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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노동에 임금 떼이고 재하청과 불법고용 신음
[Issue] 독일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지모네 잘덴 economyinsight@hani.co.kr

지모네 잘덴 Simone Salden <슈피겔> 기자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로고. 독일에서 전자사거래가 급증하면서 소포와 택배 배송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REUTERS

2018년 가을 어느 날, 한 남성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앞에서 “어이, 아마존에서 한번 일해볼래?”라며 자말에게 말을 걸어왔다. 당장 일자리가 급했던 자말은 그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넸다. 여섯 달이 흐른 지금, 자말은 함부르크 샨체 구역에 자리잡은 카페에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자말이 일하는 곳은 아마존이 아니라 아마존 위탁을 받아 소포를 배달하는 회사 PLB였다. “아마존 소포를 하루에 150개나 배달한 날도 많다”고 자말은 당시 노동 상황을 떠올렸다. 일주일 중 6일을 꼬박 그렇게, 밤늦게까지 일한 적도 많았다. 고객은 불친절했고, 자말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고용계약서를 새로 쓰거나 임금을 받을 때면 회사에 거의 구걸하다시피 사정해야 했다. 그런데도 결국 계약서도, 임금도 받지 못했다. 
4년 전 시리아 내전을 피해 독일에 온 25살 청년 자말은 이제 독일어에 능숙하다. 난민 신분도 인정받고 노동 허가증도 있어 신원을 증명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럼에도 업주들은 우리를 그냥 착취한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자말은 정색하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내 이야기를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아마존이 아니라니? 
아딜과 에니스의 경우도 자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시리아 난민으로, 독일에서 새 삶을 일구고 싶어 한다. 이들은 모두 자기 이름이 신문과 잡지에 실리기를 원치 않는다. 그랬다가 무허가 노동 혐의로 고초를 겪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작 애먹어야 하는 사람은 계약서와 월급을 놓고 이들을 속여 돈을 떼먹은 회사와 고용주들인데 말이다. 
이런 불법노동 정황은, 한창 붐이 이는 배달업계에서 빈번하게 나타났다. 몇 년 전부터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는 독일에서는 택배 업무가 활발해졌다. 통계를 보면, 2018년 독일에서 소포 35억여 건이 발송됐는데, 소포를 배달하는 업계가 무허가 노동과 불법고용 온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불법노동 금융조사단(FKS) 직원들은 2019년 2월, 독일 전역에 있는 해당 업체들을 점검해 벌금형과 규칙 위반형에 해당하는 사례를 적발했다. 총 2143건이 넘는 위반 사례는 해당 사항과 별개로 최저임금 준수 여부 등도 면밀히 점검했다. 
그 결과, 에르메스(Hermes), GLS, DPD, DHL 같은 대형 종합물류 기업의 위임을 받아 소포를 배달하는 하청업체들이 준수 사항 위반으로 적발됐다. 몇몇 하청업체는 다시 재하청업체를 고용하기도 했다. 이 경우 중간 업체는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 이름으로 소포가 배달 중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프랑크 브지르스케 독일서비스노조(Ver.di) 조합장은 “배달업계에는 마피아와 흡사한 구조가 부분적으로 구축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아마존은 2017년 독일 전자상거래 거래량의 절반 남짓을 차지하지만, 공식적으로 단 한 명의 소포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하청업체를 통한 불법고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REUTERS

마피아와 흡사한 구조
독일통상협회 집계 결과, 전자상거래 업계 거인 아마존은 2017년 전자상거래 총판매량의 46%를 점유해 소포 배달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도 아마존은 공식적으로 단 한 명의 소포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독일 전역에서 50여 개 배달업체와 함께 일하며 “정기적으로 업체들을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명시한 평가 적용 규칙은 배달을 담당한 파트너 회사의 차량 운전자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확실히 받을 것, 임금은 소포 개수나 차량 운전 횟수가 아닌 실행한 노동시간과 연동해 계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말을 비롯한 난민에게 이 규칙은 꿈에서나 적용될 뿐이다. “수습기간인 처음 2주 동안은 임금 한 푼 받지 않고 일한다. 이 기간이 지나야 하루 90유로(약 11만원)를 받는다.”
에니스는 2018년 12월 임금으로 명목소득 2500유로(약 320만원)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감이 몰리는 12월은 새벽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 날이 많다. 노동자들이 함부르크 페델의 아마존 창고에서 아침 일찍 소포를 실을 무렵, 이미 배달차 서너 대가 창고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이들에게는 각각 그날 배달할 곳을 적은 일일 운행표가 전달된다. 해당 시각까지 운전자 1명당 몇 건을 배달했는지, 문제가 생긴 곳은 어디인지 등의 정보가 스캔 시스템으로 일일이 추적, 감시된다. 하루 업무를 완수하면 메신저 서비스 와츠앱으로 팀장의 칭찬이 전송된다. “아마존 PLB팀 1번. 주말 잘들 보내시게. 아마존도 여러분이 정말 초인적으로 업무를 완수했다고 말합니다.”
자말은 일을 시작하던 첫 주, 자신의 인적사항이 적힌 서류를 회사에 냈다. 얼마 뒤 그가 계약서와 임금에 대해 문의하자, 업체 쪽은 계속 딴청을 부렸다. 다른 노동자들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건, 와츠앱 채팅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등록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어요. 제발 계약서 좀 보내주세요!” “세무서에는 언제 등록되나요?” 등 노동자들 문의글이 올라왔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불거지면, 아마존이 나서 택배 노동자를 달랜다. “아직 서류를 다 안 낸 사람이 여럿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 팀원 전부를 한꺼번에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낱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대화방 멤버들 생각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고된 노동
정작 회사는 문제의 핵심인 ‘불법취업’은 절대 언급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한다. “이 대화방에서 무허가 취업에 관한 문자 보내기는 당장 그만둘 것! 불법으로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 그런 안건은 지도부와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것. 채팅 그룹에서는 그런 논의를 금지함!”
PBL사는 불법고용 의혹을 전면 부정한다. 안드레아스 파울 PBL 사장은 “우리 회사를 향한 의혹과 비난을 거부한다”며 “직원은 누구나 근무 첫날부터 노동계약서를 받으며, 사회보장보험에 가입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2018년 11월부터 아마존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PBL은 업무 수행을 위해 부분적으로 다른 업체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업무량이 증가하는 시기에 같은 직종 업체끼리 서로 보조하는 것처럼, 우리도 소포 배달 업무가 많을 때는 이들 업체와 나눠 수행한다. 그 목적으로 PBL 마크가 찍힌 차량을 이들 업체에 대여한다.”
자말, 아딜, 에니스는 얼마 전까지 자신들이 PBL사에서 일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실제는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회사 설명을 이들이 오해했기 때문일까. 에니스가 말했다. “함부르크에 있는 아마존 창고 구역에 들어설 때면, 우리는 모두 PBL 마크가 찍힌 노란 안전조끼를 걸쳐야 했다. 그것이 규정이었다.” 아마존 쪽은 PBL이 함부르크 지역 배달 파트너 업체이고, 현재도 협업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모든 배달 파트너에게, 운전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지급하고 그들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현행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것도 우리의 요구 조건이다.”
크리스티나 달하우스 우편택배통신연합 노동조합(DPVKOM) 조합장은 이 분야에서 노동 착취 사례를 여러 차례 보았다. “불이익을 당한 노동자가 많다. 특히 요즘 가격경쟁이 치열한데, 이것이 노동자 어깨에 부담이 지워지는 형태로 이뤄진다.” 달하우스는 독일우편국에서 일하는 집배원을 대표하는 인물로, 이들이 겪는 고도의 업무 부담과 차량 운전자의 높은 질병 발생률을 잘 알고 있다. “아마존은 임금 덤핑, 사회보장 덤핑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업계 맞춤형 최저임금제를 시급히 요구하며, 더불어 이것의 감독도 더 많이 시행돼야 한다.”

노동자가 떠안는 가격경쟁
택배업계가 급성장하고 불법이 횡행하지만, 해당 관청은 관리·감독에 손 놓은 채 좌시하고만 있다. 본의 세관관리총국에서 이 분야를 담당하는 클라우스 잘츠지더는 “하청업체, 그리고 그 업체의 하청업체, 이렇게 끝없이 가지 치는 현 상황은 불법고용의 온상이 될 잠재력을 충분히 지녔다”고 우려했다. “관리국에서는 이 사안과 관련해 담당 관리를 늘렸다. 하지만 업체들 업무계획서, 근로계약서, 사회보장 납부금을 모두 비교하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다람쥐 쳇바퀴 돌기와 흡사한 작업이다.”
PBL사를 조사할 때도 이런 어려움에 부닥쳤다. 이 회사가 재하청을 주는 업체 수와 그 업체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PBL사는 관계기관에서 감독을 나오면, 상부 책임자가 대화방에서 차량 운전자가 대응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어느 날 세관이 와서 검사하려고 하면 이렇게 대답하게.”

세관: 어느 회사에서 근무합니까?
배달 운전자: ‘안전16 주식회사’에서 일합니다.
세관: 이 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했나요? 
배달 운전자: 2018년 10월1일부터입니다.
세관: 등록 당시 노동시간을 어떻게 썼나요? 한 달에 몇 시간 일하십니까? 
배달 운전자: 36시간 일할 때도 있고, 48시간 일할 때도 있습니다. 대기 상태까지 합하면요.
세관: 임금은 현금으로 받습니까? 아니면 은행 계좌로 이체됩니까?
배달 운전자: 전부 제 통장으로 이체됩니다.

상부 책임자가 자말, 아딜, 에니스에게 직원으로 등록됐다고 알려준 ‘안전16 주식회사’는 이들에게 완전히 처음 듣는 회사이름이다. 이들이 이 회사와 실제 어떤 관계에 있냐고 PBL 쪽에 물었더니, “현재 안전16사와 함께 일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안전16 주식회사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연결은 되지 않았다. 
대신 베를린에 있는 ‘스위스 퀄리티 서비스 주식회사’로부터 “우리 회사는 아마존 하청업체 중 몇 손가락 안에 드는 PBL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PBL 하청업체였고, 안전16사는 우리 회사의 하청업체였다”는 답변을 받았다. 불법고용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 회사 노동자는 모두 노동계약서를 받았다”고 답했다.    

 

 
▲ 택배업체들이 독일에 정착한 난민들의 불안정한 신분을 악용해 불법고용, 임금 착취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REUTERS

불법하청과 불법노동 만연
“불법노동자들의 신분상 약점과 이들이 독일 사정에 익숙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임금을 책정하는 것이 어느샌가 하나의 사업모델로 자리잡은 것 같다.” 함부르크 출신 변호사 로베르트 A. 풍크가 설명했다. 현재 그는 함부르크알토나 지방법원에서 금고형을 받은 리투아니아 출신 소포 배달원의 변호를 맡고 있다. 이 피의자는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에 화가 치민 나머지 사장 소유의 배달차를 훔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재판을 담당한 재판관조차 피의자가 처한 ‘그야말로 노예를 부린다고 할 만한’ 근무조건을 비판했다. 
이런 노동 현실 때문에 브지르스케 베르디 조합장은 입법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치가 소포 배달 업계에 간섭해 하청업체 책임 법안을 도입할 때”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아마존 같은 1차 주문 기업도 비로소 하청기업 전체의 노동조건에 함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이런 법안은 건설업계와 식육업계에만 제정돼 있다.  
자밀, 아딜, 에니스는 일을 시작하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업계 사정을 훤히 꿰뚫었다. 임금을 여전히 못 받은 상태라, 이들은 이후 배달차 운행을 거부했다. 자말은 억울해했다. “매번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 것도 이젠 질렸다. 그렇게 죽어라고 일했는데, 이게 뭐냐?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수 있는지, 나 원 참!”
바로 그날,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와츠앱 대화방에서 사라졌다.   

* 2019년 5월호 종이잡지 128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10호
Ausgeliefert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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