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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노마드와 느슨한 창업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박중언 economyinsight@hani.co.kr

박중언 부편집장

 

 
▲ 일본 고령자들이 자주 찾는 도쿄 시내 스가모역 부근 절 마당에서 나이 든 주민들이 나무 아령으로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일본에선 60대 이상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헬스클럽이 드물지 않다. REUTERS

돈벌이가 되는 일을 하려고 마음먹은 중장년 퇴직자에겐 재취업과 창업의 두 갈래 선택이 존재한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길이다. 중장년 퇴직자는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작은 재취업을 선호한다. 다수는 이전 직업과 같은 직종을 원한다. 다른 분야에 견줘 여건이 낫고, 만족도도 높다. 하지만 능력 부족이 아니라 고령 때문에 기존 일자리에서 밀려난 터여서 경험이나 경륜을 살릴 만한 다른 직장은 찾기 힘들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최근 조사를 보면, 5060 재취업·창업의 절반 이상이 다른 직종(32.5%)이나 단순노무(24.0%)로 나타났다. 

열악한 여건
재취업을 해도 오래 다니기는 쉽지 않다. ‘5060 일자리 노마드족이 온다’는 제목의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재취업자 평균 재직 기간은 1년6개월 남짓이다. 재취업 횟수가 늘어날수록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은 나빠진다. 중장년, 특히 정년을 넘긴 사람은 계약직으로 여러 곳을 떠돌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인시장에 나와 있는 고령자 일자리 대부분은 급여 수준이 최저임금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아파트 경비나 건물 주차요원이 대표적 사례다. 은행 지점장을 지내고 명예퇴직을 한 K씨는 ‘일단 벌 수 있을 때까지 벌겠다’는 생각에 주차관리 일을 한다. 
창업 상황도 그리 다르지 않다. 중장년 퇴직자 창업은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동일시된다. 5년 이상 버틸 확률이 30%가 채 되지 않는 레드오션이다. 퇴직금 등 노후자금을 쏟아붓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게다가 대다수는 본인과 무급으로 일하는 가족 인건비를 건지기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도 다른 길이 마땅치 않아 대책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중장년이 수두룩하다. 이전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창업 준비 기간이 석 달도 되지 않는 ‘묻지마식 창업’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는 게 단적인 증거다.
창업은 원래 존중받아 마땅하다. 실패와 손실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힘으로 사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고용할 뿐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해 높은 사회 기여도를 인정받는다. 개척 정신이 강한 미국에서는 ‘스몰 비즈니스’를 중요시한다. 스몰 비즈니스 대부분은 2천만 명이 넘는 개인사업자, 우리로 따지면 자영업자다. 직종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전체 취업인구에서 차지하는 자영업자 비율이 우리의 4분의 1인 6%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이웃 일본도 자영업자 비율이 10~1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창업이 환영받고, 창업 실패의 위험 또한 훨씬 낮은 것이다. 
우리의 여건은 이들 나라보다 한층 열악하다. 국민연금은 아직 역사가 짧고 사회안전망은 매우 부실하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도 성과를 내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다. 그런 만큼 중장년 퇴직자에겐 더 현명하고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노동력의 대가
우선 노후자금 상당 부분을 투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은퇴 시기 재무계획의 원칙은 ‘공격이 아니라 방어’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는 판단이 들더라도 노후생활에 필요한 기본 자금은 손대지 말아야 한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지만 대출금리는 언제든 폭등할 수 있으므로 대출 의존도는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 
고정자본이 많이 드는 사업이 아니라면 창업과 재취업 사이의 거리는 멀지 않다. 예를 들어 초기 자본이 어느 정도 드는 작은 편의점의 점주와 점원, 식당 주인과 종업원은 자신의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정도의 인건비 수입을 얻는다. 집이나 공유 사무실, 미니점포 등을 업무 공간으로 쓰는 1인 사업자는 계약으로 일거리를 받는 프리랜서와 처지가 비슷하다. 
정년 이후 재취업 또한 거의 계약직이다. 일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단기 재취업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결국 60살 이후엔 1인 사업자나 프리랜서, 재취업자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고정투자가 적게 들고, 시간의 대부분을 매여 있지 않아도 되는 일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과 서비스
정년을 1년 앞둔 중견기업 K부장은 고궁 문화해설 자원봉사를 5년째 해오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문화관광해설사 모집을 기대하며 준비 중이다. 채용되면 급여가 월 200만원에 조금 못 미치지만 4대 보험이 제공된다. 다만, 자리가 많지 않다. 또 같은 아파트에서 격일 교대근무를 하더라도 경비보다는 전기·시설을 다루는 기전기사의 여건이 낫다.
이처럼 단순노무에 비해 일정한 지식이나 기술이 요구되는 일이 구직과 수입, 노동환경에서 유리하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저서 <1인 1기>에서 노후 준비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좋은 이유로 △생존을 가능하게 하고 △고정자본이 필요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성이 깊어지고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등 7가지를 들었다. 
또 자동화로 인력 수요가 줄어드는 제품 생산보다는 사람 손길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서비스 쪽이 구직 전망이 밝다. 고령화 시대이니만큼 고령자 서비스는 블루오션인 셈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헬스트레이너가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이 든 고객 마음과 몸 상태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운동 지도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한결 마음이 놓인다. 이와 함께 숙박공유, 승차공유 등 공유 서비스는 주택공간과 시간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퇴직자에게 도움이 된다.
SK그룹이 2019년에 도입한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과 같이, 기업이 퇴직 이후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면 재취업과 창업 부담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노후 연착륙’을 돕는다는 취지는 물론 △2년의 휴직 기간 △실패해도 복직 허용 △창업 전후 6개월씩 지원과 사후관리 등 내용도 매우 전향적이다. 정부와 기업, 퇴직을 앞둔 사람이 좀더 사려 깊게 접근한다면 인생 2라운드 취업 기상도는 한결 밝아질 것이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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