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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전문가는 8시 뉴스를 어떻게 볼까?”
[경제와 책]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신현호 hyunhos@gmail.com
     
     

 <나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

신현호 지음|한겨레출판 펴냄|1만5800원

신현호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기획협력팀장

 
  

많은 직장인이 출근길에 스포츠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거나,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률을 확인한다. 뉴스에서 나오는 멋진 골 장면이나 결승타를 볼 때면 지옥철 안에서 짜릿한 황홀함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데 데이터 전문가는 이런 경기에서 전혀 엉뚱한 황홀감에 빠진다. 승부의 쐐기를 결정짓는 그 순간, 심장마비 발생률과 그날 주가 데이터로 요동치는 변동곡선을 떠올린다.
데이터 전문가는 팩트 하나를 세밀하게 해부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다양하게 조합하여 복잡한 세상의 작동 방식을 읽어낸다. 사소하게는 집에 책을 몇 권이나 갖고 있는 게 적절한지부터 가격표에 속지 않고 물건을 사는 방법뿐 아니라, 정치인을 잘 선택하는 법이나 사회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적인 정책 같은 거대한 문제도 데이터만 제대로 읽으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은 어떤 데이터를 선택하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매일 보는 8시 뉴스는 뉴스를 만드는 생산자가 이처럼 수많은 데이터를 조합한 결과물이다.
<나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는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25가지 사례의 데이터를 파헤치면서, 우리 경험에 숨어 있는 오류와 편견을 보여준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최대 논쟁거리인 인공지능 설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약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앞에 갑자기 두 명이 뛰어들었다고 하자. 자율주행차는 핸들을 돌려 인도에 서 있는 한 명을 희생시켜야 할까, 아니면 그대로 직진해 이 두 명을 희생시켜야 할까? 4천만 명의 응답을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아이, 성인 여성, 성인 남성 순으로 목숨을 가치 있게 여긴다고 나타난다. 
데이터에서는 사람들이 노숙자와 범죄자, 심지어 뚱뚱한 사람을 등급이 낮은 목숨으로 여긴다는 것도 함께 보여준다. 국가별로도 가치 있는 목숨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랐다. 프랑스·영국·미국에서는 두 명을 구하기 위해 한 명을 희생시키려는 성향이 강했지만, 반대로 한국·중국·일본에서는 이에 강하게 저항했다. 
이제 무인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자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설문조사대로 여성과 아이의 생명에 가중치를 주어야 할까? 노숙자와 비만인의 목숨은 가중치를 낮춰야 할까? 국가별로 다른 판단 기준으로 설계해야 할까? 이처럼 데이터는 복잡 미묘한 인간 심리에서 문화적 패턴을 읽어내고 그것이 일상의 오락거리부터 미래의 핵심 기술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플라스틱 폐기물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데이터에서는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단 9%만 재활용되며,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만약 이 데이터에 ‘사람들은 자기 이름에 정체성을 강하게 부여한다’는 데이터를 결합하면 어떤 결과가 도출될까? 
실제로 자기 이름이 적힌 종이컵 재활용률이 이름을 적지 않은 것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폐기물 데이터와 이름 애착 데이터, 브랜드 가치 데이터를 연결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이터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
데이터는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젠더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데이터에서는 아내를 집 바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를 집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스웨덴을 시작으로 유럽 여러 국가로 확산된 아빠 육아할당제는 아빠에게 육아휴가를 강제로 부여한다. 이를 분석한 데이터는 아빠가 아이 육아에 적극 참여할 경우, 아이의 언어와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성적이 오르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친구 관계도 더 좋아지는 ‘아빠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9%로 OECD 국가 중 5번째로 낮고 남녀 임금 격차는 최대인 한국에서, 이 데이터는 남자의 가사와 육아활동을 강제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젠더 불평등을 교정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양 언론인들은 “그림 한 장은 단어 천 개만큼 가치 있다”는 격언을 자주 인용한다. 이 책에는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그래프가 담겨 있다. 책 분량이 많지 않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주말에 편하게 읽기 좋다. 
 


●인사이트 책꽂이

 
 

 

신뢰 이동
레이첼 보츠먼 지음 |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펴냄 | 1만6천원
이제 우리는 낯선 사람 차에 올라타고 낯선 사람 집에서 머물며 여행도 하고 가상화폐도 쓴다. 신뢰 전환기다. 저자는 전세계 최근 사례를 통해 ‘인간 신뢰’가 분산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변화를 바탕으로 알리바바·에어비앤비·우버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다. 책은 이 변화가 우리 관계와 사업, 삶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제시한다.

 

리테일의 미래

 
 

황지영 지음 | 인플루엔셜 펴냄 | 1만6800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황지영 마케팅 교수는 미국·유럽·아시아의 유통 혁명을 이끄는 10개 리테일 기술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쇼핑비서, 신뢰와 예측을 더하는 소비 빅데이터, 미래형 오프라인 매장과 언택트 리테일, 더 섬세하게 연결되는 옴니채널, AR·VR로 구현한 가상 리테일, 사람이 결제 수단인 캐시리스 리테일, 솔루션을 제공하는 챗봇, 경쟁력을 높이는 초저가 자체 브랜드 등이다.

 

 

AI 슈퍼파워
리카이푸 지음 | 박세정·조성숙 옮김 | 이콘 펴냄 | 1만8천원

 
 

세상은 ‘발견의 시대’에서 ‘실행의 시대’로 바뀌었다. 발견의 시대에선 혁신은 신기술 발견 자체, 즉 천재들의 혁신이었다. 지식의 축적과 팽창을 독점한 국가만이 패권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행의 시대가 되면서 기술 실행이 더 중요하게 됐다. 이런 시대에 새 패권에 가장 다가서는 나라는 어디일까? 이 책은 이 질문의 답을 제시한다.

 

 

 

 

쓸모 있는 경제학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펴냄 | 1만4천원
경제학 분야에서 큰 관심을 끄는 ‘행동경제학’ 분야를 다룬 책이다.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민중의 소리>에서 경제 기자로 활동하는 저자는 최신 경제학 담론을 재미있고 위트 있게 풀어 보여준다. 인간 이성과 합리적인 판단보다 심리와 감성이 실질적으로 경제를 움직인다는 행동경제학에 기초해, 재미있는 심리게임과 이론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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