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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성장의 양날개 타타와 릴라이언스
[세계는 지금] 인도의 거대 기업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박영선 yspark@kotra.or.kr

박영선 KOTRA 콜카타무역관 관장 

 

 
▲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화 주택으로 꼽히는 인도 뭄바이에 있는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집. REUTERS

인도는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성격을 띠어서 어떠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곳이다. 예를 들어 인도를 ‘힌두교의 나라’라고 흔히 알고 있으나, 실상은 힌두교 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불교·자인교·시크교의 발상지기도 하다. 또 2천 년 전 유대인이 공동체를 구성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조로아스터교가 존재하는 나라다. 인도는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인도 여행자가 흔히 목격하는 광경은 거리의 가난한 사람이다. 이 때문에 인도를 빈민국이라 여기는 경향이 팽배하다. 인구의 약 20%가 빈곤선 아래에 있어 일리 있기는 하지만, 인도에는 상상 이상의 갑부도 아주 많다. 대표 사례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이다. ‘블룸버그 톱25’(2018년 6월)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470억달러(약 53조원)로 세계 7위의 부호다. 2018년 12월 그는 딸 결혼식에 하객을 초청하기 위해 전세기 100대를 동원하는 등 1100억원을 쏟아부었다. 결혼식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 각국 유명 인사가 하객으로 참석했으며, 비욘세가 축하 공연을 한 얘기는 국내 언론에도 널리 보도됐다.
릴라이언스그룹이 기업가정신과 부의 향유를 상징한다면, 인도를 대표하는 타타그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착한 기업의 특징을 보인다. 잠셋지 타타가 150여 년 전에 세운 타타그룹은 그동안 인도의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두 그룹의 상반된 특징은 인도의 다양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착한 기업 vs 자산 과시
타타그룹 창업자는 과거 페르시아에서 넘어온 파르시 후손이다. 페르시아제국에선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가 한때 번성했다. 이후 이슬람 영향을 받으면서 조로아스터교도들이 더는 본토에 머물지 못하고 인도로 이주했다. 조로아스터교도 이민을 달가워하지 않던 인도 왕이 우유가 가득 담긴 잔을 보여주며 이미 인도에는 사람이 넘쳐 외부인이 들어와 정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민자 대표가 우유에 설탕을 넣어 보이며 잔이 넘치지 않게 하면서 맛을 더 낼 수도 있다고 설득해 인도가 이민자들을 받아들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 일화대로 파르시 후손은 타타 같은 국민기업을 만들어 근현대 인도의 산업 발전을 주도했다.
릴라이언스그룹 창업자 디루바이 암바니는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주의 바니아 계층 출신이다. 바니아는 인도 카스트 중 상인 계층에 해당한다. 이 계층의 특징은 자립심과 모험심이 강해 규모가 작더라도 자신만의 사업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니아 계층은 지역경제에 중요한 존재이지만, 환대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돈을 밝히고 고리대금업 등 서민을 갈취하는 일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릴라이언스그룹 성장 과정을 보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며 많은 논란을 낳았다. 현재 무케시 암바니의 동생 아닐 암바니는 인도 정부가 프랑스 전투기 라팔을 사는 과정에서 생긴 대형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
현재 타타와 릴라이언스는 인도에서 자산 총액 1위를 다투지만, 그 역사와 성장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인도가 영국 지배 아래 있을 때 설립된 타타는 잠셋지 시절부터 신사업 분야 진출을 고려할 때는 영국 자본에 대항해 인도인이 자립적으로 산업을 개척한다는 애국심이 크게 작용해왔다. 대표적으로 인도인 자본으로 철강을 생산하려던 잠셋지의 꿈은, 그가 닦아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후계자 도랍 타타가 인도 최초의 제철소인 타타스틸을 설립했다. 타타는 인도 최초의 항공사 에어인디아를 만들었고, 인도 최초의 자체 제작 승용차 인디카(Indica)를 타타모터스에서 출시했다. 타타는 발전소, 석유화학, 정보기술(IT), 호텔 등 수많은 산업 분야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반면 디루바이 암바니가 릴라이언스를 설립할 때 인도는 네루-간디 가문의 사회주의적 폐쇄경제 체제로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을 받던 시기였다. 기업들이 정부가 부여하는 사업 쿼터에 만족할 때 디루바이 암바니는 뛰어난 기업가정신과 정경유착으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릴라이언스를 인도 최대 기업으로 키웠다. 타타의 초창기 목표가 외세 억압하에 있던 인도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면, 릴라이언스의 초기 성장 과정은 인도 정부의 규제와 억압 속에 있던 기업가가 자수성가하는 과정이었다. 

사회공헌 vs 신사업 도전
타타그룹이 릴라이언스를 포함해 어떤 기업과도 차별화된 면모를 보이는 영역은 직원 복지와 사회공헌 활동이다. 타타스틸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하기 훨씬 이전인 1912년 이미 하루 8시간 근무제를 도입했으며, 1920년에는 서방 선진국에서도 없던 유급휴가제를 실시했다. 또 같은 시기에 직원연금제, 산업재해보상제, 모든 직원에게 의료·교육시설 제공, 이윤 공유 보너스 등을 실시했다. 1979년 타타스틸은 직원이 집에서 출발한 순간부터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를 일하는 시간으로 간주해, 이 사이에 사고가 일어나면 회사가 재정적으로 책임지는 제도를 도입했다.  
타타그룹은 인도에서 암을 퇴치하기 위해 타타메모리얼병원을 세우고, 인도 원자력·항공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도과학원도 설립했다. 이처럼 타타그룹은 기업 활동으로 얻는 이윤 대부분을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쏟고 있다. 릴라이언스의 경우 2017~2018 회계연도에 사회공헌 활동으로 약 1.1억달러를 썼다고 ‘인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네트워크’에서 밝혔다.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윤의 2%를 CSR 활동에 지출해야 한다는 인도 정부의 법 규정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타타의 공헌 활동과 대비된다. 
타타그룹 사업이 사회공헌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는 나노자동차 출시다. 1991년부터 타타그룹을 이끈 라탄 타타 회장은 어린아이가 포함된 네 명의 일가족이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한 가족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싼 나노자동차를 출시했다. 초기 판매가 양호했던 나노자동차는 이후 판매가 급감해 현재는 타타자동차에 손실을 끼치는 존재다. 라탄의 뒤를 이어 2012년 그룹회장에 오른 사이러스 미스트리 회장은 재무 환경 개선을 위해 나노자동차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분노한 라탄 전 회장이 이사회를 동원해 미스트리 회장을 해임시키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릴라이언스와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사회공헌보다는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하고 성취한 부를 향유하는 특징을 보인다. 창업자 디루바이는 미래산업은 섬유라고 판단해 폴리에스터, 플라스틱, 정유, 업스트림 석유와 가스까지 시장을 장악했다. 아들 무케시는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것보다 신성장 산업을 새로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어 인포콤(Infocomm)을 만들었다. 현재 릴라이언스의 지오(Jio)는 파격적으로 싼값에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해, 인도 내 수억 명의 무선통신 가입자가 혜택을 받고 있다. 무케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뭄바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화 저택이다. 안틸리아(Antilia)라는 이 빌딩은 높이 160m로 일반 빌딩 60층 규모로, 시가는 20억달러다. 전 타타그룹 회장 라탄은 안틸리아를 두고 가난한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는 인도 부자 사례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르면서도 같은, 타타와 릴라이언스
타타와 릴라이언스의 후계 구도 역시 상반된 특징을 보인다. 타타의 역대 회장은 대부분 타타 가문에서 배출됐으나, 후보자는 오랜 기간 회사에 일하면서 실적과 잠재력을 인정받아야 했다. 더 중요한 점은, 창업자의 비전과 소명 의식을 후대까지 지속하고 발전시킨 것이다. 라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현재 타타그룹 회장은 전문경영인 나타라잔 찬드라세카란이 맡고 있다. 릴라이언스의 경우 창업자 디루바이 암바니가 죽은 뒤, 두 아들 무케시와 아닐 사이에 재산분할 분쟁이 크게 일어나 인도 전체가 들썩였다. 당시 만모한 싱 총리와 치담바람 재무장관까지 나서 사태를 해결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결국 두 형제 어머니가 나서 릴라이언스그룹을 공평히 나눈 뒤에야 분쟁이 해결됐다. 
타타와 릴라이언스라는 두 거대 인도 기업을 비교할 때 또 하나의 관심사는, 어느 기업이 더 성공할 것이냐다. 타타는 150년 동안 인도의 유수 산업 분야를 이끌면서 국민기업으로 성장한 반면, 릴라이언스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사업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분야에 집중해 인도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윤 추구가 목표인 기업이 타타처럼 직원 복지와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타타는 사업 다각화로 그룹 전체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TCS(Tata Consultancy Services)는 아시아 최대 IT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해 타타그룹의 대표기업으로 떠올랐다.
타타와 릴라이언스를 평가할 때 이분법적으로 타타는 좋은 기업, 릴라이언스는 자본주의 병폐를 보여주는 기업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청년(디루바이 암바니)이 도전정신과 불굴의 의지로 어려운 사업 환경을 극복하고 큰 성공을 거둔 일대기를 다룬 영화 <구루>(Guru·2007)의 마지막 장면은, 정부 규제를 어기고 사업을 확장한 주인공이 정부조사단의 심문을 받는 과정이 나온다. 그곳에 몰려든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 주인공 손을 잡으며 당신 회사의 주식을 산 뒤 발생한 이익으로 딸을 시집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릴라이언스는 자본 확보를 위해 일반 대중에게 주식을 공개했는데, 기업가치가 지속해서 올라 중산층 수백만 명이 혜택을 입었다. 타타와 릴라이언스는 인도의 다양성만큼이나 서로 다른 성격의 기업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인도 경제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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