 임원과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임원은 점심 내내 시무룩한 표정이었습니다. “어제 많이 달리셨나보죠?”라는 제 농담에도 그냥 미소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임원이 화장실에 갔을 때, 같이 온 그 회사 부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임원이 해고 통보를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오늘 점심을 미루자고 했는데,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해서….”

며칠 뒤 해고 이유를 간접적으로 들었습니다. 디지털부문에서 올린 칼럼 때문에 해고됐다는 얘기였습니다. 당시 <한겨레> 토요판에는 ‘표창원의 죄와 벌’이 연재되고 있었습니다. 경찰대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희대의 살인마뿐만 아니라 정치·경제·권력기관 ‘범죄자’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그들이 벌인 범죄행위를 분석하는 칼럼이었습니다.

2013년 4월5일 금요일 저녁 늦게 ‘디지털 한겨레’에 올라간 칼럼의 제목은 표창원 의원이 쓴 ‘내 아들 때린 놈이 누구야’였습니다. 재벌 회장이 벌인 그 유명한 2007년 ‘북창동 사건’을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그 대기업 ‘회장 사모님’이 칼럼을 보고 아들 얘기가 나오는데도 홍보실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질책했다고 합니다. 임원은 그날 토요일 기자를 상대로 접대 골프를 치고 있어 그 내용을 볼 수 없었습니다.

현재 대기업집단 자산 7위 재벌 ‘오너가의 아드님 사랑’을 보여준 코미디였습니다. 그런데 그 코미디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자식을 너무나 사랑하는 ‘회장님’이 많아,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합니다. 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아들이 물려받고 손자가 대물릴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논란거리인 상속세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구는 절세라고 하지만, 탈세 성격이 다분합니다.

상속세를 안 내는 방식은 평범한 사람도 잘 알 정도입니다. 먼저 계열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줍니다. 우리가 잘 아는 SDS, 글로비스, C&C, S&C로 끝나는 기업이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지주사로 전환하거나 자사주를 사들입니다. 기업 돈으로 자사주를 사고 지주사로 분리하면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집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율이 10.15%였습니다. 지주사로 전환한 뒤 지분율은 25.8%로 높아졌고, 지분이 전혀 없던 아들 정기선 부사장은 5.01% 지분이 생겼습니다.

“내 아들 때린 놈이 누구야?”라며 행패를 부린 대기업 오너의 아드님 사랑은 이처럼 ‘블랙코미디’로 이어집니다. 씁쓸한 코미디를 계속 봐야 하는 걸까요?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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