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고도성장 30년 지난 뒤 자산 격차 갈수록 커져
[Issue] 상속 시대의 귀환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8년 주주총회에 참석한 프랑스 미디어그룹 라가르데르의 아르노 라가르데르 회장. 억만장자인 그는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데다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고액 연봉을 받는다. REUTERS

로또 1등에 당첨되거나 킬리안 음바페처럼 축구천재이거나, 아주 예외적인 몇몇 상황을 제외하면, 부자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보수를 많이 주는 직업을 가진다. 둘째, 자산을 취득한다. 집도 좋고 주식도 좋다. 임대료, 배당금, 거래차익 등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최적의 순간, 최적의 장소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억만장자 아르노 라가르데르가 부를 쌓는 과정에서 발휘한 주요한 재능은 1961년 장뤼크 라가르데르의 외아들로 태어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만 골라야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르노는 세 방법을 동시에 사용했다. 그는 라가르데르그룹 총수여서 보수를 많이 받는다. 자산도 많고 물려받은 유산도 엄청나다. 
세 가지 방법은 시대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현재는 자산과 유산이야말로 불평등을 가장 심화하는 주범이다. 팩트 체크를 해보자. 1960년대 이후 중산층이 등장하고 부유층이 더 부자가 되면서 이른바 ‘소유의 시대’가 도래했다. 오늘날 프랑스 가계 총자산은 8.3년의 순가처분소득에 해당한다. 1980년 이 수치는 4.9년에 불과했다. 자산 규모 증가는 특히 부동산 가격 급등에 기인했다. 진정한 격차는 주택 보유자와 임차인 사이에 생긴다.
저축예금, 생명보험 등 금융자산 증가도 기여했다. 금융자산은 1980년 가계소득의 1.5배에서 2015년 3.5배로 급등했다. 금융자산 증가도 수치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최근 수년 동안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돈풀기 정책을 한 이유는 금융자산 수익률을 낮췄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 사이 물가상승률이 금리보다 높은 상황이 계속돼 무위험자산의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애플 주식 등 몇몇 금융자산은 매우 빠르게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이런 한계에도 1980년대 이후 자본축적을 살펴보면 한 가지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상속의 시대가 다시 왔다는 점이다. 자본을 가진 자는 영원불멸의 신이 아니다. 상속, 즉 자산 이전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세기 초 수준인 15%까지 늘어난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지표는 전체 자산 대비 상속 비중이다. 1970년 44%에서 2010년 63%로 증가했다.

반전과 재반전
이런 상황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세계적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에서 19세기 자본 축적에 대해 설명한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당시 몇몇 대지주가 자산의 80%를 차지하고 있었고, 상속자 여부가 부자로 사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새로운 상속자들>의 저자 니콜라 프레모의 표현을 빌리면, 19세기엔 “자수성가한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극히 드물었다.”
20세기 초반은 상속자보다 임금소득자에게 유리한 시기였다. 두 차례 세계전쟁은 자본소유자의 부를 감소시켰다. 기업은 국유화 대상이 되거나 도산하는 사례가 많았다. 전쟁이 끝난 뒤 서구 국가들은 빠른 경제성장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물가와 임금이 동시에 상승했다. 임금소득자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자산보유자는 복지국가 건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누진세 도입과 자산 가치를 잠식하는 물가 상승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이를 두고 피케티는 “역사상 처음으로 공부와 노동과 재능이 상속보다 더 빛을 발하는 사회가 도래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자 상황은 다시 역전되기 시작했다. 경제성장 둔화는 임금 상승 둔화를 불렀다.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국 재정정책은 점점 더 부자에게 유리하게 변했다. 또 성장이 지속된 ‘영광의 30년’ 기간 덕을 보았던 사람은 자산을 불릴 수 있었다. 자산소득은 임금소득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피케티에 따르면, 자산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노동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보다 더 커진 상황에서는 “과거 자산인 상속이 현재 자산인 저축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노동과 상관없이 과거에서 유래한 부는 노동이 생산하는 부보다 자동적으로 더 빠르게 증가한다.” 피케티의 결론이다. 
자산과 상속 시대의 재도래는 수많은 불평등 문제를 만들어낸다. 자산은 소득보다 불평등 정도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2015년 연간 소득 기준 상위 10%의 생활 수준은 하위 10%의 6.8배인 반면, 자산 수준은 무려 627배에 이른다. 빈부격차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 중앙은행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상위 10%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50%에서 현재 55%로 늘었다. 물론 이는 19세기 80%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지금은 예전보다 소규모 자산보유자가 훨씬 많음에, 따라 소규모 상속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추세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자수성가의 멸종?
자산과 상속 불평등은 세대 내뿐 아니라 세대 간 문제이기도 하다. 기대 수명 증가로 고령층에 자산이 집중되면서 자산 이전이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1986년 30대 인구의 중위 자산은 70살 이상 인구보다 45%나 많았다. 지금은 추세가 역전됐다. 2015년 70살 이상 인구의 중위 자산이 30대 인구의 3.5배다. 유산을 물려받는 평균 나이도 1980년 42살에서 50살 이상으로 높아졌다. 오늘날 자산은 60~80살 인구에 집중됐고, 기본적으로 40~60살 인구에 이전된다고 할 수 있다. 
40~60살은 주택 구입이나 창업을 위해 자산이 절실하게 필요한 연령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증여는 상속보다 나은 점이 있다. 사망 이후에 가능한 상속과 달리, 증여는 사는 동안 언제라도 자산을 이전할 수 있다. 그 결과 1970년 프랑스 자산 이전의 20%를 겨우 넘었던 증여는 현재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 증여로 주택 인수나 창업이 더 쉬워질 수 있다. 
자산 불평등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자산 불평등과 관련된 남녀 불평등은 덜 알려져 있다. 최근 몇십 년 동안 남녀 자산소득 격차는 더욱 커졌다. 이유는 이혼과 부부간 자산분리 증가라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여성 해방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구학자 마리옹 르튀르크가 보여준 것처럼 남녀 자산 불평등 심화로 분석될 수 있다. 2010년 남자의 평균 자산은 여성보다 22% 많았다. 1998년 이 수치는 13%였다. 이런 차이는 비혼과 기혼을 가리지 않는다.
모든 자산 불평등은 세대를 거치면서 이전되고 상속을 통해 강화된다. 어떤 집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인생이라는 경주의 출발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엔 경주 자체가 점점 더 불공정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속자의 귀환을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가? 능력 본위와 노동이 최고 가치라고 주장해온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이 된 시대에, 상속세 손질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모순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 2019년 1월 프랑스 주거권 단체인 DAL의 도움을 얻어 파리 엘리제궁 근처 체육관을 점거한 노숙자 가족들이 3개월째 체육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REUTERS

불평등의 상속
세대 간 이전되는 불평등은 여러 가지 성격을 갖는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교육이며, 학위다. 2017년 노동자 자녀는 프랑스 대학 학부생 14%와 박사과정 연구생 6%에 불과했다. 전체 인구의 30%는 노동자 자녀다. 사회학자 카미유 푸니는 서민가정 자녀들의 고등교육 이수가 주로 단기과정이나 기술과정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교육 불평등의 논리적 결과는 소득 불평등으로 나타난다. 클레몽 데베쿠르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관리자 자녀는 소득 기준 상위 20%에 속할 확률이 노동자 자녀보다 4.5배나 높다. 데베쿠르는 불평등의 대물림에는 학위 외에 ‘사회적 근친혼’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노동자 자녀는 노동자 자녀, 관리자 자녀는 관리자 자녀와 끼리끼리 결혼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에리크 무랭과 도미니크 구도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 학위가 같다면 대부분 개인은 자신의 계층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계층은 후손에게 자신의 계층에게만 특별하고 계층 외부에서 가치 증식이나 이전이 어려운 자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평등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부를 적게 하면 사회관계 밀도도 약화되고, 사회관계적 자본의 축적도 빈약해진다. 그러나 클레몽 데베쿠르의 연구는 프랑스 중남부 캉탈에서 태어난 서민가정 아동이 비슷한 특징을 가진 이웃 지방 아베롱의 서민가정 아이보다 사회적 신분 상승을 이룰 확률이 낮다는 것도 보여준다. 불평등 이전은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 

* 2019년 5월호 종이잡지 135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2월호(제387호)
Belle époque pour l’héritage
번역 박현준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